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잊힌 문화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어가요”
15일 진행되는 임금님 만나러 가는 길은
가족‧이웃‧다국적민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공간
훌륭한 문화재가 있다는 것 확인하는 학습공간

[평택시민신문]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 2500개 가운데, 팽성 객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임금님 만나러 가는 길’이 지난해 대한민국콘텐츠 대상에서 우수프로그램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축제 소제가 참신하고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물론, 축제를 통해 시민들의 교류와 화합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그리고 올해 9월, ‘임금님 만나러 가는 길’이 다시 팽성에서 펼쳐진다. 이에 행사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문화기획사 ‘우리문화 달구지’의 경상현 단장을 지난 8월 31일 팽성 객사 앞에서 만났다.
‘임금님 만나러 가는 길’의 구체적 일정과 프로그램은?
9월 15일 토요일, 3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크게 퍼레이드와 망궐례 의식으로 구분되는데, 퍼레이드는 3시에 팽성국제교류센터에서 모여서 2km 이동하게 된다. 퍼레이드는 과거 실제 망궐례가 진행될 당시 지역 현감의 행렬모습을 재현한다.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주체는 일반 시민과 미군 등이다. 사전에 예약한 사람들과 당일 참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주최 측에서 준비한 전통의복이나 소품을 활용해 퍼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다.
퍼레이드 행렬이 팽성 객사 앞에 도착한 이후 망궐례 의식이 진행된다. 망궐례 의식에도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다. 다만, 과거의 모습과 격식을 그대로 갖추기 위해 망궐례 의식 참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의 취지는?
우리의 전통문화행사를 통해 가족과, 이웃과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진행해 왔다. 만남의 장에서 시민들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아가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이 문화를 바탕으로 교류하는 차원의 의미도 있다. K-6캠프험프리 미군부대 안에서 ‘임금님 만나러 가는 길’ 행사를 자체적으로 홍보할 만큼 미군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따라서 지난 행사보다 더 많은 미군과 그 가족들이 거리에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이는 한국과 미국의 화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행사는 ‘팽성 객사’와 ‘망궐례’라는 지역문화재를 청소년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나아가 지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행사에서 많은 분들이 ‘객사’가 뭘 하던 곳인지 몸소 알게 됐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다.
‘망궐례’와 ‘객사’라는 소재를 활용했던 이유는?
망궐례는 궁궐이 멀리 있어 직접 궁궐에 나아가서 왕을 배알하지 못할 때 객사에서 궁궐을 바라보고 행하는 예식이다. 이러한 예식이 우리 땅에서 중단된 지 100년이 됐다. 그 결과 객사가 뭘 하던 곳인지 지역 주민들도 알지 못하고 ‘망궐례’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 결과 팽성읍 객사가 외롭게 홀로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지역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미움도 받고 있었다. 이에 훌륭한 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생생문화재사업’을 알게 됐다. 해당 사업은 지역의 문화재를 활용해 교육‧공연‧체험‧관광자원 등의 행사를 창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이후 팽성 객사를 활용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업안을 마련해 평택시에 알렸고, 시에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여겨 시작한 것이 ‘임금님 만나러 가는 길’이 됐다.
주민주도형 행사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행사 당일 퍼레이드나 망궐례에 시민들이 참여한다는 것 이외에 준비과정에서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나?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행사 준비를 도와주고 있어서 감동할 때가 많다. 3년 전 처음 행사를 진행하려고 할 때 지역에서 치킨‧피자‧족발 등 각종 음식점의 사장님들과 배달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 특공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지금도 음식을 배달할 때마다 가가호호 행사 포스터를 전달하고 있다. ‘홍보 특공대’를 통해 우리 지역의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관리하고 지키는 ‘팽성읍 객사 지킴이’가 결성되기도 했다.
행사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과 그의 가족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영어 문의를 전문적으로 받는 사람도 필요했다. 이러한 일도 지역의 한 분이 자발적으로 맡아서 봉사를 하고 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전화를 주셔서 퍼레이드에도 참가하기 전에 행사에 필요한 봉사를 하겠다고 먼저 말씀해 주시고 있다.
행사를 준비하며 힘이 들 때가 많지만, 이렇게 시민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행사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기운을 얻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임금님 만나러 가는 길’을 기획했던 것은 평택시민에게 마르지 않는 문화적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로 3번째 행사를 맞이했다. 앞으로도 이 행사가 지역민 중심의 축제가 돼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전문 감독으로서 나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지역주민들이 행사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면서 더 많은 역할을 해 나가 온전히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는 행사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평택은 물론, 전국적으로 지역민들이 중심이 되는 축제가 곳곳에 생겨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