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사업 성공열쇠를 찾아서-4 스페인 빌바오(하)

“정치적 중립 지키며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 진행해야”

“미래 구성원들이 행복 할 수 있는 도시 만들어야 한다”

빌바오 시에 위치한 바스크 위생국 본사 건물.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건축된 이 건물은 예술성을 가미한 공공건물의 새로운 상징이 되고 있다. 예술성에 더해 에너지 효율성과 방음 등 첨단 시설이 갖춰져있고 계절, 시간, 시점에 따라 외관 모습이 달라져 관광 명소가 되기도 한다.

[평택시민신문] 빌바오시의 도시재생 사업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다른 면도 많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낙후된 특정 지역이나 구도심 혹은 재래시장 등 도시 전체 보다는 한정된 지역이나 일부 분야의 활성화라는 것에 강조점이 주어져 있다. 또한 주거정비지원형이니 중심시가지형이니 일반근린형이니 하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중앙정부가 면적과 대상에 따라 사업 유형을 세분화해서 공모를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방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며 도시재생 사업을 펼쳐야 하지만, 예산의 한계 등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지원과 공모사업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소위 ‘예산 따먹기 사업’이나 ‘사업자 배만 불리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빌바오 사례의 큰 특징은 도시 전체를 재생한다는 점과 지방정부가 예산,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평택시가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빌바오의 도시재생 사업은 부분적이지도 않고,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도 않았다. 철강과 조선 등 주력산업이 쇠퇴하는 1980년 중후반부터 새로운 장기 종합계획을 세웠다. 도시 전체를 7개 지구로 세분화해서 새롭게 디자인하고 이를 지방정부 집권세력이 바뀌어도 30년이 넘도록 꾸준히 진행해 왔다.

또한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빌바오 도시재생 실행기관인 ‘리오2000’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지만, 빌바오 시장이 대표를 맡으며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협의체 성격이고 빌바오 시정부의 주도성이 법적으로 확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적으로는 빌바오 시정부의 주도성이 중앙정부나 주정부와의 관계에서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도시재생 사업과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큰 전략적 계획을 누가 어떻게 세웠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 계획이 변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집행되어 왔는가. 그 핵심적 요인은 무엇인가. 빌바오 도시재생 전략계획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민간 싱크탱크인 ‘메트로30’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또한 시 정부의 주도성이 도시재생 공공 실행기관인 ‘리오2000’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확보되고 관철되었는가.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빌바오는 1980년대 후반 한국의 포항제철에게 중요한 국제 입찰에서 패배하면서 철강산업이 몰락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일로 빌바오 한국 대사관 앞에서 연일 한국 규탄시위가 있었고 스페인 대사관에서는 한국 교민들에게 바깥 출입을 자제하라고 권고까지 했다고 한다. 조선업도 신흥 강국 한국에 밀리며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빌바오는 문화와 자동차 부품, 철강 등에서 새롭게 부흥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아 밴치마킹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연간 크루즈 선박 60척이 드나드는 국제 관광도시, 1년에 수 천 건의 국제회의가 열리는 컨벤션 산업의 중심도시로 거듭났다. 구겐하임 프로젝트가 성공한 이후에도 아트랜틱 빌바오클럽의 산 마메스(San Mames) 스타디움은 2015년 싱가포르 국제 건축포럼 스포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독수리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을 한 빌바오 공항, 산뚜츄 지역의 사회복지용 아파트는 에너지 효율 100%로 짓는 등 새로 건축되는 공공건물은 확실한 전략과 콘셉트가 설정돼 있다. 빌바오의 미래가 지식기반 지속가능 도시라는 관계자들의 꿈이 허공에 뜬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도시재생의 싱크탱크 ‘메트로30’

빌바오 도시재생사업은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메트로30과 이를 실행하는 리오2000을 양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1991년 조직된 메트로30은 빌바오시를 비롯해 지역은행, 전력회사, 대학, 적십자 대표 등 130여 개 단체의 공공기관과 민간 단체대표들로 구성돼 있다. 메트로30의 대표는 빌바오 시장이 맡고 협의된 의제는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130여 개 단체의 회비와 바스카야 주정부, 빌바오시의 보조금을 지원받지만 민간 조직이다.

메트로30을 조직하고 지금까지 총책임을 맡고 있는 알폰소 마르티네스 씨는 빌바오 도시재생 방향에 대해 “첨단서비스 도시,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할 첨단공업도시, 문화관광 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트로30은 가치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강 주변을 살려내는 프로젝트와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내도록 빌바오 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마르티네스 씨는 “시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면 안 된다”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수렴, 심사숙고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메트로30은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도시재생을 기획하는 단체”라면서 “조직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을 지원하고 논의 장소를 마련해주는 창구 역할을 넘어 주인공이 되고자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실행기관 ‘리오2000’

메트로30이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민간 단체 대표들의 협의구조라면 리오2000은 메트로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정책을 각 부문에서 실행하는 공공기관 대표들의 협의체다. 메트로30이 정책개발을 하면 리오2000은 공공용지를 개발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국토해양부(중앙정부), 항만(중앙정부), 철도청, 바스크지방, 비스키야주, 빌바오시와 인근도시가 참여하는 리오2000 역시 대표는 빌바오 시장이 맡는다.

전체 사업비의 80%는 공공부지 재개발을 통한 수익금으로 10%는 유럽연합 기금으로 나머지 10%는 빌바오시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으로 충당한다. 빌바오는 소로사울 지역 재생사업처럼 마스터플랜이 나온 지 10년이 지난 2018년에야 첫 삽을 뜨는 등 지역시민들의 의견수렴을 해나가고 있으나 구겐하임미술관, 지하철 및 공항 건설 사업 등은 시민들의 항의와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리오2000의 홍보담당자인 이레네 델가노 씨는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와 공원 조성사업을 하고 모든 신축건물에는 임대주택을 의무화하는 등 시민들의 편의와 복지를 위한 사업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에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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