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덕면 대안리 기산리 일대
대규모 폐기물시설 설치계획 발표를 보면서
지난 5월 14일 평택시는 평택시의회와의 간담회에서 ‘평택시 환경복합시설 계획 수립 용역’ 보고를 통해 평택호에 연접한 현덕면 대안리, 기산리 일대에 대규모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계획을 공개했다. 생활폐기물과 산업(지정)폐기물을 동시에 처리하는 소각과 매립시설은 축구장의 50배에 달하는 면적에 현덕면의 중앙 위치이다. 가히 평택시 서부지역의 ‘랜드마크’라 할 만하다.
5월 31일 이장단협의회와의 ‘주민설명회’도 거부되고, 6월 3일 현덕면 단체장협의회와의 설명회도 무산되었다. 입지 대상지역 주민은 물론 현덕면 일대, 평택시 전체가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50년간 기대를 안고 재산권 제한 등 수많은 피해를 감내하며 지역을 지켜왔던 주민들에게 기가 막힌 폭탄 선물이다. 평택호관광지 개발 무산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폐기물시설 입지 계획을 공개했다.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있는 동안 이 곳은 평택에서는 가장 저렴한 땅값으로 개발업자들, 폐기물산업 업자들이 손쉽게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었다.
예정부지인 평택호에 인접한 대안리, 기산리, 권관리, 신왕리 일대는 평택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 보전하고 있는 마을들이다. 평택시 경계 약 200Km 걷는 둘레길인 평택섶길의 비단길코스인 이곳은 관내는 물론 전국 대부분의 길을 경험한 외부 걷기여행 참가자들도 한결같이 감탄하는 구간이다. 오는 6월 22일 경기관광공사 주최로 경기둘레길 45코스인 평택호관광지~대안4리 구진개마을 성공회교회까지 왕복걷기 행사가 개최되는 구간이 폐기물시설이 들어서는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훌륭한 천혜의 자원인 현덕면 일대는
페기물시설이 아니라
역사문화 관광특구로 개발할
평택의 마지막 보물 지역
현덕이 아니라도 과연 평택시에 꼭 대규모 폐기물처리 시설이 필요한가?
평택시청과 용역업체가 작성한 평택시의회 간담회 자료에는 2021년도 기준 생활페기물 발생량은 연 25만7471톤이며, 소각량은 연 4300톤이다. 그러나 평택시가 환경부에 보고한 같은 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연 18만2571톤이며 평균 소각량은 1만7344톤이다. 평택에코센터의 처리능력은 4만6800톤으로 연 2만톤 이상의 처리능력 여유가 있다.(환경부 산하 자원순환정보시스템, 2021년 생활계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참조) 용역보고서의 발생 처리 예측량이 환경부에 보고한 숫자와 다르다. 순수 생활폐기물이 아닌 여러 잔재물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종류의 폐기물은 지역 내 기존 시설에서 얼마든지 처리 가능한 양이다.(제한된 지면에서 구체적 논의는 생략)
기존의 고덕 폐기물 처리시설과 현덕의 시설도 국비를 더 받기 위해 안성시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예정이라 한다. 국비를 덜 받더라도 안성의 폐기물을 받지 않을 정도의 평택시 예산 역량 아닌가. 정장선 시장과 평택시 담당부서의 의지 문제다. 평택시민들도 쓰레기를 감량할 의지가 있는 수준 있는 시민들이다.
자치단체의 해당구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한 장단기 계획수립과 처리는 법적 의무사항이지만 산업폐기물은 중앙 환경부의 관리를 받으며 폐기물 업자가 수익 창출을 위해 수집구역 제한 없이, 즉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한다. 현재 논란의 현덕 폐기물시설 계획보고서에도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행정 의무사항인 생활폐기물 처리를 명분으로 하는 폐기물 업자들의 기획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민을 대하는 평택시 행정의 행태
평택시청이 작성한 주민설명회 자료에는 ‘무조건적 반대’, ‘정보 투명 공개’, ‘현덕면민에 혜택’, ‘외부세력 개입 최소화’라는 문구가 있다. 지역 주민, 이장단협의회, 시민단체 등이 무조건 반대하고 외부 세력이 들어와 선동하여 혼란을 부추긴다는 의미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는 했지만 해당 지역구 시의원들도 5월 말 의회 간담회에서야 알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평택시 행정은 지난 세기 70, 80년대 독재정권 시절 주민들을 무시하고 겁박하던 행태와 발상이다. 과거 혐오시설 업체가 지역에 들어설 때 지역민들을 상대하는 컨설팅 용역업체들이 자문하는 수준의 말들이다.
폐기물 시설이 들어선다는 땅은 몇 십 년 전부터 평택시 전체가 온갖 노력과 정성을 들여 전국에 내놓으라 할 만한 국가적 관광지를 세우느냐 마느냐 하는 초미의 관심 지역이었다. 관광지 개발에 실패했으면 평택시장은 찾아와 백배사죄하고 그동안 피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주민들과 논의하는 것이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 최소한의 예의는 3조가 넘는 예산규모를 운용하는 평택시 정장선 시장의 의지만 있으면 현덕면의 폐기물시설 설치라는 조건을 달지 않고 일반 예산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1000억을 투입해 체육시설과 찜질방 등과 7년간 150억을 지원한단다. 1000억이란 시설 건축비는 소규모일 수밖에 없다. 주민설명회 자료에서 모범사례로 꼽는 고덕에코센터 주민편의시설에 관한 실상은 2022년 3월 8일자 경기신문 <혈세 먹는 하마, '평택에코센터'> 기사를 보면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주민 과반이 반대하면
철회 하겠다는 말은 무책임 행정의 표본,
찬반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이라면
시장직도 함께 걸어야
그 훌륭한 천혜의 자원인 현덕면 일대에 고작 폐기물 시설인가?
거대한 수자원인 평택호, 고대시대 이래 대진을 통한 세계로 나가는 관문 역할, 마안산, 옥녀봉, 계두봉, 넓은 들을 갖고 있는 이 지역은 지세를 활용한 역사문화 관광특구로 개발할 만하다. 국제항만인 평택항 배후지역으로서 평택항과 연계하는 역사문화 자연관광 지구로 개발하는 것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 평택시 행정관료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수십년 정치 경험을 갖고 있는 정장선시장의 이러한 결정은 평택시 발전 방향과 개발에 관한 비전 부재에 기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능력과 자신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
6월 4일 정장선 시장 명의로 평택시 환경국장이 ‘과반 이상이 반대하면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이라도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그런데 조용히 살던 마을에 폭탄을 던져 놓고 주민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행태다. 같은 동네 친지 형제들끼리 찬반으로 나누어 피터지게 싸워서 해결하란다.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정은 개발과 복지라는 어떠한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범죄에 다름 아니다.
평택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들이 찬성하도록 설득하고 유도를 할 것인가. 아니면 폐기물시설 설치의 당위성과 반대 입장의 주민, 전문가 설명문을 동일한 분량으로 주민들에 배포하고 주민투표를 할 것인가. 현덕면에 폐기물처리시설이 평택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계획에 진정성이 있다면, 정장선 시장에게 정중히 제안한다.
찬반 주민투표를 붙일 때 시장직도 함께 걸 것을 제안한다. 권력자의 지위를 잃을 위험은 있을지언정 그것은 생존이 걸려 있는 수많은 주민들과 평택시 미래와 비교하면 그리 큰 무리는 아닐 듯하다.

후속 기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