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성 일 머니투데이 부장



올해는 60갑자 시간법에 따라 돌아온 '임진년(壬辰年) 흑룡띠 해'라고 한다. '흑룡'은 천하대장군 '백룡'도 이기지 못하는 힘을 지녔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특히 비바람의 조화를 부리는 기운을 갖고 있어 좋은 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흑룡이 임금의 뒤에서 반란을 도모하는 강력한 역장으로, 북쪽의 기운을 가져 음의 운세를 관장하는 등 어둠이나 죽음과도 관련이 있어 좋지 않은 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주장의 대표적인 해가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임진년이다.

이런 각각의 시각에 따라 올해는 희망과 불안함이 교차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측에선 '흑룡의 강력한 기운이 우리 사회가 가진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불안함을 느끼는 측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총선과 대선을 치르며 겪어야 할 사회적 갈등'을 걱정할 수 있다.

좀 더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대내외 여건상 올해 우리 경제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정부도 올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7%로 낮췄다. 이같은 판단은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라는 큰 흐름이 배경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가들의 전망도 밝은 곳을 찾아볼 수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이들 국가의 불황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위기다. 잇단 경고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빚을 내 국가를 운영해온 유럽 각국과 금융상품 남발로 시장 리스크를 높인 은행들의 문제가 여전한 것이다.

유로존 문제는 지난 연말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새해 들어 다시 혼란한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 그리스 채무 탕감을 위한 국제 스와프협상 불투명,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재원 확충 실패, 유럽 대형은행들의 동유럽 노출위험도(익스포저) 등 유로존을 둘러싼 위험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올 한 해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란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런 대외여건 때문에 우리의 수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증가와 소극적 투자 등으로 내수 또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줘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취업난이 더욱 가중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의 임금인상 압박과 함께 제조원가 상승도 예견됨에 따라 올해도 물가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란 큰 선거가 잇따라 열린다. 이미 우리 사회의 화두가 돼버린 '복지'를 비롯해 공약이 난무할 가능성도 높다. 경계해야 할 것은 '표'를 위한 포퓰리즘 공약 남발이다.

또 하나의 최대 이슈는 대북관계다. 지난 연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대북정책을 어떻게 펼쳐나갈지가 시장에선 가장 큰 관심사다. 각 선거의 후보자 평가에서 대북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이에 대한 중요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뒷받침한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처럼 많은 이가 예민해져 있는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이는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궁극적으론 희망을 줘야 한다. '흑룡띠의 해' 리스크 관리는 어떤 '리더'를 선택하느냐에도 달려있다.

*  이 칼럼은 제휴 미디어인 <머니투데이> 1월6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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