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음악도시 평택을 꿈꾸며 3

해금은 실크로드 국가 민족들의 공통의 정서 담긴 대표 악기
지영희 명인의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최초의 해금 독주곡
평택은 해금 통해 ‘국제 음악 도시’로 성장할 잠재력과 여건 충분

▶실크로드로 동서양의 문화교류가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세계 문화적 유사성을 보인다.

3. 실크로드의 악기 해금의 고장, 평택

문화가 더 풍성한 도시, 평택

평택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세계최고 규모의 반도체 산업단지, 세계최대 해외 미군기지, 국내 유수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평택항, 수서 평택간 SRT 개통 등 이미 평택의 발전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거대한 성장력을 가진 좋은 도시에 살고 있다. 그 뿌듯함에 고무되어 자칫 잊기 쉬운 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참된 성장이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두루 잘 사는 고장이 되는 것이다. 배부르고 즐거운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그 하나의 방안으로 ‘해금’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행복한 고장 평택이 되기 위해 우리 전통 악기인 해금이 어떻게 그 길을 열어줄 수 있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변형된 해금
징키스칸의 세계정복 당시 실크로드를 따라 각 나라에 해금이 전파되었다고 한다. 해금은 각 나라별로 모양과 재료가 달라져 결국 유럽 바이올린의 모태가 되었다.

세계의 큰 길, 실크로드를 따라 흐르는 문화

실크로드는 동서양으로 통하는 거대한 길이다. 고대 중국의 비단이 이 길을 통해 서방으로 전해졌다 하여 실크로드라 한다. 아시아와 유럽, 나아가 아프리카 세 대륙을 잇는 세계의 큰 길이다. 약 1500년 전부터 이 길을 통해 동서양이 서로 오고 갔다. 이 길로 각종 물자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등의 문화교류도 함께 이루어졌다. 실크로드의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 몽골, 중국, 네팔, 조지아,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우주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베트남, 스리랑카, 오만, 이란, 터키,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등이 있다. 이 나라들을 거점으로 동서양의 커다란 문화교류의 장이 형성되었다. 가령 조지아의 전통무용과 고구려의 무용총에 그려진 춤 모습은 매우 흡사하다. 조지아는 실크로드의 서쪽 가장 끝단에 있는 나라, 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이 나라의 전통무용인 ‘심디(simdi)’는 코카서스 산맥 오세티아 지역의 고산지대 계곡에서 젊은 남녀들이 추는 군무이다. 태양과 생명을 축원하고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으로 춘 춤이다. 놀랍게도 이 춤은 고구려 고분에 그려진 벽화와 그 의미와 동작이 매우 유사하다. 심디에 나오는 반주음악 중에 판두리라는 악기 또한 한국 옛 비파와 또 흡사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증거들이 있는데 그야말로 실크로드는 세계화의 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크로드 위 대표 악기, 해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려서부터 현악기의 대표급인 바이올린을 배운다. 허나 바이올린이 해금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해금은 6세기경인 당나라 때 요하지방 상류에 살던 해(奚)부족이 즐기던 악기였다고 한다. 징기스칸이 대제국을 건설한다며 세계를 누볐을 때 이 해금도 함께 전파되었다는 설이 있다. 우리에겐 고려 9년(1114년)에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와 지금의 우리 전통 악기로 자리 잡았다. 해금은 이리저리 떠돌던 유목민에서 유래했기에 외양부터 가볍고 작다. 누구나 품안에 쏙 껴안을 수 있다. 활대로 줄을 문지르면 작은 공명통에서 소리가 울려 난다. 그러니 그 소리가 우렁차고 좌중을 압도할 만한 스케일을 가질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해금은 독주로 쓰이지 못하고 항상 반주나 여백을 메우는 소리로 쓰였다. 하지만 걸인부터 시작해 궁중음악으로까지 정말 폭넓고 다양하게 쓰인 약방에 감초였다. 걸인이 구걸할 때 애잔한 호소를 더하기 위해 해금을 썼다. 무속인들이 굿을 할 때, 선비들이 풍류를 찾을 때, 궁중음악의 반주 때 등 두루두루 해금이 안 쓰인 곳이 없었다. 당시 우리에게 해금은 폭 넓고 인기 높은 악기였다.

 

해금의 고장 평택

평택이 이렇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까닭은 지리적 강점 때문이다. 예부터 사람들과 물자가 몰려들고 중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는 교통의 요지가 바로 평택이다. 특히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 위치한 우리나라, 그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교역이 닿는 곳이 평택이었다. 실크로드 위에서 각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적인 악기로 거듭난 해금이 평택에서 빛을 보이는 것 또한 평택의 지리적 이점이며 문화적 특혜이다. 그리고 또 하나, 평택이 해금의 고장임을 증명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민족음악 수호영웅, 근대국악의 아버지, 평택이 낳은 천재 해금연주자, 바로 지영희 선생이다. 본디 해금은 반주용으로만 쓰던 존재감 약한 악기였다. 이런 해금에게 독주곡을 만들어 주려했던 사람이 지용구 해금명인이다. 지용구 명인의 제자였던 지영희는 이후 해금 독주곡을 완성시켰다. 지영희를 통해 비로소 해금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단연 독주 악기로 재탄생했다. 그것이 ‘지영희류 해금산조’이다. ‘산조’란 쉽게 말해 오늘날의 ‘독주’라는 말이다. 그러니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지영희가 만든 해금 독주곡이란 뜻이다.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오늘날 해금연주의 정석으로 통하며 모든 콩쿨에서 지정곡이 되었다. 실크로드 위의 고장, 평택은 해금의 고장이다.

 

평택, 이미 해금의 낭만에 취하다.

요즘 해금은 대세 악기다. 전국 지자체 어디나 해금강좌가 개설되었고 인기도 많다. 소위 눈치 빠른 강남 엄마들은 자녀에게 해금을 가르친다. 외국 사립학교에 가서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같은 걸 하면 너무 개성 없고 주목도 못 받기 때문이란다. 서양에선 오리엔탈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금 같이 전통동양 악기를 하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해금이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해금 자체에 있다. 국악은 한의 정서라 했다. 특히 해금은 애절한 음색의 극치이다. 해금 현을 아주 느리게 풀어내면 사람의 긴 한숨 소리와 같다. 이제 현을 손가락으로 쥐락펴락하며 빠르게 풀어내면 촐랑대며 까불대는 아이처럼 천진하고 익살맞다. 해금으로 갓난아기 우는 소리, 닭 우는 소리, 강아지 짖어대는 소리, 파리소리 등 그야말로 세상 소리를 모두 담아 낼 수 있다. 듣는 이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할 수 있는 재간둥이이다. 평택에서도 이미 해금의 인기는 증명된 바 있다. 지영희 선생의 얼을 모셔놓은 평택호 ‘지영희국악관’에서 많은 해금연주회가 있었다. 국내 독보적인 해금 실력을 가진 연주자들이 전통음악, 퓨전, 해외 해금과의 앙상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다. 해금의 매력에 빠진 평택시민들의 요청으로 해금강좌도 개설해 ‘풍류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지영희 선생의 유족인 딸 지성자 명인이 지도를 하여 소위 전국 유일무이 고급강좌를 자청한다. 평택은 이미 해금의 낭만에 취해있다.

평택 고유의 문화 정체성, 실크로드 해금으로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로 날아간 해금, 세계적인 동시에 이색적 매력을 고루 갖춘 악기이다. 실크로드의 마침표인 동시에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평택은 실크로드의 대표악기 해금을 통해 국제음악도시로써 톡톡히 성장할 수 있다. 하나의 방안으로 해금을 소재로 실크로드 나라별 ‘국제해금교류전’을 열어 국제음악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이색 해금공연, 해금 뮤직비디오 제작 등 무궁무진하게 많은 평택 고유의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택의 많은 관광지와도 함께 충분히 연계할 수 있다. 얼마 전 수도사에서 원효대사 ‘오도성지 체험관’을 개관했다. 평택 수도사는 원효대사가 실크로드를 통해 당나라 유학을 가기 위해 잠시 쉬어간 곳이다. 원효대사의 유명한 해골물 일화가 생긴 곳이 바로 이곳 수도사다. 수도사 ‘오도성지 체험관’은 바로 이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평택호, 평택항, 수도사 등 실크로드라는 주제로 모두 크게 하나의 문화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 문화사업은 각자의 고유성과 전문성을 근간으로 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칼칼하면서도 애절한 해금 소리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이다. 지영희 선생의 얼을 받들어 실크로드 대표악기 해금으로 ‘국제음악도시, 평택’을 만들어보자. 그것은 후손인 우리평택시민들의 몫이 아닐까.

글 경기관광공사 오민아 작가

 

 

‘국제음악도시 평택’을 꿈꾸며 마지막 편 ‘국제음악도시 평택을 위하여’란 제목으로 다음 호에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연재순서
1편 한국 민속음악의 성지, 평택
2편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 평택
3편 실크로드의 악기 해금의 고장, 평택
4편 ‘국제음악도시 평택’을 위하여

 

2013년 가을부터 평택시와 충청남도 아산시가 공동 추진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평택·아산 창조관광 활성화 사업’이 2015년까지 평택호와 충청남도 아산 인근에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이 사업의 성과 가운데 하나인 지영희국악관을 매개로 경기관광공사와 1년간 ‘콘텐츠 개발’ 중심으로 사업이 더 진행되었다. 이 사업의 경기관광공사 평택아산연계사업단 과장으로 근무했던 오민아 경기관광공사 작가가 지난 3년간의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음악도시 평택을 꿈꾸며’라는 주제의 글을 본지에 기고해 왔다. 본지는 평택출신의 지영희 명인 등 소리 거장들과 평택호와 평택이라는 장소적 자원을 바탕으로 평택을 ‘민속음악과 소리’의 국제적 명소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이 기고를 평택시민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평택의 미래상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에 이 글이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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