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야 열릴 것…자기만의 세계 구축, 노력 여하 달려”

민화 시작 3년…각종 대회 수상‧개인전 개최

갤러리 열고 지역주민과 공동체 생활 꿈 꿔

[평택시민신문] “원래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였어요. 남편도 놀라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짧은 시간 안에 개인전을 열고 그림도 팔고…”

장경숙(45) 화가가 민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계기는 정말 우연찮았다. 바느질을 배우러 다녔는데 마침 거기에 민화 작가가 있었고 그림을 보게 됐다. 당장 민화를 배우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다. 일 년 즈음 지나서 할 일을 찾는데 민화가 생각났다. 인터넷서 민화에 대해 찾아보고 도서관에서 재능기부로 개설된 민화강좌에 참석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전 속도는 무척 빨랐다. 2016년에 한국민화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뒤 지금까지 홍익대 문화예술평생교육원에서 민화전공을 하며 민화대전 등에서 입상하고 각종 전시회에 참여했다. 특히 올해 5월 대안문화공간 루트에서 개인전을 열 때 초보자일 때는 감히 그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던 일월오봉도를 그려 당당히 전시했다.

호응은 무척 좋았다. 전시를 끝내고 전화를 걸어오거나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고, 개인의뢰를 받아 작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가 끝난 후에는 개인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밤낮 붓을 놓지 않고 눈에 통증이 오도록 성장을 위해 애썼지만 그것이 남들에게는 낯선 케이스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고향인 강원도에 가서 쉬면서 조금 고민을 했어요. 그림도 그리지 않다가 최근에야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 힘이 된 것은 구매자들이 그림을 사간 후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던 일이다. 한 번은 그림을 의뢰 받아 그렸는데, 완성하고 보니 평소 자신이 그리는 색감이 아니었기 때문에 두 번을 고쳤다. 그래도 그림이 마음에 안 들었다. 평소 내가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생각해서 갖다 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주인한테 갔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기이했어요. 그림을 팔면 직접 가서 걸어놓을 위치를 선정해주는데, 집에 갔을 때 의뢰인 분이 쓰러질 것 같았어요. 집도 일층이었는데 너무 어둠 컴컴한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 그림을 놓으니 그림이 환하게 살아나더라구요. 나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그림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의뢰인이 검은 색 옷을 입은 사람 두 명과 싸우는 꿈을 꾸었데요. 두 사람은 싸우다가 의뢰인의 집을 나가버렸고요.”

의뢰인은 건강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그날 이후 얼굴이 밝아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무당도 아닌데, 그림 하나 걸었을 뿐인데 그랬을까. 그런데 평소와 색감이 달라졌던 것은 그 사람한테 맞는 색감으로 그려졌던 게 아닐까. 그런 일들 계속 일어났어요. 그래서 민화 공부를 끝까지 해보고 싶다. 잘 해야겠구나. 하나를 그리더라도 정성을 다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민화에 그려진 까치, 닭, 목단 등은 좋은 소식, 부귀영화 등 모두 의미가 있다. 그래서 그림을 받을 사람한테 필요한 그림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민화를 그린다는 것은 기존에 있는 전통화를 그린다는 뜻이다. 장 작가는 아직 전통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결국 창작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원래 있던 고서에서 조금씩 변형시키는 것이 민화의 창작이에요. 다른 뜻을 창조하거나 현대의 물건을 접목시키는 등의 시도 보다는 까치와 호랑이 등 영험한 동물을 그릴 때 그 신비함을 주력해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걸 보고 배워 나만의 길을 가고 싶어요.”

그가 짧은 시간 안에 화가로 성장하게 된 것은 가족들의 뒷받침도 컸다. 포승에 있는 가정집은 그의 화실로 꾸며져 있다. 동해에 갤러리를 여는 게 그의 꿈인데, 남편도 수용하고 거기에서 사업을 하기로 했단다.

“은퇴 후를 준비하는 거죠. 폐교를 활용해 갤러리를 만들 수도 있고 만들어지면 체험학습장을 만들어서 그 동네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저는 오래 전부터 공동체 생활을 꿈 꿔왔거든요. 나랑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농장경영하고 그림 그리고 같은 마을에서 판매도 하고 저녁에 모여서 밥 먹고 술도 마시고 예술가적인 활동도 하고 힐링해서 사회로 내보내고 다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지인들은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 얘기하지만 걱정은 안 해요.”

그는 원래 부정적인 생각을 잘 안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의심이 많아 뭘 시도하기를 꺼려하지만 일단 저지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자기가 시간을 투자하고 두드려보지 않는 이상 아무 것도 못한다고 봐요. 그림을 보는 것으로 멈췄으면 지금의 내가 안 됐겠죠. 한 번 해보자 저지르고 봤더니 뭔가 됐어요. 물론 끊임없이 했죠. 처음 재능기부 수업을 들은 사람들 중에 작가가 된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일이 있어 접은 사람도 있고 취미에 머문 사람도 있죠.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노력에 달린 것입니다.”

특히 가정주부에게는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장 작가는 그래야 더 이상 나의 손을 원하지 않는 아이들로 인해 뒤늦게 자아의 상실감을 맞지 않을 수 있고, 열중할 일을 찾음으로 인해 가정도 더욱 화목해지게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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