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갑(민세 안재홍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미군문제와 관련해서 분단 이후 오랜 기간 한국사회의 문화적 갯벌 역할을 해온 평택은 이제 시전체 면적의 10%를 미군기지로 내주고, 주둔 미군과의 적절한 동반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공존하면서 시민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켜나가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미군기지 평택이전문제에 가려 그간 크게 부각되어오지 못한 미군기지 평택이전으로 반환되는 평택내 미군기지터의 활용에 관한 문제를 심도있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북부의 의정부·파주·동두천을 비롯하여, 강원도 춘천·원주 등 전국적으로 수천만 평의 미군기지가 2008년 이후 순차적으로 반환됨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반환미군기지를 활용,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미 서울용산기지는 1990년대 초부터 반환이후 용산민족공원을 구상, 현재 추진 중에 있고, 부산도 “하야리아” 반환미군기지터 활용을 세계적인 공원설계가인 제임스 코너에게 맡겨 “비옥한 충적지”라는 주제로 시민공원을 조성하여 1910년~2006년까지의 부산의 역사를 기억하고, 미디어테크, 기념정원 등을 만들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평택도 규모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3개 반환예정미군기지,  특히 평택에서 반환되는 미군기지중 그 활용가치가 상당히 높은 국제평화도시예정지내의 미군 알파 탄약고(평택시 고덕면 율포리 소재, 약7만9천 평)를 평화적, 문화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반환 미군기지가 훈련장, 사격장, 부대터 등으로 부지를 중심으로 반환되는 것과 달리, 고덕 국제평화도시내 알파탄약고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장소성을 가지고 있기에 활용여하에 따라서는 평택의 문화적 블루오션전략과 장소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국내, 세계에 유일한 탄약고 활용공원으로 평택시민들이 찾고, 서해대교를 지나가는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알파탄약고는 우선 50년 가까이 보존된 숲과 길이 있으며,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27개의 탄약고 동을 활용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시민복지, 체험시설로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할 수 있어, 선진사회의 문화예술에서 핵심적인 흔적과 기억의 재생이라는 경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평화도시내 공원부지로 확보하기만 하면 예산의 투자가 많지 않은 가운데도 평택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수백만평의 미군기지가 추가로 제공되는 평택에서, 반환받는 미군탄약고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는 미군기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과 독일의 사례가 커다란 참고가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반환미군기지를 시민휴식공원(도쿄 우에노 공원), 시민생태체험공원(요코스카 태양의 나라), 어린이청소년공원(요코하마 장난감 나라) 등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독일은 옛 나토군 미사일기지에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랑겐파운데에션)을 지어 문화관광명소화 하고 있으며, 미군헬기장을 역사·생태공원으로 만들어 2005년 유럽건축대상을 수상(프랑크푸르트 머리스로사)한 사례등도 있다.

대체로 선진국의 경험은 미군기지의 흔적을 유지하고, 공간을 문화적으로 재생하는 전략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이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장소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환미군탄약고를 가능한 그대로 보전하고, 국제평화도시의 정체성에 적합한 평화교육의 장이자, 공간의 문화적 활용을 통해 평택의 도시 정체성을 높이는 기회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50년 가까이 보전된 생태 숲과, 27개의 탄약고 공간을 활용하여 시민을 위한 생태공원, 내부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미군기지역사와 흔적을 보여주는 박물관·기념물·공연장·미술관·평생학습관·전시관·체험관 등으로 꾸며 활용한다면, 국내외적으로 유일한 “미군탄약고문화생태공원”으로 제대로 된 공원하나 없는 평택에 새로운 명소이자, 시민들의 쉼터인 동시에, 국제평화도시의 도시의 정체성을 높이며, 인근 송탄관광특구· 평택호관광단지와 연계된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평택에 새로운 문화적 자부심으로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최근 도시문화전략에서는 “장소(place)"라는 개념을 중시하고 장소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여 도시를 알리고, 해당 지역주민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고 방문객을 유치하고, 투자자를 끌어 모으려는 전략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은 지역축제를 열거나, 역사인물을 알리거나, 자연사회환경의 장점을 홍보하여 도시이미지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장소마케팅(place-marketing)은 이러한 물리적 공간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혼과 정신이 담긴 곳으로 만들어 감으로써, 물리적 공간이 아닌 정서적 문화공간을 건설하여 지역의 장소성과 커뮤니티를 강화해 나가려는 지역사회개발의 문화전략이다.

  반환미군탄약고의 문화적 재생을 통한 장소마케팅 전략은 미군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도시문화에 새로운 자부심을 제공하는 발상의 전환이자, 미래지향적인 도시문화전략으로 향후 국제평화도시내 알파탄약고를 보전, 활용하기 위한 평택의 문화적 혜안이 더없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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