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발행인 김기수
2006년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연말을 맞아 사람들은 지나 온 한해를 되돌아보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 설계를 합니다. 그 반성과 설계의 중심에는 항상 미래에 대한 희망과 ‘행복’이라는 두 단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행복을 설계하는 시간이 바로 세밑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매번 연말을 맞을 때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처럼 개인의 삶이 집단이나 조직, 나아가 국가가 처한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적은 많지 않습니다. 올 한해 부동산값 폭등으로 집 없는 서민과 젊은 가장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충격과 배신감을 되씹어야 했습니다. 갑작스런 한미 FTA협상으로 농민과 각계각층의 걱정과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의 문제는 프랑스나 먼 외국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바로 우리의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사회 양극화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는 서민 삶의 안정을 파괴할 뿐 아니라, ‘체제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원인이자 사태 해결의 당사자인 정치권은 지금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내년 대선 승리만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분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에 ‘희망’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개인이 아무리 행복해 지고 싶어도 날로 악화되는 사회 경제적 조건 속에서는 행복은 더욱더 멀어지게 될 뿐입니다. 필자는 며칠 전 서울에서 개최된 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한 경제학자의 강연 내용이 지금도 기억에 납니다.

매우 평범하기도 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말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내용이었습니다. ‘10대 90의 사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IMF 이후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이미 부유한 계층 10퍼센트와 가난한 계층 90퍼센트로 구조화, 고착화되었다는 것을 수치로 표현한 말입니다.

이 경제학자는 ‘10대 90의 사회’를 이야기하며, 우리사회가 ‘돈’과 ‘물질’로 모든 가치를 평가하는 물질페티시즘이 극성을 부리는 사회가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전쟁과 전국적 천재지변이 아닌 평상시에 지금처럼 물질에 집착하는 시기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 경제학자는 말합니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연말연시 새해 덕담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을 보고 전도된 물질만능사회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느꼈다면 과장일까요.

우리 사회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남들과 차별되는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더 많은 평수의 아파트를 구입하려 하고, 고급 자동차나 고급 브랜드, 소위 명품을 구입하려 합니다. 이러한 상품을 이 경제학자는 ‘위치재(位置財)라는 표현을 사용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렇게 물신화되고, 위치재에 집착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 이 경제학자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시민의 기본적 생활권을 국가가 보장해 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자구책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세계화,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게 일면서 국가가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시민이나 국민을 더 이상 보호해 주지 못하게 되자 시민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가의 보호 장치가 사라 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전개되는 살벌한 약육강식의 사회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말을 맞아 국민 개개인이 느껴야 할 행복지수나 새해에 대한 희망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조건에 크게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이야기 하려다 보니 다소 장황한 예를 들었습니다. 지난 한해 평택에 살고 있는 시민들 역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다양한 갈등으로 지역사회가 요동쳤고, 시장과 도지사, 시도의원을 뽑는 선거, 국제평화신도시니 18조 8천억원의 지역개발사업이니 하는 다양한 이슈들이 지역언론을 장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현안들이 평택시민들에게 과연 얼마나 많은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지 의문입니다. 올해는 지역적 논란거리 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 부동산가격 폭등, 교육 문제 등 국가사회적 이슈들이 평택시민의 마음을 더 크게 사로잡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며,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되어갈지, 내 미래는, 우리 가족의 생계문제는, 내 자식의 장래는 어떠할지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속에서 한해를 보냈으리라 생각됩니다. 
흔히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고 합니다. 객관적으로 계량할 수 없는 주관적 만족의 표시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요즘, 행복 경제학이 서구나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학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그 경제학자는 우리나라에서 ‘행복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간 주관적인 문제라고 느껴졌던 행복이라는 것을, 계량화, 수치화하고 더 높은 행복지수를 얻기 위해 국가정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올 한해 내 마음의 행복지수는 어떠했는지, 새해에는 더 높은 행복지수를 얻기 위해 내 자신 스스로 어떻게 변해야 하고, 지방정부와 국가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한번 숙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해 동안 평택시민신문을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 시민 여러분, 내년엔 부자가 되고 싶습니까, 행복해지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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