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시민단체들⑧ 평택평화센터-한보석 운영위원장 인터뷰

덕동산공원 맞은편 자락에 위치한 평택평화센터 사무실에서 한보석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 평택평화센터의 창립배경이 궁금하다.
= 평택평화센터는 지난 4년간(2003-2006) 평택을 뜨겁게 달궜던 미군기지확장반대운동의 소중한 성과물이다. 미군기지 확장계획이 발표된 후 당시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원회’는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였다. 그간 환경운동차원에서 추진되던 내셔널트러스트운동(National Trust)에 착안하여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의 땅을 구입하여 미군기지가 들어서지 못하게 싸워보자는 ‘평화지주모집운동’을 벌이게 된다. 마침 지역주민께서 미군기지 확장예정지 2000.3㎡(약605평)을 내놓으셨고 605명의 평화지주들이 기금을 조성하여 그 땅을 구입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토지수용에 응하지 않자 결국 정부는 강제수용하고 그 대금을 법원에 예치시켰다. 이 공탁금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기금의 사용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평화지주들이 모였다. 평화지주들은 우리가 비록 정부에게 강제로 땅을 빼앗기긴 했지만 이제야말로 미군기지 문제를 지역에서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한다며 평화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 주요사업은 무엇인가?
= 평화센터의 주요사업은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가지문제 특히 미군항공기로부터 발생되는 소음문제를 주요사업 의제로 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결국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미군기지 인근마을 16개소에 미군항공기의 소음, 진동을 자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자동측정기가 설치되었고 측정결과는 평택시청 홈페이지와 전광판을 통해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미군기지 인근지역 주민들의 소음을 완화하기 위한 소음방지 시설계획이 수립되어 조만간 방음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아직도 평택을 찾는 국내외 평화운동가들이 많아 미군기지 평화순례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엔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군기지 답사안내서를 3개국어판(영어, 일어, 한국어)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삶과 사회적 문제를 다룬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평화인권영화제도 올해까지 2회 진행되었고, 11월에 진행될 평화행진은 미군기지를 순례하며 노와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는 대추리로 자리를 옮겨 마을잔치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요즘 평택지역엔 미군범죄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데, 이 피해자들과 함께 권익을 찾기 위한 상담지원활동도 벌이고 있다. 미군범죄가 생기면 해결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만 자신의 침해받은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포기하면 안 된다.

- 소음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 군사시설지역 인근의 주민들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당해왔다. 미군기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면서 매향리 국제폭격장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음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 소송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소송이 진행되었다. 평택시민들도 소송 중에 있다. 더 이상 주민들의 불만을 누를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 때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지만 국내항공기에 적용되고 있는 법안과 차별되고 있어 또 다른 논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평화’하면 왠지 멀게만 들린다.
= ‘평화가 밥 먹여 주냐?’며 핀잔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한반도는 전쟁이 종결된 상태가 아닌 남과 북이 총을 맞대고 있는 정전상태다. 언제 어디서나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가 당장 돈이 되거나 밥이 되지는 않지만, 한반도에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면 남북이 국방비를 대폭 삭감할 수 있고, 분단으로 인한 사회곳곳의 불필요한 사회적 지출은 물론 주한미군에게 제공하는 천문학적인 예산도 줄일 수 있다. 이 엄청난 예산을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대학까지 무상교육은 물론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 그뿐인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적대적 가치, 미움의 가치가 좀 더 평화롭게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하는 컴퓨터게임의 90%이상이 총, 칼로 상대방을 죽이거나 제압하는 게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는 폭력이 습관화돼 버리는 것이다. 과연 이런 게임들이 왜 활개를 칠까 생각해보면 남북분단 상황과 관계가 많다. 이렇듯 평화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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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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