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쌍용자동차 노사문제가 어떻게든 타결이 되어 참 다행입니다. 쌍용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들 가운데,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는 한 유명인의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이 일을 통해 약자의 자리에 놓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또 약자의 반대, 혹은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고 더 따뜻하게 감싸 안아줄 마음을 기대하는 일은 현실에서 불가능하기만 한 일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읽는 동화에는 가난하고 힘든 이웃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 놓인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착하게 살아야 희망이 있다
사과나무밭 달님
권정생 동화집/ 김영진 그림

 

이 책은 1970년대부터 쓰기 시작해 1978년에 초판이 나왔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래도 모두 착하기만 한 사람들입니다. 그 시절 시골마을이라면 어디서라도 한 두 명은 만나볼 수 있을 우리 이웃들입니다.  
앉은뱅이 탑이 아주머니, 정신이 나간 안강댁, 그런 어머니를 돌보느라 장가도 못간 노총각 필준이, 전쟁 때 양반댁 옷을 한번 입어본 죄로 죽게 되는 따리골 할머니, 자기를 두들겨 팬 돌쇠를 되레 돈을 줘 지서에서 빼주는 문세아저씨, 문둥병이 걸리자 가족을 떠나는 해룡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새와 나무가 되는 갑돌이와 갑순이,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떠나는 달래 등 세상의 낮고 낮은 생명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입니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들어지기만 하는 슬픈 사람들이 불행과 어떻게 맞서는 지 보여줍니다. 그저 착하게 순응하기만 하는 주인공들이 가슴 답답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더 착하게 살아야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남깁니다. 
이 책은 세상에 버림받고 놀림 받는 존재를 따뜻한 이웃으로 우리 곁에 불러놓습니다. 주위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것은 작가 권정생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소중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네 남매의 일기장 속 이야기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
김중미 글/ 유동훈 그림


이 책은 1990년 봄부터 2001년 4월까지 쓰인 네 남매의 일기장입니다. 이 일기책을 꾸리는 상미는 셋째입니다. 10년 넘게 살아오던 판잣집을 고치려고 들어낸 살림에서 찾아낸 언니, 오빠, 동생의 일기장을 들춰 봅니다.

 

“언니 일기를 보면 우리가 처음 만석동에 이사 왔을 때가 생각나고, 오빠 일기를 보면 우리 동네가 얼마나 재미있는 곳이었는지 다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일기를 보면, 그리고 동생 일기를 보면 슬픈 일이 더 많다.” (본문 6쪽)

10여 년의 세월 속에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직장을 잃고, 엄마는 우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누구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데도 언니 오빠는 진학이 좌절되고 맙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이웃들이 하나씩 집을 잃고 떠나가고 사랑하는 친구도 보육원으로 갑니다. 만석동 사람들이 불행한 건, 오로지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미는 이렇게 일기를 적습니다. “우리 동네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라고. 우리 동네가 없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이대로 있는 것을 소망합니다.
상미의 생각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가난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 하지만 그 생각을 온전히 지켜내기가 참 어려운 시절이 되어간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장은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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