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단

누군가는 와야 할 텐데
아빠가 먼저 오실지도 몰라
소년의 불안한 꿈이
이제 막 껍질을 벗은 파실파실한
어린 털을 훑으며 턱선에 고인다
지상에서 보지 못한 이파리들과
황홀한 나무향기를 좇아서 소년은
9층 높이의 콘크리트 기둥을 타고 올라갔을까
몇 번의 파도 같은 몸부림을 해서야
고치 속에서 몸을 눕히는 애, 벌레
오늘도 엄마는 출근을 했는데
할머니가 나를 봐주러 오실지도 몰라
마르지 않은 양수 같이
땀범벅이 된 소년의 보드라운 살갗에
겨울 바람이 분다
갉아 먹지 못한 이파리들이
소년의 잠결 속으로 떨어진다
배가 고파요 배가 고파요
잠꼬대로 깨는 제 철 잊은 동면. 


권 혁 재
- 평택출신
-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 2009년 단국문학상 수상
- 시집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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