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리 가슴속에 살아남아 평택농악 울리는 한 영원히 사는것

큰 별이 떨어졌습니다. 밤하늘을 빛내는 별들 치고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당신의 별은 진실로 밝고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별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허위허위 달려가 다음 생을 예비하는 당신 모습을 뵈었지요. 마지막 숨을 끌어 모으던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당신과 함께 했던 수많은 지난 세월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태어난 집은 아니라고 하지만, 당신께선 평생을 오직 한 집에서 이사한번 가지 않고 살다 가셨지요. 그건 어쩌면 당신께서 살아오신 모습과도 닮은 듯 합니다. 그랬습니다. 당신께서 평생을 오직 한 집에서 사셨듯 당신의 삶 또한 오직 한 길이었습니다. 때론 힘이 들과 때론 어려워서 가보지 않은 다른길을 넘겨 볼만도 하건만 당신은 외골수 한길만을 묵묵히 걸어 오셨습니다.

참으로 당신께선 타고난 잡이였습니다. 어렸을적 이것저것 다 두들겨 대는 통에 집안에 제대로 된 그릇이 남아나질 않았다지요. 어깨 너머로 배운 쇳가락이 어른들의 솜씨보다 뛰어나서 나이 16세에 벌써 마을의 상쇠를 하셨다구요. 그리하여 약관 20세에 시작한 전문연희패 생활이 결국은 당신의 평생 직업이 되었지요.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전문연희패가 사라져 가던 무렵, 당신의 평생 업을 다시모아 마지막으로 만든 것이 바로 평택농악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평택농악의 역사가 되었지요.

평택농악에 대한 당신의 사랑은 정말 각별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든 평택농악을 살리고 이어나가고자 당신께선 늘 우리에게 엄격하셨습니다. 그 엄격함은, 물론 당신 자신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번은 무동을 타고 12발을 돌리다가 실수로 떨어져 기절을 하신적이 있었습니다. 한참만에 정신이 든 당신께선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 길로 다시 일어나 공연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 호된 시집살이에 우리는 때로 원망도 하였지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알고 있습니다. 그 엄격함으로 온몸을 바친 당신의 희생이 바로 평택농악을 지켜온 버팀목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엄격함 뒤에는 당신의 따스한 마음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몇 해전, 당신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평택농악의 책임을 넘기던날, 당신의 눈에 흐르던 눈물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그것 평택농악에 대한 여전한 애정과 이제 당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안도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별 하나가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맛보고 있습니다. 아니 이건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당신을 보내느라 정신없던 이 시간이 가고 나면, 문득 문득 휑한 가슴 텅빈 마음에 스산한 바람이 불지도 모릅니다. 사무치도록 당신이 그리워 눈물이 내가 되어 흐를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도 또각거리던 당신의 쇳가락이 메밀꽃처럼 흐드러지던 당신의 장구소리가 눈가에 아련할지 모릅니다. 당신께서 불러 주시던 애절한 회심곡 한 자락이 몇 시간이고 귓가를 떠나지 않고 온통 울려 댈지도 모릅니다. 구성지게 잘도 넘어가던 당신의 고사소리가 쇳소리의 여운에 실려 밤새 머릿속을 맴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디 이제는 편안히 눈감으십시오. 당신을 향해 발돋움하는 수많은 저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당신의 악기소리가 당신의 고사소리가 저들에게서 들리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당신은 가셨어도 가신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별은 떨어졌어도 떨어진 게 아닙니다. 당신의 소리는 저들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남아 하늘을 울리고 땅을 진동시킵니다. 당신의 빛은 이 공간을 지나 저 세월너머까지 빛을 이어갑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당신은 영원히 사시는 겁니다. 평택농악이 울리는 한 당신은 그 가락 속에 뚝뚝 묻어나 끝없이 퍼져 나갈 것입니다. 부디 평안하십시오. 2002년 6월 2일 평택농악보존회장 김용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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