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문인협회 연재 ‘생태 시’

입춘이 지나는 대지에
생기(生氣)의 빛이 내리자
나무들도 생장점을 점검하고
새들도 쌍쌍이 날아
둥지 틀 나무를 기웃거리는
겨울의 막바지
오래된 미루나무에서는
까치들의 활공 원무(圓舞)가 끝나고
보금자리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겨울을 거치는 동안
폭풍이 재단한 설화 드레스를 입었던 나무들도
제 무거운 잔가지 옷들을 털어낸 오후
해산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마을에
오색 연기 폭죽이 터지고
붉은 포크레인이 웅크리고 앉아 있어
까치 한 쌍은 제 목소리조차 내질 못했다
그날 저녁부터 내리는 봄비는 처량한데
둥지 튼 미루나무는 보이질 않았다
활공과 선회 비행을 하며 찾고 있으나
오호라, 웬걸. 둥지 튼 미루나무는
제 몸속에서 뿜어낸 하얀 톱밥을 흘리며 쓰러져 있다
암 까치는 허공에서 산통을 시작하고
참새들이 웅성거리는 곳으로 내려가
딱딱한 돌덩어리 하나를 낳았다
참새들이 비웃으며 포로롱 날아갔다.


진 춘 석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월간 시문학 등단(92)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평택문인협회 회장
- 한광여중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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