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본지발행인

1.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끝이 없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시작된 메르스 사태가 서울삼성병원으로 확대되며 3차, 4차 감염자가 끝없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방역당국의 방역 관리망에서 빠진 사람들의 추가 감염이 계속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평택성모병원의 1차 유행이 종식되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되던 평택에서도 굿모닝병원 간병인과 평택경찰서 경찰관이 추가로 환자로 확진되면서 이들의 동선 파악과 접촉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굿모닝병원 간병인으로 인한 4차 환자가 용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아직 없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보건당국도 이들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었는지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들의 접촉자 관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우려 속에 지역사회 추가 감염 우려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태가 통제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과 평택시는 평택지역사회의 추가감염 우려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을 없애주고 하루빨리 평택이 메르스에서 완벽히 벗어났다는 메르스 청정지역 선언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2.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 전국화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당국과 평택시의 초기 대응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최초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지금 취하고 있는 조치처럼 병원을 원천봉쇄하거나 정보를 공개해 시민의 자발적 협력을 얻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건당국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대처능력에 대한 전 국민의 질타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평택은 메르스를 전국에 퍼트린 지역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평택시의 초기 대응과 이후 대처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초기 모든 과정을 질병관리본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인 평택시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평택시장과 평택시 당국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대응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공재광 시장은 정보통제와 비밀주의가 절정에 달하고 각종 미확인 소문을 통해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보공개와 민관합동대책기구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지만 지역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가 염려된다면서 정보공개 요구를 외면했다. 이후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제적 대응으로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정보공개를 한 이후에도 적극적인 지역사회와의 정보공유와 함께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본지의 평택시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설문 조사에서도 평택시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방역당국을 믿고 그 방침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상황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지만,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만 생각하고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3.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드러난 평택시장의 자치단체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과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국회 메르스대책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평택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재광 시장은 초기 정부가 평택지역과 병원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해,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에게 평택시장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개된 지 1주일 만에 지역경제가 엉망이 되고 있는데 사태 초기에 공개했다면 지역경제는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한 말이라고 해도 이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시장은 현재의 시점에서도 시민 안전과 생명 우선 보다는 지역경제를 더 염려하는 시각이 우선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공재광시장은 정부가 계속 해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는 것인지, 정보 미공개와 접촉자 차단 실패로 평택에 감염자가 속출하고 시민의 불안과 공포가 극에 달하고 메르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이 되어서도 정보공개를 하지 말아야 했다는 것인지, 결국 통제 불능이 되어 평택이 감염병의 진원지라는 것이 밝혀져 지역이미지가 급격히 실추되는 상황이 오게 되어도 정보 비공개 방침이 불가피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그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5일의 국회특위 위원들 앞에서의 공재광 시장의 발언은 예사롭지가 않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의 국회의원들이 평택에 온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귀를 의심하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요구나 시민의 불안감은 아랑곳없이 내가 판단한 대로 가겠다는 일종의 ‘마이웨이’ 선언을 한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공재광 시장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국립의료원 설치 주장에 대해서도 과연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에 제기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이는 추후 다른 기회를 통해 검토해 보기로 한다.

4. 평택시 당국과 지역사회는 우선 메르스 추가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 평택에서 메르스가 진정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우리는 메르스로 인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경제 활성화만이 중요한 과제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 활성화보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제는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일 것이다. 특히 평택시장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신뢰 문제가 크게 대두할 것이다.

자칫 공재광 시장의 취임 1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지역사회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경제의 위기에 더해 지역사회의 신뢰의 위기,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가 초래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당면 위기의 수습과 더불어 각종 과제가 산적한 지역사회의 현안을 힘 있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도 공재광 시장은 메르스 대응과정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시민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는지 면밀한 재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지방자치는 자치단체와 시민, 시민단체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 메르스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역사회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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