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 대추리 찾아온 한신대 농촌활동 학생들

피뽑기 김매기 피곤한 몸 흔들면서 어르신들 위해 춤도 추고 

스물여덟 명의 한신대 학생들이 농촌활동(농활)을 위해 대추리를 찾은 것은 지난달 24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논에서 피 뽑기(피 서리), 밭에서 김매기 등을 하며 농민들의 일손을 도왔다. 학생들은 농활의 마지막 날인 30일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를 준비했다.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난간마다 걸려 있는 형형색색의 티셔츠들과 몸빼바지 그리고 노란 고무장화들. 긴 장마 끝에 잠깐 비친 햇살에 농활 학생들이 빨랫감을 널어놓았다. 예쁜 옷만 입고 다녔을 그들이 빨간 티셔츠에 풍덩한 몸빼바지를 입고 생활했을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마을회관 안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 춤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열두시 반이 지나자 어르신들이 하나 둘 느릿한 걸음으로 고소한 닭칼국수 냄새가 가득한 마을회관으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김석경(83)씨는 “성환과 아산까지 트럭을 타고 가 논에서 피를 뽑아 줬다”며 “학생들이 농사에 큰 도움이 됐지”하며 미소를 지었다.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닭칼국수가 가득 든 그릇을 어르신들 앞으로 나르며 연신 땀을 흘린다. 일주일간을 논에서 피 뽑기, 밭에서 김매기, 감자 수확 등을 함께 했던 대추리 주민들을 위해 학생들이 점심 한 끼 식사를 나누고 농활을 마무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순금(78)씨는 “학생들이 놀아야 되는데 이렇게 와서 일도 하고 이렇게 칼국수까지 해 줘서 어쩐데”하며 고마워했다.

학생들은 분주하게 육수를 떠다 나르고, 국수를 삶아 그릇에 예쁘게 담아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뽀얀 닭 국물이 도시에서 온 학생들의 피부색 같다. 무더위에 학생들은 손부채를 부쳐가며 정성스레 마을 잔치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어르신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온 돼지고기를 볶아내고, 국수를 삶아오자 어르신들은 푹푹 찌는 날씨에 뜨거운 국물이지만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로 그간 고생했던 마음을 나눈다. 잔을 부딪칠 때마다 외치는 것은 “대추리를 위하여!!”
학생들은 오히려 장맛비로 생각만큼 일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여주현(20) 학생은 “장마철이라 일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어 평소에는 힘든 일들을 어르신들이 하신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의 식사가 끝나자 학생들은 대추리에 도착한 첫날부터 어르신들을 위해 연습한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처음처럼’, ‘해보는 거에요’ 등의 민중가요를 부르며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하나같이 빨간 티셔츠에 몸빼 바지를 맞춰 입고 어르신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니 아이돌 가수 부럽지 않다. 어르신들은 연신 박수를 치며 “잘 하네 잘해”하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학생들은 농활을 통해 농촌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했다며 엄지를 높이 쳐든다. 김효연(20) 학생은 “논에서 처음으로 일을 해 봤는데, 피 뽑을 때 햇빛이 강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새참을 먹는 것과, 그늘에서 쉬는 것, 트럭 뒤에 타고 달릴 수 있는 것은 시골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7박8일 동안 대추리에서 머물며 일손을 도왔던 농활대는 7월1일 서부문예회관에서의 해단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2년 째 농활을 통해 대추리를 찾은 마을대장 박순빈(22) 학생은 “농활은 단순히 농촌활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학생연대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라며 “농민들과 함께 연대를 갖고자 농활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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