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다매체 시대, 밴쿠버 지역 주간신문의 생존전략을 알아본다

❷ 소셜미디어 시대, 캐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현장을 가다

 

미디어 교육의 핵심은 사회변화 능력 갖춘 능동적  시민 육성

 

미디어 교육은 민주사회의 기초
정부는 교육 커리큘럼 간섭 안해

언론 대학 등 다양한 미디어 프로그램 운영
졸업 후엔 지역사회 다양한 미디어 분야 진출

①밴쿠버박물관 로비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대기하는 초등학교 학생들 ②밴쿠버박물관 역사자료관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연수단. 사진 가운데에서 손을 들어 설명하는 사람이 안내와 통역을 맡아 준 사이먼프레이저 대학 커뮤니케이션 학부 진달용 교수 ③밴쿠버박물관에 전시된 원주민 유물들 ④캐나다 공영방송 CBC(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 내부 모습 ⑤전문대학인 BCIT(British Columb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실습하는 학생 ⑥BCIT 방문을 마치고 안내해준 학생들과 기념촬영

 

▪미디어 교육의 글로벌리더 캐나다

[평택시민신문] 캐나다는 미디어교육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1960년대 후반 ‘스크린 교육’부터 시작된 미디어교육은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초중등학교에서 미디어교육이 시작되고 2000년대를 거치며 초중등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이 부분적으로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12개 캐나다 주정부의 정책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미디어교육이 각급학교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학문적 차원에서도 캐나다의 미디어교육은 글로벌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로 유명한 세계적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안(Marshall McLuhan)이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제1세대 미디어교육을 이끌었다. 밴쿠버에 있는 캐나다 최상위 대학인 사이먼프레이저 대학 커뮤니케이션 학부교수이자 방문단에게 인상적인 강연을 해 준 마틴 라바(Martin Laba) 교수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는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해독력)라는 표현보다는 ‘미디어 에듀케이션’(미디어 교육)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캐나다의 미디어리터러시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2단계로 ‘미디어 교육’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특히, 캐나다 대학들은 미디어교육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최근 수년간 해오고 있고, 이 역할을 더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교육과 연구, 커리큘럼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 정부와 초중고, 대학들이 이처럼 미디어교육에 열중하는 것은 ‘미디어교육이 민주사회의 기초’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발전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진 민주시민을 양성할 때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징적인 것은 중앙정부나 주정부가 미디어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데 전혀 개입하지 않고 대학이나 교수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한다.

방문단은 밴쿠버 박물관과 언론, 대학을 방문하며 미디어교육의 단면을 살펴보았다. 이하에서는 현장방문을 통해 알아본 밴쿠버 미디어교육을 간략히 살펴보고, 사이먼프레이저 대학의 마틴 라바 교수의 미디어교육 관련 특강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틴 라바 교수의 강연은 캐나다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홍수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캐나다 언론과 대학의 미디어 교육

▸밴쿠버 박물관=취재진이 방문한 밴쿠버 박물관은 민간이 재정을 모아 공공재단으로 설립한 박물관으로 밴쿠버 시 정부로부터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밴쿠버의 역사와 시민의식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유물 40만 점을 보관, 전시하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의 3.3%에 불과한 원주민과의 유대와 통합을 강조하며, 원주민을 소위 ‘소수민족’이나 ‘원주민’으로 생각하지 않고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이라 부르며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원주민 뿐 아니라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의 다른 소수민족도 백인과 동동한 권리와 지위를 부여하는 정책으로 이어지며, 유치원과 초중학교 때부터 이러한 ‘사회통합’정신이 중요하게 교육된다. 밴쿠버 시내 초등학교에서는 6주간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곳 박물관은 다민족 사회에 필요한 민주시민 의식을 길러주는 중요한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한 날도 다민족으로 구성된 초등학교학생들이 방문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캐나다의 가장 큰 공영방송인 CBC밴쿠버 지국에서도 로컬 커버리지(Local Coverage), 소위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업무로 취급되며, 로컬 퍼블릭 서비스(Local Public Service), 즉, 지역사회에 대한 공공적 서비스 기능이 강조된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관련해서도 크게 두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하나는 미디어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하며 미디어교육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사이먼프레이저대학(SFU, Simon Fraser University), 밴쿠버의 가장 큰 전문학교인 BCIT(British Columbia Institute of Technology)등 3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인턴교육을 실시하며 다민족 사회의 다양성 이해와 미디어 읽기능력 배양, 저널리즘 프로그램 체험 등 언론인 교육을 담당한다. 또한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한다. 원주민 고등학생 40~50명 정도를 대상으로 실시하며 이들 가운데 약 10퍼센트는 미디어분야 취업을 기대하며 교육을 진행한다.

▸BCIT(British Columbia Institute of Technology)=캐나다 미디어교육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미디어를 제작하고 활용하는 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4년제 대학에서는 이론위주의 교육을 실시한다면, 2년제 직업 전문대학 성격을 띠는 BCIT에서는 현장실습과 실제적 전문기술 습득 교육을 실시한다. 취재진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고 송출하는 이볼루션(Evolution)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방문했다. 2년 과정으로 1학년 때에는 전문가 강의를 듣고 2학년 때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팀별로 역할을 나눠 실습한다. 지역대학이 지역공동체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음악과 광고, 뉴스, 공공캠페인 등을 주요내용으로 70만의 가청권 시민을 대상으로 송출하며 학생들은 오락과 재미도 추구하지만 가치와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졸업할 때 특별한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졸업생들 대부분은 공영방송 CBC를 비롯한 각 방송국에 취업해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다. 지역사회에서 미디어교육이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배울 점이 많은 사례다. 디지털미디어와 소셜미디어 시대에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과 창의력을 쌓게 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은 평택에서도 시급하다. 지역언론인과 지역대학, 초중고등학교의 전문역량이 협력하여 지역사회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가 재정과 제도 차원에서 지원해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면 평택은 미디어교육의 선도적인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마틴 라바 교수 특강

신뢰할 만한 원천 정보 제공이 신문과 방송의 존재 이유

학생들에게 긍정적 사회변화 이끌 미디어 제작하도록 동기부여 해야

강의하는 마틴 라바 교수

조지 오웰과 헉슬리를 소개하며 라바 교수의 강의는 시작됐다. 오웰은 현대사회의 지나친 정보통제와 전체주의를 우려했다면, 올더스 헉슬리는 정보공유 행위는 사회에 유익한 산소 같은 역할을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과잉된 정보가 문제라고 했다. 오웰은 정보 통제행위에 관심을 가졌다면, 헉슬리는 과잉정보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유투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디지털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상징적 물음이다. 미디어리터러시 혹은 미디어 에듀케이션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라바 교수가 생각하는 미디어교육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는 유투브를 통해 정보를 얻고 생산하는 것이 대세인 요즘 젊은층들에게 왜 신문이나 뉴스를 읽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말한다. 이들 젊은이들이 미디어를 이해하고 제대로 이용하게 만드는 것, 미디어를 활용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해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고 실현하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미디어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라바 교수는 흥미로운 3개의 유투브 동영상을 활용해 강의를 이어갔다.

첫 번째 동영상은 지난 5월초 발표돼 9월17일까지 유투브 조회수 3억9천만여 회를 넘기며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음악앨범이다. 흑인가수이자 영화배우인 도날드 글로버 (Donald McKinley Glover)가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라는 예명으로 발표한 미국사회의 총기난사 등 사회병리현상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This is America(이것이 미국이다)”라는 앨범이다. 이 동영상을 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미디어교육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동영상은 2016년 리우 패럴림픽(장애올림픽) 홍보 동영상 “we're the superhumans"이다. 이 영상은 2017년 칸 국제광고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너무도 감동적인 이 영상에 대해 라바교수는 “이것이 미디어 에듀케이션의 진행방식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긍정적 사회변화를 위해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며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게 할 수 있다. 나아가 단지 미디어를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미디어를 만들고 사용해 사회변화를 이끌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영상이 미디어교육의 아주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동영상은 글로벌 기업 나이키의 기업이미지 광고 동영상 “nike : equality(나이키는 평등이다)"이다. 이 영상을 보면 세레나 윌리엄스 등 유명한 흑인 스타들이 나온다. 나이키는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균등을 제공하며 인권·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는 등의 홍보 영상이다. 그러나 실제 그런가? 라바 교수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속지 말아야 한다. 기업은 이런 광고를 통해 교묘하게 더 많은 이익을 얻어가는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이를 읽어내야 한다.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라바 교수는 글로벌컨설팅회사 에델만(Edelman)이 정부 기업 엔지오(NGO) 언론 등 4개 공공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신뢰도 조사인 트러스트 바로미터(trust barometer)에서 매년 4개 조직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다면서, 특히 언론의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신은 언론과 공공기관의 신뢰도 위기를 넘어 ‘사회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의 후 라바 교수와 기념촬영

라바 교수가 말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사회 참여(social participation)이다. 현대의 대중문화는 ‘참여적 대중문화(participatory popular culture)’다. 21세기 디지털시대는 참여와 공유의 시대이며, 디지털의 핵심도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정보를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내가 참여한 부분만큼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말한다. “미디어교육의 핵심은 사회변화 능력을 갖춘 능동적·적극적 시민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비판적 시각과 사고를 갖게 하는 교육의 최전선(eucational frontlines)에 미디어교육이 있다. 미디어를 이해하면서 책임감 있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과정과 내용을 잘 교육하고 이끄는 것이 미디어교육이다.” 이것이 미디어교육에 대한 그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종이신문,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가? “소셜미디어 제작에 사용되는 원천자료의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소셜미디어 제작자들이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소스(원천자료)를 만들고 제공하는 것이 미디어, 신문의 역할이다. 신뢰할 만한 소스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신문과 방송의 존재 이유다” 디지털과 소셜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민주주의와 신뢰사회 형성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더 중요한 이유를 라바 교수는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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