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에세이 시와 함께 읽는 아버지 이야기 57

유 정 이

시인·문학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우리 아버지는 세계에서 아주 용감한 에베레스트.
나는 즐거워, 아버지와 함께한 행복을 노래 불러요.

용감함과 도전으로 똘똘 뭉친 우리 아버지
나의 전부. 나를 꽃피우신 우리 아버지
세계를 지배하시고 세계의 등대인
아버지는 나의 중심. 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난 첫 걸음을 걸었다.
아버지의 손에 내 엉덩이를 싣고, 난 하늘 위로 쭉쭉 올라갔다.
아버지는 나의 징검다리. 나는 아버지와 함께 그 강을 건넜다.
아버지는 내가 가는 빛. 아버지와 함께 나는 파릇파릇 자랐다.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어머니가 편안해지고,
아버지가 먼 곳에 가시면 어머니가 가여워진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희망의 근원.
우리 아버지를 언제나 내 머리 맡에 두고 싶은데, 오, 하느님, 도와주세요.
-네팔 시인 람바부 수베디의 동시, 송시영 번역,<우리 아버지>

 

람바부 수베디 시인은 네팔의 유명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은퇴하고 시작활동에만 전념하는 동시작가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동문학에 종사한 분들은 대체로 그 성정이 해맑기 그지없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그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시인을 처음 만난 이후 어느덧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백발성성한 이 시인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아이 같은 순수함, 그 눈동자의 여전함을 발견하게 된다.

 고희 가까운, 하얗게 머리가 센, 그러니까 누군가의 오래된 아버지이고 더러 할아버지이기도 할 그의 마음속의 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을까 궁금하였다. 위의 시는 너무 직정적이어서 달리 주석이나 해석이 필요하지는 않다. ‘아버지는 세계에서 아주 용감한 에베레스트’라는 첫 구절부터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희망의 근원’이라는 부분까지를 보면 아버지에 대한 일반적인 심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분 ‘우리 아버지를 언제나 내 머리 맡에 두고 싶은데, 오, 하느님, 도와주세요.’라는 구절 역시 영원히 함께 존재할 수 없이 언젠가는 생과 사로 분리되어야 하는 안타까움을 절대 힘에 의존하여 간구하고 있는 모습 등도 이와 다르지 않다.

태어나면서 마주친, 자기도 모르게 주어진 아버지라는 절대 세계는 엄중함 그 자체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선 굴복하게 된다. 하지만 점차 자기의식과 신체가 자라면서 그 힘에 거부, 반항의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스스로 아버지와 같은 도정으로 인생을 경영하면서 결국 자신도 아버지가 되고 자식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반추, 혹은 반성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가 세대를 이어가는 이것이 인생이고 변할 수 없는 진리가 아니던가.

 개인마다 가정마다 각각의 미시 서사가 존재한다. 경우가 모두 다르고 특별하다. 우리나라를 넘어서서 외국의 어떤 경우, 나이를 망라하여 어린이부터 죽음을 앞둔 노인들까지 그 모두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고유한 ‘아버지’들이 있다. 이 모든 경우를 일관하는, 하나의 사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진실은 바로 육친, 우리에게 피와 살을 주고 그 살과 피를 떼어 우리를 먹이는 것이 바로 ‘아버지’라는 것, 그 숭고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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