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할까, 진행할까? 직전까지 마음고생
구제역 확산 우려에 자발적 홍보 자제도
[평택시민신문] 올해 정월대보름은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와 경계 속에서 차분하게 지나갔다.
지난 19일(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평택시내 각 지역에서도 마을과 지역 주민 중심의 대보름 행사들이 다채롭게 마련되어 치러졌다.
그러나 평택시 인접 도시인 안성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구제역에 대한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관계로 이번 대보름 행사는 곳곳에서 취소되거나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는 등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충북 진천과 음성에 이어 괴산과 증평군도 19일 열기로 했던 대보름 행사를 취소하고, 경북은 올해 계획했던 정월 대보름 행사 109건 가운데 22곳만 시행, 나머지는 연기하거나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다행히 관내 대보름 축제들의 경우 지난 14일 안성 구제역 발생농가 3㎞ 밖 2088농가에 대한 이동제한이 해제된 데다 더 이상 추가 발생이 나타나지 않아 계획된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올해는 구제역 여파로 행사 직전까지 ‘취소냐, 진행이냐’를 놓고 주최 측의 고심이 많았다는 뒷이야기가 돌고 있다.
16일 원정리 소재 대한불교 조계종 수도사에서 마을의 화합과 안위를 기원하며 마련된 대보름 잔치를 마치고, 오명희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장은 “지난 1월 이미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부럼을 다 주문해놓고, 신명 나는 한마당을 위해 공연도 초대했는데 구제역 소식에 행사 직전까지 진행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며 “인근 지역 구제역이 소강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추리 평화마을 일대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잔치의 경우 스스로 대외 홍보를 자제하면서 조용히 행사를 치르는 데 집중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행사 진행에 나섰던 평택평화센터 윤영진 간사는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라서 외부 방문객들로 인한 구제역 유입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가적 비상 상태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대외 홍보 대신에 내실 있게 차분히 치르는 데 의의를 뒀다”고 밝혔다.
17일 도일동 상리마을 개최된 ‘깨끗한 도일동 환경 기원 윷놀이’ 행사 역시 구제역 후폭풍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원선식 추진위원장은 “전과 비교해서 약 20% 정도 참가 규모가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해 이맘때는 조류독감이 말썽이었는데 올해는 또 구제역이 덮쳐 어렵사리 마련된 지역 축제들에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해규 평택지역문화연구소장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해를 이어 터진 천재지변에 지역 행사들이 위축되는 피해를 봐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지역과 주민들이 주인공인 전통문화 축제가 예기치 못한 사고들로 명맥을 잇지 못할까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