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공개된 공간 속에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플랫폼”

 

평택시 사서직 공무원 최초로 관장으로 승진

“도서관이 시민들 삶을 촉진하고
지역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평택시민신문] 지난달 26일 평택시는 유현미 평택시 도서관 계장(6급)이 평택시 도서관 관장(5급)으로 승진된 인사명단을 발표했다. 이는 평택시 사서직 공무원으로서는 최초로 도서관 관장이 된 사례로 지역 각계각층에서는 이를 평택시 도서관이 행정 위주의 운영에서 벗어나 시민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해석했다.

1993년 7급 사서직 공무원으로 평택시 도서관에 발령된 이후 10년 만인 2003년도에 6급으로 승진된 바 있고, 그 이후로 15년만인 올해 2018년 5급으로 승진한 유현미 관장. 25년의 시간 동안 평택시 도서관을 지켜온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서직 공무원이 된 이유는?

어릴 때 친구도 없는 산골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외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우연히 집 다락방에서 <새농민>이라는 잡지를 발견했다. ‘포도의 생산법’이나 ‘고추생산량 증대’ 등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로 가득한 잡지였지만, 글을 읽는 것이 즐거워 읽고 또 읽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아버지가 딱해 보였는지, <어린이 새농민>이라는 잡지를 구독해 주셨다.

매월 집으로 배달되는 잡지에 푹 빠졌다. 예쁘게 생긴 표지 모델부터, 그 안에 있는 내용까지 잡지는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품게 했다. 그렇게 친구가 없던 몇 년 동안 책은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됐다.

책을 꾸준히 읽으니 어느덧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도서부를 맡겼다. 삐걱거리는 나무바닥에 햇살에 책먼지가 날리던 학교도서관 서가 풍경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도서관 사서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도서관 사서를 꿈꾸던 어린 소녀가 이제는 평택시 도서관 관장이 됐다. 사서직 공무원이 관장으로 승진한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일반 행정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도서관은 열린 공간으로서 다양한 시민들이 찾아와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문헌정보학과에서 도서관 서비스와 관련한 공부를 했고, 도서관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배웠다. 그리고 사서가 돼 도서관 운영과 관련해 배웠던 것들을 현장에 적용하고 싶었지만, 정책 결정권 등에 있어서 한계가 존재했다.

부족하지만 평택시 도서관 관장이라는 중책이 주어졌다. 앞으로 도서관이 시민들의 삶을 촉진하고 지역에서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도서관의 ‘제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양에서는 중세 이전까지 책으로 상징되는 ‘정보’를 종교단체, 귀족 등이 독점했다. 동양권에서도 정보를 왕족이나 귀족이 독점했다. 하지만 서양의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정보접근권과, 시민 알권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공공도서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도서관은 풀뿌리 민주주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의 태동을 이해한다면 도서관은 시민들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보화시대라고 표현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보소외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정보공유가 중요하다. 더불어 시민들의 알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평생교육 등 자기계발을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

또한 공공도서관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본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이 함께 만나는 커뮤니티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역할도 중요하다.

도서관의 다양한 기능을 말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민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자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건, 사람을 만나서건, 도서관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건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개인적인 고민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도서관은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개된 공간 속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도서관 이용자들 모두가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도서관 운영의 방향성을 설명해 달라

관장으로 승진 발표가 나기 전에 ‘도서관 플랫폼이 되다’라는 제목의 정책 포럼을 기획했다. 8월 30일 진행되는 포럼은 도서관에 바라는 의견을 다방면으로 청취해 이를 토대로 도서관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된다. 이러한 포럼을 계획한 것은 학생, 학부모, 취준생, 회사원, 어르신 등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기 위함이다.

앞으로의 도서관 운영 방향도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즉,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시민들이 원하는 도서관을 만들고,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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