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우리 엄마 안 와요? ”

어린 시절 마루 끝에 앉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린 기억이 있습니다. 저녁 무렵 해라도 저물어가고 있다면 까닭 없이 슬퍼지기도 했던 시간입니다. 왠지 막막하고 아련한 기분, 요즘처럼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시절에는 느껴볼 수 없는 감정입니다.

‘엄마 마중’은 ‘기다림’이 가진 추억의 한 장면을 짧은 글 몇 줄과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이가 전차 정류장으로 걸아 나옵니다. 키가 작아 ‘낑’하고 다리를 들어올려 안전지대에 섭니다.

전차가 올 때마다 아이는 묻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고개를 갸웃하며 차장에게 묻는 아이. 아이의 조그만 뒷모습에 비해 너무도 커다란 전차는 펼친 그림책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몇 대의 전차가 더 지나가고 기다리던 사람도 모두 돌아가고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갑니다. 혼자 정류장에 남은 아이는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어느새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머리에 살포시 하얀 눈이 내립니다.

눈이 쌓인 골목길을 엄마와 함께 걸어 올라가는 마지막 그림에서는 뭉클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코가 새빨개질 만큼 추워도, 혼자 정류장에서 종일을 기다렸다 해도 엄마를 만났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아이의 기쁨이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읽혀집니다.

한 손으로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빨간 막대 사탕을 든 아이, 마침내 행복해진 아이 위로 눈은 계속해서 소복이 내려앉습니다.

  

        

         장은주기자의 열두 달 그림책 이야기

         5월 가족 [ 엄마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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