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112

▲ 김종훈(한미FTA 한국측 수석대표)
'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01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0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김종훈 한미FTA 한국측 수석대표가 ‘한미FTA의 성과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한미FTA 협상이 4월 2일 타결된 직후 해외 언론의 보도를 꼼꼼하게 살펴본 적이 있다.

우선 일본 언론은 ‘경계의 시선’과 ‘분발의 다짐’을 동시에 내비쳤다.

물론 미국 언론도 ‘긍정적 평가’가 다수였다.

특히 한국의 GDP 사이즈(규모)를 이색적인 방식으로 평가한 뉴욕타임스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구상 약 200개 국가의 GDP를 바텀(바닥)부터 합산해 올라갈 경우 118개 국가의 GDP를 모두 합쳐야 한국과 같다고 한다.

한국의 경제력이 급성장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는 또 있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을 주도하는 5개 국가의 땅덩어리(면적)와 머리수(인구)는 한국보다 각각 30배와 10배나 되지만 GDP는 우리보다 100억 달러 적다.”

김종훈 한미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협상 타결에 대한 해외 언론의 긍정적 평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의 서막을 열었다.

그는 “1970년대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3개월 동안 필리핀에서 연수를 했을 정도로 ASEAN 국가는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이 벤치마킹을 해야 할 선진적인 나라였다”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하는 추억도 소개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문(自問)하고 자답(自答)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1위 교역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경제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그 질문이라면,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대외지향적 경제정책을 취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가 그 답변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980년대를 풍미했던 ‘민족경제’라는 종속이론이 여전히 살아남아 한미FTA 반대이론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종속이론은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는 대외의존도가 70%나 되는 한국의 밝은 미래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과 발전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개방과 통합에 대한 책임감을 동시에 가져야 할 것이다.”

김 수석대표는 한 동안 한미FTA 반대세력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어서 그는 “본문 500페이지를 포함해 모두 3500~3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협정문과 부속서 등을 5월 말경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면합의는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것은 그가 비판론자 혹은 반대론자를 여전히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혀졌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미FTA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였다. 우선 대외적 요인으로는 △중국과 인도 등 후발주자의 추격 △1990년 이후 급속히 증가한 FTA 체결 △중국과 일본에 한참 뒤지는 미국 시장 점유율 등을 들 수 있다.

실제로 국가간 FTA 체결 건수의 흐름을 보면 1960년 3건, 1990년 27건, 1995년 60건, 2000년 102건, 2007년 3월 현재 194건이다.

칠레, 싱가포르, EFTA, 미국 등과 FTA를 체결해 4건을 기록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지각생에 불과하다(EU 21건, 칠레 20건, 미국 13건, 멕시코 13건, 중국 5건). 한국의 미국 시장 점유율(1995년 3.3%, 2005년 2.6%)도 중국(1995년 6.1%, 2005년 14.6%)이나 일본(1995년 16.7%, 2005년 8.3%)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김 수석대표는 대내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OECD 평균(2005년 1.6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출산(1970년 4.50명, 1990년 1.60명, 2005년 1.08명)과 고령화(노인인구 2005년 437만명, 2020년 782만명) 등 성장잠재력의 약화, 선진국을 가리키는 지표인 서비스산업의 후진성(GDP 비중 55.6%, OECD 평균 67.6%)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미FTA는 우리가 그런 질곡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대안이었다. 실제로 KORUS FTA가 출범함으로써 EU와 NAFTA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의 경제블록이 탄생했다. 아울러 EU와 중국과의 FTA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만약 중국과의 FTA가 성공하면 우리는 세계 3대 경제권을 연결하는 최초의 동아시아 국가가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법과 제도의 선진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의 기반을 마련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한미FTA 협상을 위해 27개 부처에서 약 270명의 인재들이 모였다. 아마도 전쟁을 제외하고는 가장 긴장된 분위기에서 치룬 국가 대사였을 것이다. 우리는 100점짜리는 아니지만 국익을 어느 정도 잘 반영한 협상이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상품양허(높은 수준의 개방) △농산물 양허(한국측 민감성 반영) △서비스/투자(선택적 분야에 단계적 개방) △기타 분야(제도 선진화 계기 마련). 김 수석대표가 한미FTA 협상 결과에 대해 짤막하게 표현한 총평이다. 그는 “미국 의회의 개입이 예상되지만 재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가 강연을 하던 바로 그날(10일), 미 의회가 자동차와 농업 조항 등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무역대표부(USTR)에 발송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 수석대표의 카운터 파트너인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바로 이 USTR의 2인자다.  

여의도통신=정지환 ssal@ytongsin.com

김종훈 수석대표의 이력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제8회 외무고시 합격
▲ 1974년 외무부 입부
▲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파견
▲ 주캐나다 참사관
▲ 외무부 의전담당관
▲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
▲ 외무부 국제경제국 심의관
▲ 주제네바공사
▲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 국장
▲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 외교통상부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
상훈: 홍조근정훈장, 녹조근정훈장

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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