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문인협회 ‘생태 시’ 연재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오래전 개펄이었던 나는
한동안 썰물과 밀물을 경작했지요
바람 부는 날이면 갯비린내가 출렁이고
서쪽의 방언이 잔잔한 물결처럼 들어차곤 해요
한때는 임자없는 땅이라고 양팔과 다리를
잡아당겨 귀퉁이가 조금 헐기는 했지만
해마다 늘어가는 주름덕분에 꽤 비옥해진 걸요
켜켜이 주름진 이랑마다
빗살무늬보다 아름다운 눈부신 기억이 촘촘해요
그러고보니 늙는다는 건
평생의 지식이나 경험을 파종하는 것
하루종일 내리쬐는 햇살을 복사하다보면
적절한 경계를 배우기 마련이죠
조만간 내 가슴에 콘크리트 절망이 낙관처럼 찍힐 걸 알아요
재개발 붉은 현수막이 잔뜩 바람 든 공처럼 펄럭거리고
혹 마음의 마디마다 상처를 내는 건 아닌지
멀리 에둘러 오는 당신, 벌써 눈자위 붉게 번지고 있네요
이력을 풍화시키기에는 묵정밭 망초만한 게 없잖아요.
최 재 영
-2005년 강원일보, 한라이보 신춘문예 당선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 창작지원금 수혜
-2010년 시집 <루파나레라. 천년의 시작>
-평택문인협회 시분과 위원장
-시원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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