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문인협회 ‘생태 시’ 연재

산허리가 뭉텅 잘리고
그 아래께 우리 고추밭이 사라지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토막난 채 뒹군다.
거인나라 공룡 같은 포크레인이
마구 헤쳐 놓은 황토 위론
덤프트럭 바퀴자국이 어지럽다.
아파트 몇 동이 들어설 거라는데
동네가 크게 발전할 거라는데
나는 하나도 좋지 않다.
할머니 무덤가의 할미꽃이
마지막을 점친 듯 고개를 더 떨구고
민들레가 납작 엎드린 채 바르르 떠는 봄
바람도 놀러왔다 변해 가는 모습에
뒤돌아 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아, 아! 다신 볼 수 없는 재 너머 풍경
어쩔거나?
마음에나 꼭꼭 담아둘 수 밖에.
되돌아서는 발걸음이 천근 같다.
이해복
- 월간문예사조 신인상 수상(1996)
- 국제 PEN클럽 한국본부 회원
- 한국문인협회 평택시지부 회원
- 한국아동문학회 호원
- 평택아동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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