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발행인
김기수
2008년 한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해 연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우리 사회는 변화에 대한 희망으로 새해를 맞는다는 기대감이 컸었다. 이명박 당시 당선자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넘어 선진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이념을 떠나 실용주의에 기반 한 정책으로 선진 복지국가를 건설하리라는 기대감도 국민들 사이에 높았다. 필자는 지난해 말 송년사를 쓰면서 노파심에 이명박 당선자에게는 국민의 선택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압도적 지지가 급격한 실망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와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국민의 선택에 부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제 한 해를 다시 마무리하는 시점이니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넘었다. 오늘 우리 사회의 연말은 지난해 말처럼 변화에 대한 희망으로 기대감이 넘치고 있을까?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올 연말을 희망 보다는 답답함과 불안, 혹은 짜증 속에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한다.

경제는 곤두박질쳐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데 정치는 날치기 강행통과와 결사항전이 맞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형국이다. 소위 ‘MB 악법’이냐 ‘개혁 입법’이냐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혹자는 양비론을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연말에,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답답하게 하는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는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과 정부 여당에게 책임이 있다.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인수위’ 시절부터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했고, 내각도 소위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채웠다. 이때부터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기대감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문제를 도외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촉발된 ‘촛불집회’, 절대적 다수 여론에도 집요하게 밀어붙인 한반도 대운하, KBS 정연주 사장 해임과 YTN 사장 측근 임명, MBC 피디수첩 수사 등 언론 장악기도, 영어몰입교육 실시 등 한 해 동안 끊임없는 반발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의 연속이었다. 대화와 토론, 설득과 협의과정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 붙이는 정책 추진을 두고 과거 ‘독재정권’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63.2%가 지난 1년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언론자유·사회적 평등·시민의 권리·인권 등 모든 면에서 민주적 가치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발 세계 금융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다. 경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내년은 올 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한다. 어려움을 극복할 국민적 통합과 고통 분담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위기 극복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물론 효과적인 경제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지만, 경제 정책이 국민 깊숙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가 우선돼야 하고 이는 결국 정책 입안자, 즉 정치와 정부에 대한 신뢰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다수의 국민들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평가한다면,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0퍼센트 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국회 파행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을 보자. 최근 언론사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의 80%가 쟁점법안의 합의처리를 요구했고,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대기업과 신문사가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61.1%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야의 극한적 대립도 지난 1년 여 간의 정국의 흐름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 협의나 합의 과정 없이 중요한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시한을 정해 놓고 강행처리하려는 여당의 태도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특히, 방송법과 신문관계법은 야당 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가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과 소위 조·중·동에 지상파 방송과 보도전문 채널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골자인 한나라당의 방송법과 신문법 개정안은 그대로 통과된다면, 더 이상 이 나라에는 여론 다양성을 언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과 이를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는 여론의 다양성을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인 것이다.

지난 1년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급격한 실망으로 변한 한해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기 전에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와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국민의 선택에 부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다시 한번 더 이명박 정부에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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