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안중읍 주민
안중황새가족지킴이모임
지금 평택 안중지역에서 희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황새부부가 아파트 꼭대기에 둥지를 짓고 있다.
황새는 전세계에 약 2000마리 정도만 남은 멸종 위기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고, 1968년부터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야생 상태로 200여 마리가 월동한다.
원래 우리나라에는 텃새화되어 눌러사는 황새가 제법 많았다. 그러다보니 마을마다 황새둥지 하나 정도는 있었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둥지를 틀만한 큰 나무가 사라지고, 산업화와 새마을운동 등으로 농업 생산량을 늘이기 위해 고독성 농약을 많이 사용하면서 먹이가 줄어들게 되자 거의 사라졌다. 마지막 황새가 83년 창경원으로 이송된 후 우리나라에서야생황새는 멸종되고 만다.
1996년에 교원대에 황새복원연구센터가 설립되고 황새 종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어느 정도 적응훈련된 개체들을 매년 방사하고 있고, 그렇게 방사한 개체들이 자연번식을 하고 있다.
평택에도 황새가 날아들었다. 2018년이후 한두마리 목격되기 시작하더니 이번 겨울 개체수 조사에서 평택지역에서만 20마리 정도의 황새가 관찰됐다. 황새가 날아든 다는 것은 환경이 그래도 좋다는 뜻이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안중 신도시 아파트 옥상에 둥지
마련하는 안타까운 황새 부부 사연
전해지자 시민들이 안전한 인공둥지탑
건립 위해 자발적 모금 운동 시작
2022년 12월 전국적으로 136마리의 황새가 확인되었고, 이는 텃새화된 황새와 겨울철에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철새들까지 포함된 수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있는 황새는 모두 15쌍. 텃새화된 황새라고 보면 된다. 이 황새들은 번식기가 끝나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번식철이 되면 이전 둥지로 돌아와 둥지를 보수하고 같은 자리에서 번식을 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1월 초에 호야(C01)가 평택으로 날아왔다.
하필 신도시 개발로 한참 공사가 진행중인 화양지구로 왔다. 하천에서 먹이사냥을 하는 바로 옆에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왕왕 거리며 공사중이었다. 그러던 중 2월 말에 놀라운 소식을 들렸다. 호야가 암컷황새 양황이를 만나 짝을 이뤘고 아파트 옥상에서 둥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황새는 습성상 주변보다 높은 곳에 둥지를 만든다. 자연생태가 무너지면 전신주나 송전탑에 둥지를 짓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아파트 옥상에 둥지를 만들려고 시도한 사례는 거의 처음이라고 한다. 그날부터 위태롭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2달이 넘게 매일 이 황새부부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분들이 있다.
소식을 들은 안중 주민들이 모였다.
자꾸 유실되는 둥지 재료를 보면서 차라리 이제 그만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황새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재료를 물어와 둥지를 만들고 있다. 아파트 옥상에 둥지를 짓는 어려운 작업에 대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새복원센터에서는 인공둥지탑을 근처에 세우고 그쪽으로 유도하면 둥지에 자리를 잡고 올해 번식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시청 담당부서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주문했다. 시청의 입장은 인공둥지탑을 만드는데 부지와 예산이 필요한데 사례가 한번 뿐이라 내년에도 반복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5월안으로 둥지를 만들지 못하면 황새부부는 가족을 만드는 것을 포기할 것이기에 마음이 급했다.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나선 일이라 미숙하거나 투박할 수도 있고 5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풀어가보자면서 황새부부를 위해 십시일반 모금을 시작했다.
이 기쁜 소식을 들은 동네주민들이 동참하고 있고, 조만간 둥지탑을 세워 황새부부를 이사시킬 계획이다. 이 둥지탑은 시민들이 만들어 평택시에 기증할 예정이다. 모금해주신 분들의 이름을 둥지탑에 새길 것이다. 전국에 황새 인공 번식탑이 몇 개 있지만 경기지역에 세워지는 건 처음이다. 시민들의 쌈짓돈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처음이다. 시민이 나서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처음이다.
이 황새들의 모습은 인스타그램(@anjoongstork)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