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와,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엄마 이야기

길을 걷다 살짝 발목만 비틀려도 나오는 소리 ‘엄마’. 갑자기 깜짝 놀랄 때면 무심코 튀어 나오는 소리도 ‘엄마’. 아마 세상에 태어나 이제껏 뱉어 온 수많은 낱말 중에 가장 많이 쓴 말이 엄마가 아닐까요?
세상의 그 누구에게도 분명히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엄마 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엄마에 대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세 엄마 이야기’ (신혜원 지음) 는 시골로 이사하는 나와 나의 엄마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넓은 밭이 딸린 작은 집에 이사한 나의 엄마는 무엇을 심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콩을 심기로 합니다.
숟가락으로 땅을 파고 콩 한 알 넣고, 또 한 알 넣고…. 초보 농사꾼 엄마가 지쳐 소리칩니다. “엄마, 도와줘!” 쏜살같이 나타난 나의 엄마의 엄마와 함께 콩을 심지만 넓은 밭에 콩심기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래서 또 나의 엄마의 엄마가 소리칩니다. “엄마, 도와줘!”. 바람처럼 나타난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콩심기를 후다닥 해치워버립니다.
이 책은 나와,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엄마, 이렇게 4대의 여자들이 콩을 심고 풀을 뽑고, 콩을 추수하고, 인절미도 만들어 먹고, 두부도 만들고, 된장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따뜻합니다. 그리고 웃음이 납니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라니, 할머니, 증조할머니란 이름보다 훨씬 귀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또 맘이 짠해지기도 합니다. 이미 주름이 자글자글한 나의 엄마도 힘들 때면 세상에 없는 엄마를 향해 “엄마, 도와줘!” 라고 외쳐보고 싶겠구나 생각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나의 할머니에게도 있었던 엄마, 우리 엄마에게도 있었던 엄마, 지금 내게 있는 엄마, 엄마가 있다는 것이 눈물나게 따뜻한 일이구나,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제 엄마를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장은주 기자의 열두 달 그림책 이야기
[세 엄마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