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의 날 한나라 민주당의 숨바꼭질 표정들

▲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되자 민주당 당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자동개표기 등장 밤새우며 북적이던 풍경 사라져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제16대 대통령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19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오전 6시부터 읍·면·동에 마련된 105개의 투표구에서 일제히 진행되었다. 각 투구별로 실시된 투표는 차분한 분위기에 진행되어 오후 6시마감 결과 전국 70.8%보다 낮은 68.2%를 기록했다. 북부문예회관에 마련된 개표장에서는 오후 7시경부터 부재자 투표함 개함과 동시에 각 투표구에서 도착한 순서대로 개표를 시작했다.

개표장 분위기는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북적대던 개표장과는 사뭇 다른 조용하고 한산한 분위기에 진행되었으며, 후보별 구분 역시 자동 인식기에 의해 순식간에 이뤄졌다. 자동 인식기에서 구분된 후보자별 득표상황은 곧바로 중앙선관위에 전송되고 인식이 불가한 소량의 투표용지만 수작업으로 구분되었다.

개표는 개표작업을 시작한지 5시간만인 20일 자정 무렵에 모두 끝났으며, 개표결과 노무현 후보는 평택시에서 47.3%의 득표율을 올려 44%에 그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3.3% 차이로 따돌렸다. 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8.1%의 지지를 얻어 전국평균 3.9%에 크게 앞서며 선전했다.

■대선 개표시 한나라 평택 을지구당 스케치
12월 19일 평택동에 위치한 한나라당 을지구당 사무실에는 선거직후 각 공중파 방송사에서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노무현후보가 앞섰다는 보도발표를 듣고 속속 당직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아주머니는 "아니 어떻게 된 거예요"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조바심이 나서 그냥 집에 있을 수가 있어야지"라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당 사무실에는 이미 을지구당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고 선거전에 임해왔던 김홍규·이주상도의원과 최종석시의원 등 당직자 20여명이 텔레비젼 화면의 개표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출구조사결과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당직자들에게 한나라당 도지부에서는 출구조사 무응답자가 10%가 넘었다며 이기는 싸움이니까 안심하라는 연락이 왔고 당자체 분석결과와 방송국의 출구조사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연락도 전해졌다.

하지만 7시23분경 한 차례 이회창후보와 노무현후보의 순위가 역전되자 당황한 당직자들은 연신 담배를 피워댔고 8시 27분경 KBS에서 노후보의 박빙에 승리가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몹시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어 8시 35분부터 노무현후보가 1위로 역전하고 박빙의 차이로 1위가 엎치락뒤치락 계속되었고 9시 5분 SBS가 노후보의 당선을 예측하는 보도를 하자 당직자들은 "정말 당황스런 결과다"라며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최종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후 두 후보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한 당직자는 "미디어선거전에서 우리가 졌다""인터넷전에서도 졌다" "너무 구시대 방식의 선거전에 안주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9시 36분 MBC에서 노무현후보의 당선유력 보도가 나가자 이주상도의원은 판세가 이미 결정났다며 허탈해 했고 9시 43분 SBS가 당선자로 노무현후보를 선언하자 당사무실에는 텔레비젼도 누군가에 의해 꺼지고 무거운 침묵만이 사무실을 드리웠다. 김홍규도의원은 "지역의 정치판도에도 큰 변화가 있겠다"라고 말했고 당직자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사무국장을 비롯해 사무실 실무자들 몇 명만이 지역 개표 상황를 체크하는 작업을 계속했으며 일부 시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집계상황이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하기에 바빴다.

■민주당 노사모 표정
투표마감과 동시에 중앙방송사들의 출구조사 발표가 있기 10분전 민주당 을지구당사에는 10여명의 당직자들만 자리를 지키며 삼삼오오 모여 앉아 투표진행상황과 전날 밤 정몽준 의원의 '노 후보 지지철회'기자회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날 밤의 충격으로 인해 상황이 불리하다라는 판단과 투표율마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직자들의 얼굴은 몹시 굳어있었다.

사무원들은 인터넷과 TV방송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당원들은 불안함을 참지 못해 담배만 연거푸 피웠다. 한 당직자는 "어제 밤 정몽준 의원의 노 후보 지지철회발언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가슴조리며 초조해할 필요가 없었는데 결과가 궁금해 답답하다"라고 말하면서 TV방송에 눈을 떼지 못했다. 출구조사 1분전이 되자 당직자들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TV방송을 지켜보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오후 6시, KBS, MBC, SBS 3개 방송사는 일제히 출구조사를 발표했고, 발표결과 노무현 후보가 3개방송사에서 모두 근소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10여명의 당직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높이 치켜들며 "이겼다. 만세"라고 함성과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출구조사 발표 이후 사무실에 전화가 이어졌고 불안했던 당직자들의 얼굴은 희색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사무소는 당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어느새 30여명으로 불어났다.

잠시 후 개표방송이 시작되었고 예상과 달리 개표초기 이회창 후보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출구조사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사무실 분위기는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노 후보가 이 후보와 격차를 좁혀 역전에 성공하자 당직자들은 안도의 숨을 쉬고 맥주와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늦도록 자축연을 가졌다.
한편 평택지역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과 개혁국민정당 당원 20여명은 시내의 한 식당에서 TV방송을 지켜보며 노 후보를 응원했다.

노 후보 당선확정 보도가 나오자 노사모의 한 회원은 "노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정치개혁과 남북간 평화를 바라는 온 국민의 승리다"라고 말하고 "앞으로도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위해 젊은이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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