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진 편집주간

1. 비례대표 정당별 의석 배분 방식 - 제19대 총선에서 뽑는 국회의원 수는 300명이다. 이 가운데 54명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을 뽑는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후보를 1명 기표하고, 정당투표용지에 지지하는 정당을 기표한다.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된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5명이 당선되거나 정당 투표율 3% 이상을 얻어야 한다. 위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정당의 득표수를 제외한 총 투표수 대비 정당 득표율에 따라 54석이 배분된다. 득표율대로 배분하다 보면 23.456 식으로 소수점이 생기는데 정수부분(23)이 먼저 배분된다.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고 의석이 남으면 소수점 수가 높은 순서대로 1석씩 가져간다.

2. 국회의원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릅니다. 속설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되면 이만큼 좋겠지”라고 상상한 것의 열 배는 더 좋은 것이 이 자리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지역구에서 공을 들이고,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친 후에 본선에서 몸과 마음 고생은 물론 가족과 친지들에게까지 신세를 지면서 선거운동을 해도 당선 될까 말까 하는 지역구 후보들에 비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면 이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물론 정당의 예상지지율을 감안해 당선 안정권에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되는 것이 먼저지요.

비례대표제 덕을 보는 첫 번째 사람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뽑힌 사람이 되겠네요.
비례대표제도와 관련해 정당의 희비는 엇갈립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도가 거대 정당에 비해 소수 정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 16대 총선까지는 유권자가 따로 정당투표를 하지 않고 지역구 국회의원만 뽑았습니다. 정당별 국회의원 당선자 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양대 정당이 비례대표의석까지 ‘싹쓸이’하는 현상이 이어졌지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미 현행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에 적응해왔지만 최근의 정치지형이 요동치는 까닭에 정당득표율을 얼마나 얻을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두 거대 정당에 실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정서가 있기에 지역구 정당 후보에게는 표를 줄지 몰라도 정당투표에선 군소정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노동당이 지역구에선 단 2석을 건졌지만 정당투표에서 13%의 지지를 얻어 비례대표 8석을 차지한 경험도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비례대표제도에서 가장 큰 이점을 얻는 것은 바로 국민(유권자)입니다. 지지하는 지역구 후보가 속한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른 정당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웬만해선 무시당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낙선한다면 실망감이 클 수도 있겠지만 정당 선택은 바로 정당지지율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지한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게 됩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정당에 비해 소수자를 더 위할 가능성이 크고 또 그런 공약을 내세웠다면 내 선택은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안보와 경제 안정을 외치는 정당에 기표를 해서 그 당의 비례대표가 더 많이 당선된다면 이 역시 유권자의 뜻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특히 당선권에 든 후보들이) 직업정치인은 없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은 점도 비례대표제도가 국민 전체에 주는 이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역구에서 당선한 직업정치인들이 지역의 이해에 따라 정치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실정에서 이런 지역의 ‘굴레’를 벗고 나라 전체를 위한 정책을 세우고 입법 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각 정당은 이런 점을 감안해 유권자에게 설득력 있는 비례대표 후보들을 내세웁니다.

3.  물론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도가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들에 비해 정치력이 떨어져 효과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요. 유권자가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당에서 결정하다보니 충분한 검증을 할 수 없구요. 지금의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전체 의석의 30%는 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최근의 야권 연대는 이 점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정치 여건에서 비례대표제도는 그나마 우리나라 정치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비례대표 의석수도 중요하지만 정당 지지는 바로 국민의 뜻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직접적으로 깨우치게 됩니다. 그래서 12월에 치르는 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정당 지지율에 반영된 국민의 뜻을 감안해 정책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지역구 후보들 가운데 찍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투표장에 가는 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유권자가 정당에 보낸 지지는 물론 정당투표에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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