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란 국제여자태권도대회 일반품새 장년부 우승 기염

4층에서의 추락사고로 인한 전신골절로 3년 넘게 치료를 한 후 5급 장애 등급을 갖고도 국제여자태권도 대회에 참가, 일반품새 장년부 1위를 한 여성이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화제의 여성은 평택시 서정동에서 세계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 설성란(38세).

설성란 관장은 지난 4월 중순 대한태권도협회와 경주시가 주최, 경주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경주국제여자태권도 오픈대회'에서 일반품새 장년부 1위를 차지해 당당하고도 자신있는 한국 여성의 힘을 보여준 본보기이다.

그녀의 외모는 165㎝의 키에 몸무게가 59kg이지만 상당히 갸날퍼보이는 몸매와 우락부락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애띠고 아름다운 미모를 갖고 있다. 어디를 봐도 태권도 관장이라는 냄새는 전해지지 않을 정도로 의외인 모습이다.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것은 완전히 오기. 초등학교 5학년때 몸이 약하고 두들겨 맞고 오는 일이 잦아지자 부모님이 태권도를 권유했고 하면서부터는 어린 마음에도 오기가 생겼다. 남녀차별하는 것도 싫은데 태권도가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기는 풍토도 마음에 안들어 여자인 자신이 해보겠다는 오기였다.

설관장이 이번 국제대회에 도전한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고 그녀에게는 의미가 큰 대회였다. 93년 4층인 집에서 추락사고를 당해 전신골절을 당했다. 식물인간이다시피한 움직일 수 없었던 시간. 주위 사람들은 다들 설관장이 운명을 달리할 것이라는 말들을 했다고 한다.

3년동안의 고통스러운 재활의 시간들. 이후부터는 재활치료를 더해야 된다는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자신 스스로 재활치료를 해왔다. 96년 태권도장을 차려 약한 강도에서부터 난이도가 있는 자세까지 초보자인 제자들과 함께 똑같이 연습하면서 재활치료를 해왔다. 아직도 장애5등급 판정이 그녀에게 남아있다. 이번 대회는 발바닥에 뼈가 튀어나와 수술을 한지 한달 보름만에 출전했다.

38세라는 나이로 참가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도 했지만 이번 대회 참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간 좌절의 많은 시간들을 털어내버리고 싶은 심정에서였다. 자신이 "다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를 확인하고 싶었던 대회였다.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나서 설관장은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몸 전체의 부상을 다 딛고 일어섰다는 것, 내가 다시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사실에 정말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고통과 괴로움의 연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내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이라고 대회 수상장면을 더듬었다.

설관장은 자신이 어려움속에서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태권도의 힘이라고 전한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로 단련된 몸이었기에 전신골절 후 재활치료에서도 빠른 속도를 보일 수 있었고 태권도를 하다보니 정신력 또한 강해져 그 무섭고도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태권도 종목들중에서 자신의 실력이 특별히 처지는 것이 없다는 설관장은 겨루기, 품새, 체조, 격파 등 종목 골고루에 자신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항상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자신이 연마하면서 연구한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겸하고 3년전에는 바디빌딩 선수로도 등록했으며 올해는 국제심판 자격증을 따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을 관리해온 결과로 보인다.

설관장은 이번 대회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얻어냈다. 이제 이러한 자신감을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바르고 강하게'라는 세계태권도장 운영지침과 함께 심어주고 싶어한다.

26년째 태권도를 해오고 있는 설성란관장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교육한다는 것에 저는 반대 입장입니다. 왜냐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혼탁한 사회와 문화가 남발하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엄마의 어린시절 눈높이에 맞추어 알려주고 이해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자신만의 교육가치관을 갖고 계속 아이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이후 제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제자가 생기면 태권도장은 아예 맡기고 자신은 여성들을 상대로 건강관리체육, 여성호신술특별반 등을 운영하면서 맹렬하고도 의지가 강한 여성으로 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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