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지역사회를 꿈꾼다 ②
입주자대표회의는 무슨 일을 하나요?
하루를 살아도 마을주민
입주민 스스로 시민공동체 의식 필요
각종 지원 제도 모르고…대표자회의 결정사항 주민들 잘 몰라
단지별 특성 맞는 맞춤형 공동체 매뉴얼 필요
자발적 참여․재능기부․공동체 활동가 발굴 등 필요
“입주자대표회의? 거긴 집주인들만 모이는 자리 아닌가요?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야 거기 낄 이유 있나요?”
공동주택, 즉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각종 규율과 주택관리 등을 위해 동별 대표자를 선출하고 동별 대표자들이 모여 아파트의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결을 하는 곳이 입주자대표회의다. 즉 입주자대표회의는 동별 대표들을 구성원으로 둔 대의기관이자 의결기관인 셈이다. 공동주택관리령 제10조 제3항에 의하면 “동별 대표자로 될 수 있는 자격은 당해 공동주택 단지 안에서 계속해 6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이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공동주택관리령에 의하면 모든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게 돼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도외시하며 관리소장과 관계된 사람들이나 참여하는 회의로 알고 있다.
그럼 입주민들은 왜 누구나 입주자대표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까? 정치인들은 왜 자연부락보다 아파트 민원을 소홀히 할까? 지역개발 관련 사업을 하는 김 아무개 씨는 “공동주택 동대표, 통장, 반장 선출할 때 실제로 주택 소유자만 자격이 된다는 생각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 아파트에 무관심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그런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선거 때 아파트 거주자들은 대체로 지역현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출마한 지역인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전국 이슈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표를 던진다. 반면, 정치인들은 선거운동을 하려 해도 사람들을 만날 수 없고, 표심에 영향을 행사하기 어려워 자연부락 위주의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입주민들이 지역사회 주민이라는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문화 가능한가?
공동주택 공동체 구성과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시설과 프로그램 등이 단지별 특성에 맞게 물리적이나 경제적 요소들을 고려하여 공급돼야 한다. 여기서 단지 특성이 반영된 공동체는 공동주택 단지의 역사와 경제적 수준, 자연부락과의 관계성, 입지조건 등을 포함함을 뜻한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입주민은 소유자와 세입자 모두를 포함하며, 하루를 살아도 마을주민으로 살고자 하는 의식이 입주민 모두에게 있을 때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활성화될 수 있다.
이때 공동체 활성화의 궁극적 목표는 공동주택 단지 안에서 시골마을처럼 서로를 알고 편안한 휴식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동체, 함께 더불어 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를 통해 공동주택을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평택지역 공동주택 단지 내에서 이러한 자생적 공동체 활동은 자연부락인 지역사회와 비교해서 도드라지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시킬 것인가?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전아연)의 평택시지회 김만섭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역량 강화가 해법이라고 말한다. “주민이 필요로 하는 공동체 활동과 그에 따른 교육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려면 동 대표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입주자대표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같은 단체 강윤석 사무국장은 동 대표들이 입주민들에게 어떤 안내를 하면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며 공동주택에서의 공동체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자발적인 공동체가 형성되면 좋겠지만, 동 대표들이나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우선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아울러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지원 범위를 다양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범위를 관이 구상하는 사업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 스스로 필요로 하는 공동체를 구성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럴 때 공동 관심사를 구체화시킬 수 있도록 공간과 재정 지원이 따라준다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평택이 꿈꾸는 지속가능한 공동체
신년 인사차 12일 본지를 방문한 공재광 평택시장은 “서울 같은 경우 아파트 공동체 사업으로 옥상정원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곳은 담배 피는 공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만들고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택에서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관련 논의가 잘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 시장은 공동주택 입주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통 공간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그런 자리를 통해 70% 가까운 시민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그 운영 결과와 평가는 어떤지 등의 자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입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기획한 프로그램을 행정이 지원하는 풍토가 만들어진다면 다양한 공동체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 참여와 재능기부, 과거 부녀회장과 같은 활동력을 가진 공동체 활동가 발굴 육성과 정보 공유는 지속가능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평택은 공동주택 공동체 운영 결과나 평가가 이뤄진 바가 없다. 단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동체 매뉴얼을 만들기까지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택이 꿈꾸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평택시민이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고기복 기자
princekgb@pttimes.com
‘핑퐁’ 소리에 꽃피는 이웃사랑

정기모임 꾸준하고 가족 야유회도 함께
비전경남아너스빌의 ‘공동체상품’ 기대
매주 수요일마다 탁구공의 경쾌한 핑퐁 소리와 함께 파이팅 열기가 뜨거운 곳이 있다. 평택시 비전동 소재 비전경남아너스빌(2009년 준공, 총 19동 903세대) 아파트 지하 체육관에서는 탁구를 사랑하는 주민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들고 자체 경기 및 관내 체육대회에 출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상하좌우 내 옆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게 아파트 주거문화의 특성이 되어버린 지금, 단지 내 주민들이 함께 호흡하며 같은 취미를 나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삶을 영위하게 됨은 물론, 지역사회적으로는 아파트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선구자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이들 회원들의 입을 빌어 ‘비전경남아너스빌 탁동’(비전경남아너스빌 아파트 탁구동호회- 이하 ‘탁동’)을 소개한다.
탁구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OK!
2010년 2월 창단된 이래 지금까지 해마다 정기 모임과 대회 출전, 야유회 등 꾸준한 활동을 해 오고 있는 ‘탁동’은 탁구 하나로 건강과 친목도모, 이웃사랑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창단 후 2011년까지는 회원들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기모임과 등반대회를 위주로 움직였다. 고성규 전 회장은 “탁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만으로 만들어진 동호회이다. 실력이 좀 모자란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탁구에 대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배려심이 있다면 우리 동호회 회원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 탁구를 아무리 잘 치더라도 동호회의 친목과 결속력을 해친다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며 ‘탁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부부 회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30명을 웃도는 회원들이 한 가족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등산 등의 야유회도 가족 단위로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한 번 움직이는 것도 연중행사라고 말할 정도라고.
이렇게 생성된 끈끈한 결속력을 기반으로 2012년부터는 자체 경기는 물론 경기도 내 지역 및 마을 친선 탁구교류대회와 평택시장배 탁구대회 참여, 평택시탁구연합회장배 대회 참여까지 활동 반경을 차츰 넓혀 나가고 있다.
탁구동호회 사무실,탁구로봇도 설치해
해를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는 ‘탁동’은 지난 2013년 동호회 사무실도 열었다. 회원들이 마음껏 모이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또한 같은 해 탁구로봇도 체육관 내에 설치함으로써 당장 파트너가 없거나 개인 훈련을 연마하고 싶을 때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탁구로봇이라니 좀 생소할 겁니다. 야구 연습장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더욱 쉬울 텐데요, 탁구공이 던져지면 그것을 받아 치게 되어 있는 연습용 기계를 말합니다. 아마 경기도 내 탁구로봇이 있는 곳은 우리 아파트 ‘탁동’이 유일할 겁니다.”
고 전 회장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자부심어린 얼굴 표정에는 웃음이 한 가득이다. 함께 자리한 노희경 신임회장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 한마디 잇는다.
“소박하게 시작된 것 같은데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곁을 함께 하고 있는 저로서도 너무 뿌듯합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2014년 출전한 평택시장배 탁구대회에서는 여성새내기부 우승(이경술 선수)을 차지하였고, 남녀전체가 1회전에 동시 통과하는 성과를 얻기도 하였다고. 유남규 전 탁구국가대표선수와 유승민 선수도 ‘탁동’을 방문, 회원들의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포인트 레슨과 함께 회원들과의 일대일 대결도 벌였다.
이렇듯 아파트 내 자생 아마추어 탁구 동호회임에도 적극적인 자세와 부지런한 추진력으로 개개인의 기량까지도 날로 성장하고 있는 ‘탁동’이다.
함께 한다는 즐거움이
라이프 스타일마저 바꾼다
“이렇게 자주 모이는 동호회도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에는 정기모임을 갖고요, 매주 수요일은 체육관에 모여 자유롭게 연습을 합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들로 산으로 강으로 가족들과 함께 소풍도 가고요. 자주 만나야 정도 쌓인다고 하는데 이렇게 자주 만난대서야 돈독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회원은 아니라는 강호철 비전경남아너스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옆에서 지켜봐온 지 3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동호회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남다른 의욕으로 똘똘 뭉친 ‘탁동’은 어느새 비전경남아너스빌의 자랑이 되었다고 말한다. 좋은 습관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탁동’의 열심과 성실은 아파트 내 체육관을 이용하는 일반 주민들에게도 상당한 긍정의 효과를 퍼뜨리고 있는 듯, 평일 체육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증가함은 물론 이용 연령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해지고 있단다.
“볼일 있을 때만 나오지 이웃들끼리 함께 모여 어울리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요즘 아파트의 현실인데, ‘탁동’같은 아파트동호회로 인해 차가운 아파트문화가 달달해져 가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탁동’을 궁금해하고 부러워하는 인근 타 아파트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단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딱딱한 아파트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개인의 삶도 보다 풍성하게 누리고 싶어하는 요구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것이 아파트문화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유, 아파트문화가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다양한 취미와 공감대 형성할 수 있는 ‘소통창구’ 늘려야
‘탁동’의 나비효과 기대
우물물이 콸콸 쏟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탁동’은 이 마중물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파트 동호회라고 하면 아직 생소함이 없지 않지만 ‘탁동’처럼 꾸준한 활동으로 지역을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소규모 다양한 모임들을 통해 아파트문화가 단절된 개인주의 문화가 아닌 이웃과 소통하고 나누며, 나아가 개인의 취미와 삶에 있어서도 개발과 함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신개념 공동주택문화를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젠 노 회장을 중심으로 30여명의 회원들이 만들어 갈 ‘탁동’의 미래가 아파트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나비효과’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본다.
탁구동호회 고성규 전 회장·노희경 신임회장
퇴근 후 2시간 흘리는 땀 일상을 즐겁게 해
혼자 아닌 ‘우리’가 만들어 가는 ‘탁동’
고성규 전 회장 부부회원들이 많은 우리 동호회는 대부분 직장인과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러다보니 퇴근 후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2시간 남짓 나눔의 시간을 갖습니다.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건강한 인생을 위해 나누고 협력할 때 아파트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은 어느 새 새로운 공동체문화에 자리를 내어 주게 될 것입니다.
노희경 신임회장 ‘탁동’은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습니다. 함께 운동하고 땀 흘리며 일상을 나누는 사이 우리들은 정말 친해졌습니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오히려 우리 동호회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할 것입니다. 올해는 동호회 회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에 든든합니다.
강호철 입주자대표회 회장
‘탁동’이 비전경남아너스빌의
‘공동체상품’ 되어 주길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3년째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호회가 바로 ‘탁동’입니다. 처음 결성된 때보다 지금이 훨씬 활발해진 것은 물론이고 갈수록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지요. 이들만 보면 아파트는 더 이상 폐쇄된 공간이 아니지요. 예전에는 퀼트와 요가 동호회도 있었어요. 하지만 회원들간의 관계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자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지속‧성장시키는 것입니다. 비전경남아너스빌의 랜드마크가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김은혜 기자
mgracekm@pt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