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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수필가. 시인>

‘백세 인생’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1000년 전에는 사람 평균수명이 고작 24세였다고 한다. 800년이 지난 1820년에는 평균나이가 36세였고, 우리나라는 1950년대 평균나이가 48세쯤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어지간한 사람이면 90이나 100세를 사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니 금석지감이다. 과거에는 ‘장수유전자’를 타고난 극소수 사람만이 90세 이상 장수했지만 앞으로는 평범한 사람들도 상당수가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오래 사는 ‘백세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현대는 의학의 발달과 생활환경 개선 및 여러 충족조건이 잘 갖추어진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 그러나 오래 산다고 좋은 것만도 아니다. 개인과 국가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축복도 되고 재앙도 된다.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이 개최한 ‘100세 인생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위한 강연회’에 참가했다.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의 ‘100세 시대 도래의 의미’ △최운실 평생교육진흥원장의 ‘100세 시대 학습사계(學習四季) 평생학습 리포지셔닝’ △한완상 전 부총리의 ‘은퇴 후 아름다운 삶’ △이시형 정신과 의사의 ‘Aging Power' 강의가 이어졌다. 

개인으로는 건강과 은퇴생활비 문제가 있고, 나라에서는 연금제도 및 복지문제, 일자리 문제로 온갖 궁리를 하고 있다. 100세 시대는 인생설계와 재무설계가 달라야 한다.

인류사회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전했고 그리고 지식사회로 이제는 제4의 물결인 창조와 융, 통합 사회로 진입을 하고 있다. 지식자본, 창조자본, 학습자본, 사람자본 그리고 재능자본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적응을 해야 하고 더 나은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학교를 넘어 전 생애를 걸쳐 학습을 해야 한다. 전 세계는 지금 평생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최운실 원장은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생후반기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제대로 살지 않고 어정쩡하게 살다 70, 80에 죽은 사람을 ‘미개봉 반납’이라고 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자기 인생을 제대로 개봉도 하지 못하고 아무렇게, 게으르게, 소홀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허술하게 산 사람에게 충격적인 비아냥거림이다. 천재 아인슈타인 박사도 가진 능력의 2% 밖에 쓰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우리 인생은 하려고만 한다면 무한한 능력을 잠재하고 있다. 보통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0.001% 로도 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니 진지한 마음으로 삶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를 살아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치열하게 공부를 해야 하고 성실하게 일을 완수해야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하는 일에 미치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일에 미치고, 공부에 미치고, 자기 전공분야에 미칠 정도로 열심히 산다면 그런대로 잘 사는 삶이 될 것이다. 10년 전, 20년 전에 공부 한 대학학력만 가지고는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는 정보홍수가 넘실거리는 현대사회엔 아무 쓸모가 없다. 그 때의 지식은 이미 낡은 것으로 용도폐기된 것이 많다.

꾸준히 새로운 공부를 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공부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소중한 나의 인생을 아무렇게 살면서 자신을 천대하는 어리석음이 있어선 안 된다. 50대 후반에 은퇴를 하면 그 나머지 긴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반기 인생품질이 달라진다.

한완상 전 부총리도 은퇴후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것을 조언한다. 한 제자가 고위공무원으로 58세에 은퇴를 했는데 한동안 심사숙고한 후 그 나이에 의과대학을 가기로 했다고 하더란다. 5, 6년 공부를 하고 앞으로 20년, 30년을 사회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보람 있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결정을 했다고 한다. 한 전 부총리는 흔쾌하게 그 사람에게 추천장을 써 주었다고 한다.  

자기 인생을 아무렇게 산 사람이 성공을 할 수는 없다. 사업에 성공한 1600여 명의 CEO를 조사해 보니 모두들 그 바쁜 틈새에 끓임 없이 공부를 한 사람이라고 한다. 어느 신문을 보았는데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그 바쁜 대통령 일과에도 일 년에 약 200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도 틈만 나면 책을 읽어 새로운 지혜를 다듬어 사업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시형 박사는 ‘생애 현역’사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78년까지만 해도 은퇴노인을 70세로 했지만 86년부터는 연령차별을 완전 폐지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도리어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도 2010년에는 정년퇴직 제도를 완전폐지하고 ‘생애 현역’사회로 전환했다. 

앞으로는 학벌이 아니라 평생교육을 신조로 삼는 사람이라야 새로운 지식을 겸비한 참된 지성인이 된다. 옛날에는 대학 4년 학력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은 시대가 이미 다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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