김점순

1318해피존꿈꾸는숲

지역아동센터장

줌.마.선.생.님!
한창 정신없이 바쁜 어제, ‘꿈꾸는숲’ 졸업생 담비가 힘들게 번 돈으로 센터 동생들에게 줄 간식을 사가지고 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늘 안쓰러운 담비였기에 오랜만에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 준 것이 요 며칠 이런 저런 일로 답답했던 마음에 비타민이 되어 행복했다. 사회에 나가보니 센터 선생님들이 더 생각난다고, 센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는 담비를 돌려보내놓고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일한 지난 9년 동안의 세월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2006년 처음 행복한 일자리 기초학습교사로 지역아동센터에 파견되어 ‘1318해피존꿈꾸는숲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이 된 지금까지 나는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있다. 3평도 안 되는 낡은 집에 5명 식구가 살던 아이, 어머니가 무려 3번이나 바뀐 아이, 매일 술 마시고 잔소리하는 아버지가 싫다며 집에 안가면 안 되냐고 집보다 센터가 더 좋다던 아이,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온다며 친구들이 놀리고 같이 안 놀아준다며 울고 오던 아이, 선생님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며 내 품에 꼬옥 안기던 그 작은 아이, 선생님이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어릴 때 엄마를 여읜 아이, 졸업하고 첫 월급을 탔다고 선물을 사온 졸업생들, 센터를 졸업하고 다시 센터에 후원자가 되어 매달 1만원씩 후원금을 보내오는 졸업생들, 군대에 씩씩하게 복무 중인 졸업생들,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는 사회인 졸업생들...이렇게 꿈꾸는숲에는 많은 사연과 기쁨과 행복과 슬픔과 그리고 보람을 만들어준 아이들이 있다.

1318해피존꿈꾸는숲에는 3명의 사회복지사가 중·고등학생 35명을 넉넉하지 못한 운영비로 허덕이며 보살피고 있다. 자원연계, 프로그램관리, 청소년 상담·관리, 급식 등 각종 행정서류에 매일 매일 해야 할 일들에 치여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 마주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내가 받은 사랑만큼 남에게도 베풀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꿈꾸는숲에는 이곳저곳에서 마음 따뜻한 분들이 주시는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의 모임인 ‘꿈꾸는숲 장학생회’가 있다. 아이들은 매달 자신들이 받는 장학금의 일부를 모아서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평택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 2명에게 매달 3만원씩 장학금을 주겠다고 하여 벌써 2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는지 눈물이 날 만큼 진한 감동일 수밖에 없다. 내가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정말 내가 꿈꾸고 바라는 내 삶의 최고 가치이다. 나만 알고 나만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잘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걸 우리아이들은 이미 알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세상은 점점 더 밝아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오늘 다녀간 졸업생 담비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지식만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보다는 1318해피존꿈꾸는숲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함께’, ‘나눔’을 알아가는 지식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이 기고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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