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규 경영학박사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여행기 2

암반 밑 석굴교회는 가장 아름다운 세계 건축물 가운데 하나

신화와 전설이 살아 있는 아프리카 문명 재발견하는 짙은 감동

 

      악숨 왕국

반환된 오벨리스크(가운데)와 2천년간 한곳에 서있는 에자나왕 오벨리스크

[평택시민신문] 적도의 뜨거운 태양과 종교가 함께 만든 신비의 악숨제국!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는 잊혀진 왕국 악숨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5~8만 명의 현재의 악숨은 비교적 차분한 도시지만 한때 로마 페르시아 한나라와 함께 4대 제국으로 불릴 만큼 강대국이었다.

그 지하 깊숙이 봉인된 악숨제국의 전설은 지금도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메카로 가는 길이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가는 영광의 길이듯이 에티오피아인들에게도 악숨으로 가는 길은 그들의 역사와 신화를 찾아가는 길로서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큰 소원이다.

3000년 도읍지의 숨결이 느껴지는 악숨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역시 시바여왕의 궁터와 오벨리스크, 그리고 모세의 십계명 언약궤다. 기원전 10세기경에 생존했던 시바여왕의 시기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 시바여왕의 거주지는 8세기에 건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무솔리니에 의해 약탈당했다가 반환된 오벨리스크

그렇게 역사적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에티오피아인은 이곳을 시바왕국이 있던 자리로 굳게 믿고 있고 아들 메넬리크1세를 건국의 아버지로 여기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바여왕이 그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강렬하게 자리잡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왕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덤위에 세우는 석주 오벨리스크는 본래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의 상징으로 세워졌지만 악숨의 오벨리스크는 무게와 크기에 있어 이집트를 능가한다. 기원전 100년 전부터 10세기에 걸쳐 수 백개가 악숨 곳곳에 세워지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33M의 오벨리스크는 5동강 난 채로 쓰러져 있어 그 모습은 마치 멸종된 공룡을 보는 듯하고 화려했던 악숨제국의 몰락을 느낄 수 있다. 24M의 오벨리스크는 에티오피아와의 1896년 아도와전투 때 패배한 것에 대해 역사적 보복으로 1937년, 무솔리니가 세 동강내어 로마로 약탈한다. 아도와전투는 한니발 이후 유럽이 아프리카에 패한 두 번째의 전투로 이로 인해 영국 등 유럽열강은 아프리카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때는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선수 아베베의 뛰는 모습을 남의 나라에서 바라만 보는 슬픔을 겪으며 1975년 문화재 반환운동으로 대형화물기에 실려 되돌려 받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나라를 잃으면 덩달아 문화재도 수난을 겪게 됨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도 뼈아프게 경험했던 일, 그러나 그 아픔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진행형이다. 세 번째 크기의 에자나 오벨리스크는 2천 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쓰러질까 철선으로 연결 보호되고 있다. 이 오벨리스크를 만든 에자나왕은 유대교를 금지하고 기독교를 국교로 정함으로써 아르메니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기독교 국가가 된다.

지반이 약해 기원 전 무너진, 세계에서 가장 큰 오벨리스크

모세의 십계명이 담겼던 언약궤가 모셔져 있는 시온교회는 오벨리스크광장과 함께 있어 접근하기가 편하다. 언약궤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법궤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 하지만 법궤를 열어보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언약궤는 곧 여호와이기 때문이다. 수도사 한명이 평생 밖으로 나오지 않고 법궤를 지키며 살아간다고 한다.

10세기 이슬람 세력의 팽창으로 해상무역이 어려워지고 대 가뭄이 닥치면서 악숨제국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랄리벨라

성 메리 시온교회. 965년 하일레 셀라시에1세에 의해 구 교회 옆에 새롭게 건축됐다. 구 교회는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영국여왕의 권유로 새 교회를 신축했다.

내 발길은 이제 에티오피아인들이 가장 거룩한 장소로 여기는, 백두산 보다 높은 해발 2800미터 척박한 고원에 단단한 바위산을 깍아 거대한 석굴교회군을 탄생시킨 ‘꿀이 먹는다’라는 뜻의 랄리벨라(Lalibela)로 향한다.

12세기경 악숨에서 밀려난 기독교 랄리벨라왕은 십자군 전쟁이 한창일 때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많은 감명을 받았지만 이슬람세력 때문에 예루살렘 순례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그에 못지않은 제 2의 예루살렘을 랄리벨라에 건설하겠다고 다짐한다.

성 조지교회 21개의 창문이 있고 교회 옆에는 노아의 방주가 발견되었던 아라랏트(5137M)산의 모습을 함께 만들었다. 외벽 15M 내벽 12.5M 두께 2.5M 정사각형 모습이다. 모든 교회를 둘러보는 입장료는 50달러. 싼 가격이 아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

15M가 넘는 암반을 위에서부터 밑으로 끌과 망치만 갖고 깍아 만든 11개의 석굴교회는 종교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백미이다. 팔레스타인, 이집트 석공 등 4만여 명을 동원해 건설한 이 석굴교회는 120년에 걸쳐 만들어 졌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러나 가이드는, 낮에는 인부가 밤에는 천사의 도움으로 23년 만에 만들어졌다고 굳게 믿고 있고 또 그렇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건축된 성 조지교회(기오르기스 교회)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 당시의 기술이 정말 놀랍다.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건축물은 그 잘난 명예욕 때문에 하늘 가까이 가려하지만 랄리벨라 석굴교회는 바닥으로 향함으로써 신에 대한 경외감과 겸손한 신앙심을 보이고자 했다.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5M의 정 십자가 모양으로 암반을 파 내려간 성 조지 교회는 석굴교회군의 꽃이다.

매년 에티오피아 크리스마스인 1월 7일이 되면 일시에 20만 명의 순례객이 모여든다. 년 방문객은 80만 명이지만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99.99%가 정교회 신자이며 5년 전 1만2000명 이었던 랄리벨라인구는 지금 4만5000명이다. 손님맞이 준비로 도로 확장 등 온통 시끄럽지만 그래도 정겹고 순박해 보인다.

랄리벨라, 정말 감동스럽고 신비스럽고 환상적이다. 이것을 만든 아프리카인들은 미개인이 아닌 우수한 종족이었고 진보되어 있었으며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문명인이었다.

 

아프리카 여행! 숨겨진 세계를 보라!

죽어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겠다는 세 신도의 미이라가 카타 콤베속에 안치되어 있다.

인류의 기원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땅의 중심 아프리카!

죽어서 악숨에 묻히기를 원했던 솔로몬을 그리며 예수가 태어나기 전부터 여호와 하나님을 깊게 믿어온 에티오피아!

전설과 신화가 상상을 자극하는 악숨제국과 함께 제 2의 예루살렘 랄리벨라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그들의 긴 세월은 지금도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1520년 6년간 에티오피아에 머물며 견문록을 작성한 포르투칼 수도사 프란시스코 알바네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불가사의한 암굴교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교회들에 대해 묘사한다는 것은 나를 지치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믿지 않을 테니까!”

전설과 신화는 사실에 바탕을 둔다. 부풀려진 이야기 속에 역사적 진실을 찾아내는 일은 학자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저 그 이야기의 감동을 믿으면 된다. 나 같은 무지의 여행자에게는 신화와 종교의 역사가 갖고 있는 많은 의미와 가치 그리고 교훈을 얻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일리아드 오딧세이의 트로이전쟁 이야기가 신화가 아닌 실제인 것처럼 옛 선현들의 전설에는 반드시 진실이 담겨 있기에 하는 말이다.

숨겨진 세상을 찾아가는 탐험! 즉 도전과 응전으로부터 느끼고 배우면서 인류는 발전해 왔듯이 미래를 꿈꾸고 만들고 상상을 자극하는 것이 정치의 지향점일 터,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꿈을 주는 것이 아닌 청년 수당 50만원을 건네는 것은 독약을 먹이는 못된 짓!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도 가르치지 말고 바다를 꿈꾸게 하라!’라는 명언처럼 그것이 우리 기성인이 해야 할 일, 그것만이 후손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 기나긴 인생 여정!

만약 삶이 하나의 긴 문장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다. 여행, 중요한 덕목이기에 나는 오늘도 신화와 전설을 찾아 모험의 땅으로 또 다시 배낭을 꾸린다.

여행 스케줄을 저렴하고 깔끔하게 만들어 준 PT투어 김동욱대표께 지면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끝>

 

신화와 전설의 나라 악숨왕국에서
경영학 박사 최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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