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평택 생태연구가 김만제 교사

평택에 볼게 뭐 있냐는 물음에
산업체나 위락시설 말고도
꼬리명주나비 서식지가 있다며
어깨 펴고 답하는 그날 기다린다

평택의 자연생태나 환경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을 찾으라면 단연 김만제(53)씨다. 요즘 세대 용어로 말한다면 ‘종결자’ 되시겠다.

그의 활동 덕분에 덕동산에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와 보호시설이 들어섰고, 진위천에서는 아름다운 꼬리명주나비를 볼 수 있게 됐다.

또 마을터가 미군기지에 수용되면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산 대추리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와 희귀 보호종인 금개구리를 발견해 보호를 역설한 이도 김 교사였다.

그는 20여 년간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그 세월만큼 평택의 산과 들을 누비고 다녔다.  그 결과물이 평택의 자연에서 만나는 세상 시리즈 <평택의 풀꽃세상>, <평택의 곤충세상>, <평택의 나무꽃세상>이다. 이외에 <평택의 외래동식물>, <평택의 야생동물>, <평택호 물줄기 따라잡기>, <통복천> 등의 자연생태 조사 자료집도 발간됐다.

김 교사 덕분에 평택시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 함께 사는 동식물을 잘 알게 되었다.

또 평택시에는 높은 산도 멋진 숲도 없어 세상에 내보일 것이 없다며 주눅 들던 시민들도, 목에 힘을 주게 됐다. 평택시는 다른 지자체에 ‘우리는 이렇소’하며 내보일 것이 생겼고, 교육기관은 내 고장의 자연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교재를 얻게 됐다. 

그의 연구는 ‘물속세상’ ‘조류세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김 교사는 환경 관련 강좌나 행사, 봉사활동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인터뷰 중에도 한 교회 도서관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학교 강의가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자연생태에 대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분들을 때마다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도 김 교사다. 그의 활동에는 늘 학생들이 함께 한다. 교사라는 이유도 있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자연을 알게 되면 아는 만큼 평생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옛말처럼.
김 교사가 평택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졸업 후 1991년 한광중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다. ‘생태연구가 김만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는 현재 한광여자중학교에서 기술·가정 과목을 가르친다. 서울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에서도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교사로 부임하면서 경남 양산 고향의 어린 시절 김만제가 되살아났다. 초등학교 때 학교 앞이나 시장에서 팔던 병아리, 새는 물론, 개울가에서 개구리, 민물고기를 잡아와 하루 종일 지켜보며 놀았다. 중학생이 되면서는 아예 마당 한 켠에 닭, 새 등의 사육장을 지어 온갖 동물을 키우기도 했다.

교사로 부임해 처음 한 일도 학교에 식물체험장, 사육장을 만들고 학생들과 함께 운영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함께 평택의 산과 들을 뛰어 다녔던 문혁, 문범 두 아들은 고등학교를 나와 차례로 수의학과로 진로를 결정했다.

평택 토박이 보다 평택을 더 사랑하는 김 교사. 오십 중반의 그에겐 아직도 하고 싶은 꿈이 넘쳐난다.

“평택의 생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저술활동도 남아있고요.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 학습장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태지도를 만들어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시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시급합니다. 지금도 평택의 소중한 자원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특히 꼬리명주나비를 평택의 대표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몇 년 전부터 현대자동차가 주도해 부산시이나 울산시 등에 ‘꼬리명주나비’ 복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유 있으면서도 우아한 날개짓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나비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나비의 으뜸으로 치는데 평택이 다른 도시보다 이 나비를 먼저 발견했습니다.”

‘평택에 볼 것이 뭐 있나’라고 할 때 거대한 산업체, 위락시설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비서식지를 보여 준다면 요즘 말로 지자체 ‘격’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김 교사는 최근 한 시민단체로부터 ‘아름다운 시민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단체는 김 교사를 ‘오랫동안 평택의 자연생태를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생태계를 시민에게 돌려준 생태교육연구가이자 생태환경운동가이며 평택의 보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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