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빨리 일할 회사를 구해야 합니다
지갑 속의 아들 사진을 꺼내 봅니다
내일은 꼭 마음씨 좋은 사장님과
편한 일에 월급은 많고 일요일마다
쉬는 회사를 찾아야지….
한국에 그런 회사는 없다는 걸 압니다
알면서도 찾고 있는 나는 바보같습니다

나는 네팔 사람 타망입니다. 한국에 E-9(고용허가제) 비자로 들어와서 일한 지 2년 정도 지났습니다. 지금은 평택에 있는 외국인복지센터의 쉼터에서 잠깐 있습니다. 회사를 구하고 있는데 잠 잘 데가 없어서입니다. 먼저 있던 회사는 일이 너무 힘든데 월급은 적어서 계약기간 끝나고 사장님에게 옮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사장님이 사인을 해 줘서 노동부에서는 세 달 동안 회사를 구할 시간을 줬습니다.

오늘은 아침 6시에 일어났습니다. 먼저 제일 가까운 평택노동부를 가기로 했습니다. 9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벌써 외국인들이 여러 명입니다. (아! 나도 외국인이지) 순서가 되니 노동부의 선생님은 알선장을 뽑아 주었습니다. 오늘 알선장에는 회사가 13군데입니다. 3일 동안 유효합니다. 10일 정도 노동부를 돌아다니면서 웬만한 건 눈치로 압니다. 문제는 한국말입니다. 얼굴 보고 얘기하면 잘 알아듣는데 왜 전화로 하면 더 어려울까요?

한 군데씩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8곳은 ‘구인 끝났어요’입니다. 다음은 네팔 사람은 안 된다는 데가 두 군데입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팔 사람들을 싫어하는가 봅니다. 아니면 어느 나라 사람을 구하는지 알선장에 써 주면 좋겠습니다. 겨우 두 군데가 말이 통해서 회사로 오라고 했습니다. 한 곳은 포승공단이라 찾아갈 수 있는데, 한 곳은 서탄면 어디인데 복잡했습니다. 그래도 두 군데나 가 볼 곳이 있어서 일단 오늘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전화하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휴, 근데 제대로 한 건지는 잘 모릅니다.)

포승공단을 먼저 갔습니다. 경비실에는 무서운 경비아저씨가 있습니다. 한국에 경비아저씨들은 거의 무섭습니다. 알선장을 보여주니까 전화를 했습니다. 큰 공장인데 여기저기 돌아서 어떤 곳으로 갔습니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는 조그만 곳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자동차부품회사고, 주간야간이고, 기숙사 있고, 밥 주고, 열심히 하면 150만 원 넘는다고 빨리 빨리 말했습니다. 일하는데도 보여줬는데 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네팔 사람은 보이지 않아서 물어볼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시 버스를 세 번 타고 오산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두 번째 회사에 갔습니다. 2층에 있는 사무실에 갔더니 경리아줌마가 다음에 전화하고 오라고 했는데 왜 왔냐고 했습니다. 아까 전화할 때는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지 않은데. 역시 나 한국말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지만 담당자가 없어서 오늘은 안 된다고 합니다.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공장만 살짝 구경했는데 좋아보였습니다.

다시 오산으로 나오니까 4시가 넘었습니다. 빨리 전철을 타고 천안노동부로 갔습니다. 다행히 천안노동부 문 닫기 전에 알선장을 받았습니다. 천안노동부에서 네팔친구들 두 명을 만났습니다. 처음 보는 친구들이지만 반갑습니다.

친구들하고 얘기하다가 8시 넘어서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한 명씩 아침에 헤어졌던 친구들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회사 구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늘 쓴 돈은 택시비까지 3만2500원. 점심도 안 먹었는데. 빨리 회사를 구해야 합니다. 지갑 속의 아들 사진을 꺼내 봅니다. 매일매일 보는 우리 예쁜 아들입니다.
내일은 꼭 마음씨 좋은 사장님과 편한 일에 월급은 많고 일요일마다 쉬는 회사를 찾아야지…. 한국에 그런 회사는 없다는 걸 압니다. 알면서도 찾고 있는 나는 바보같습니다.

(이 글은 한글을 쓸 줄 모르지만 한국어는 약간 하는 타망씨의 얘기를 3시간 동안 받아쓴 것이다. 타망씨는 지난 8일 취업에 ‘성공’했다.)

구술정리: 김우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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