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용산미군기지와 부평 캠프마켓 사례 톺아보기

2022년 11월 15일 한미연합군사령부의 평택이전이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한미연합사가 있는 험프리스 기지는 1467만㎡(444만평) 규모로 미2사단과 미8군사령부, 한미연합사 장병과 군무원, 가족 등 8만여 명이 거주하는 미군의 해외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군기지 주둔으로 평택에서는 크고 작은 미군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해왔다. 하지만 미군기지로 발생한 문제는 국가 간 조약에 따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적 권한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평택시가 시민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고 지켜내려면 지방자치와 주민참여를 어떤 방향으로 확립해 나가야 할지 모색하고자 취재를 진행해 6회에 걸쳐 게재한다. 네 번째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용산미군기지와 민관 협력으로 성과를 낸 부평 캠프마켓 반환 사례를 들여다보고 평택시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보았다.

 

온전한 반환 이루려면

정부 협조 이끌어내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용산미군기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용산미군기지

용산미군기지

25년간 기름 유출사고만 84건
정화해 온전한 반환 위해 노력
                vs
반환부지에 흙 15cm 이상 덮고
미래세대 위한 어린이정원 조성

2017년 4월 환경부는 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 오염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2016년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용산기지 안팎의 관정 54곳과 59곳을 각각 조사한 결과로 오염이 가장 심한 곳에서는 기준치의 670배가 넘는 벤젠이 검출됐다.

환경조사 결과는 소송까지 낸 시민단체들과 법원의 판결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환경부는 비공개로 일관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패소해 공개했다.

이 환경조사는 2001년 녹사평역 오염사고가 계기가 됐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의 지하수가 용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미군은 “기지 내 오염원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환경관련 기준에 따라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오염은 계속됐다. 기지 밖 오염 정화를 맡은 서울시는 근본 오염원이 미군기지 내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2013년 미군기지 내부에 들어가 오염실태를 조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미군이 이를 받아들여 조사가 진행됐다.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용산주민모임) 김은희 대표는 “기지가 위치해 있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주민과 서울시를 배제한 채 주한미군의 입장을 옹호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용산기지 환경오염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오염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용산주민모임, 녹색연합, 민변은 미국의 정보자유법(FOIA) 절차를 통해 ‘용산 미군기지 내부 기름유출 사고기록(1990~2015)’을 입수했다. 사고기록을 보면 해당 기간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는 총 84건이었고 이 중 3.7톤 이상의 유출 사고는 7건에 달했다.

오염정화를 위해 서울시가 나섰다. 조속한 정화 대책의 수립을 촉구했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지역주민 등이 참석한 포럼을 열어 SOFA 규정의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했다. 2020년 3월 ‘서울특별시 주한미군기지 및 반환공여구역 환경사고 예방 및 관리 조례안’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반환 후 문제가 있다면 정화하겠다는 ‘선 반환 후 정화’ 원칙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지면서 1년 만에 집무실 주변 부지 50만㎡ 반환이 이뤄지고 이곳에 ‘용산어린이정원’이 조성돼 지난 5월 4일 개방됐다. 전체 반환 면적 203만㎡ 중 21.8만㎡가 반환되는 데 10년이 넘게 걸린 것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다.

어린이정원을 개방한 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용산어린이정원을 개방하기 전 전문기관 시험성적서 기준을 통과한 흙(청토)을 15cm 이상 기존 토양 위에 덮은 뒤 잔디를 심었고 미군 반환기지 중 다이옥신이 발견된 일부 지역을 개방에서 제외했으며 벤조피렌은 콘크리트로 완벽히 차단했다”고 밝혔다.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김은희 대표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김은희 대표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다. 미군에 정화책임을 묻지도 않았으며 부지를 돌려받자마자 정화하지 않고 어린이정원을 조성해 개방함으로써 미군의 환경오염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김은희 대표는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민족의 아픈 역사가 있는 용산미군기지 터에 온전한 국가공원을 조성해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취지로 추진돼왔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기지 오염정화와 복원은 어떻게 할지,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민관 협의를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관해 적극 소통하는 자세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프마켓은 50만 인구가 사는 부평구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반환구역은 1단계 22만3000㎡와 2단계 21만7000㎡로 나뉜다
캠프마켓은 50만 인구가 사는 부평구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반환구역은 1단계 22만3000㎡와 2단계 21만7000㎡로 나뉜다

인천시 부평구

다이옥신 오염 1만 피코그램
시민참여위·공동조사단 구성
지자체·시민사회가 협력해 
정부의 전향적 협조 이끌어내 

2017년 12월 환경부는 반환을 앞둔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이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에 오염되어 있다는 현장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현장조사는 부평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요구로 시작됐으며 결과 공개 역시 시민단체 인천녹색연합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오염실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뤄졌다.

조사는 2017년 3월과 6~9월 두 차례 이뤄졌으며 33개 조사지점 중 7곳에서 전국 토양 평균농도 2.280피코그램(pg-TEQ/g)보다 높은 다이옥신이 검출됐으며 1만피코그램이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캠프마켓 다이옥신 오염 문제는 2011년 제기됐다.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롤의 고엽제 매립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부평미군기지에서 고엽제를 처리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것. 캠프마켓은 50만 인구가 사는 부평구 중심에 위치해 있어 주민 불안감은 고조됐고 시민사회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2011년 6월 ‘부평미군기지 맹독성폐기물처리 진상조사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4시간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인천광역시는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캠프마켓 주변지역 토양 6개 지점과 지하수 1개 지점에서 다이옥신 오염을 확인했다.

그리고 2011년 10월 24일 ‘인천광역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가 제정된다. 인천시·부평구 공무원과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전문가, 인천광역시 산하기관 관계자, 주민대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부평미군기지 시민참여위원회’가 구성됐다. 시민참여위원회에는 반환지역과 주변 지역의 계획의 수립·변경, 부지활용방안 등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국방부 등 정부와 캠프마켓 관련 협의를 진행할 때 반드시 시민참여위원회와 논의하도록 했다. 시민참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장정구 생태공간연구소 공동대표는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미군기지와 관련해서는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에 결정권을 주고 위원회에서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민관공동조사단도 꾸려졌다. 인천시가 조사단 구성을 위한 예산 3억원을 투입했고 2012년 6월 주변지역 1단계 환경기초조사, 2013년 환경부와 공동으로 2단계 조사가 진행됐다. 장정구 대표는 “공동조사단은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중앙정부에 요구사항을 발표하는 등 캠프마켓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며 “이는 인천시와 부평구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참여위원회·민관공동조사단 활동으로 축적된 지자체와 시민사회 역량은 정부의 전향적 협조를 이끌어냈다. 환경부와 국방부는 주민공청회를 열고 다이옥신 정화방안과 목표를 발표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시민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8년 10월 ‘캠프마켓 DRMO지역 다이옥신류 등 복합오염토양 정화를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민관협의회에서 정부와 시민사회는 다이옥신 제거 기준·방법을 논의하고 합의했다. 캠프마켓의 토양은 열적처리(IPTD)방식으로 정화하기로 했다. 다이옥신이 섭씨 335도 이상의 온도에서 흙과 분리되는 점을 이용해 800도 이상으로 열봉을 달궈 다이옥신을 떨어트리는 공법이다. 캠프마켓 내 미군군수물자재활용유통사업소(A구역) 지역(1만1000㎡)의 오염토양 정화작업은 2022년 완료됐으며 다이옥신은 평균 2.18피코그램 검출됐다.

 

시민참여위원회에서 활동했했던 장정구 생태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시민참여위원회에서 활동했했던 장정구 생태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장정구 대표는 “캠프마켓 다이옥신 정화는 시민참여위원회, 시민사회단체, 인천시, 부평구가 협력해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낸 모범적 사례”라며 “민관이 협력해 풀어나가야 할 미군기지 문제를 공유하는 논거를 만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주체가 해야 할 역할을 명확하게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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