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자치부가 실시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해상 경계 설정 연구 용역에 평택항이 빠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용역은 행자부가 올 5월부터 총 26억원들 들여 내년 말까지 해상경계 논란이 일고 있는 전국의 11개시도, 78개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체계적이고도 광범위한 용역이다.

특히 이 용역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점에서다. 첫째 정부가 용역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평택시민에게 뼈아픈 아픔을 안겨준 평택항 경계분쟁에 대한 헌재의 판결(관습법에 따라 서부두 매립지가 당진군에 귀속된다는 판결)의 후속조치로 전국 분쟁지역에 대한 경계 설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이 용역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현재 불충분하게 되어 있는 해상경계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 분쟁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번 용역은 당진과 해상경계를 놓고 다투고 있는 평택 뿐 아니라 부산과 경남, 전북과 충남 등 바다를 사이에 두고 신설매립지 등의 경계분쟁을 겪고 있는 전국의 11개시도, 78개 지자체에게도 대단한 의미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2004년 9월 평택과 당진의 해상경계에 대한 권한쟁의 판결에서 헌재가 내린 판결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바다에도 관습법에 따라 경계가 있다는 것이고, 그 관습법의 핵심은 국립지리원의 지형도상의 해상경계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이러한 해상경계가 신생매립지 항만의 운영에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 해상경계를 지방지치법에 따라 변경하라는 것이다.

현재 평택시는 헌재의 판결 취지에 따라 첫 번째 판결내용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두 번째 판결내용에 따라 해상경계 변경을 위한 연구용역과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충남과 경기도의 해상경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입법청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용역의 대상에 평택항이 빠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결론적이고도 쉽게 말한다면, 평택과 당진의 경계분쟁에서 당진 측 손을 들어준 헌재판결을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립지리원의 지형도상의 지도에 따라 현재 건설된 서부두 뿐 아니라 앞으로 건설될 내항의 대부분도 당진군에 귀속시키겠다는 의미이다.

행자부의 이번 연구용역 계획서를 보면, 이번 용역에서 국립지리원의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을 경계선의 기준으로 설정하되 경계가 애매한 부분만 새로운 경계를 설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이번 용역결과를 토대로 바다의 경계에 대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는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 구역에 바다를 포함한다’는 명문규정을 신설하고, 개별지방자치단체별로 분쟁이 일고 있는 지역에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별법을 제정해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행자부가 헌재 판결의 두가지 핵심 중 항만운영의 효율성 부분을 도외시하고 일률적으로 과거의 지형도상의 경계를 기준으로 해상경계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용역에 평택을 제외했다는 점으로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심하게 말하면, 분쟁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은 최소한의 합리적 조정의 여지는 남겨두지만, 평택과 당진의 경우는 기존의 헌재판결에 따라 현재의 지형도상의 경계를 그대로 해상경계로 인정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평택시가 추진하고 있는 경계변경 작업이나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통한 입법청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추상적 가능성으로 본다면, 이번 용역에 제외돼도 이후 개별법 제정과정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미 행자부의 연구용역 결과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으로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헌재 판결의 두 번째 핵심내용인 항만운영의 비효율성이 심각히 노정되고 있거나 예견되는 상황에서 평택항이 해상경계 연구용역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결국 평택항 경계분쟁에서 평택의 영원한 패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 용역에 평택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평택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정녕 심각한 것은, 평택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평택시장은 무엇을 했으며, 지역출신 두 국회의원은 이번 용역에서 평택이 빠지는 것을 알고나 있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평택시민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평택시의회는 또 무엇을 했는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연구 용역 대상에도 포함시키지 못할 정도로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평택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강력하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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