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희 특별전 “평택음악 토양 비옥해, 세계와 함께 즐길 수 있어"

국악인 지영희가 뿌린 씨앗, 세계 속에서 열매 맺게해야

▲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지영희 특별전 공동기획자인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음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노 관장은 국악이 좋아 음반을 모으기 시작하여 박물관까지 운영하게 된 국악계에서 알아주는 ‘국악 학자’다. 음반 수집가를 넘어 문화적 식견을 갖고 국악을 널리 알리는데 힘써 온 그는 2001년 7월에 국악음반박물관을 설립 개관하였다.

박물관은 1896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국악 음반 95%를 수집하여 국악 음반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 관리하고 있다. 국내 음반계에서는 국악 분야만 거의 모든 음반을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국악 음반 6만 3000여점과 신중현 관련 자료 2000종, 대중음악 자료 1만 종 외에 각종 세계민속음악자료, 한국영화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여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모두 공개하고 있어, 국악음반박물관이 갖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지영희 특별전 공동기획자로 전시회에 함께 할 평택문화관광해설사들을 대상으로 한 큐레이터 교육 중에 만난 노 관장은 우리나라 민속음악이나 산조, 궁중음악인 정악 등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막힘이 없었다.

지영희가 뿌린 씨앗, 후대와 지역사회 위해 세계 속에서 열매 맺어야

노재명 관장은 향토문화를 기획하는 이유가 단순히 기록물을 남기는 차원에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촉매제로써의 기능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변변한 자원이 없는 나라가 세계 속에서 내세울 게 뭡니까? 수천 년을 이어온 지역문화야말로 경쟁력이 있어요. 지영희 선생이 평택에 뿌린 씨앗은 단순히 음악만이 아니라, 미술, 무용, 문학 등이 한 자리에 어우러지게 할 만한 것이었어요. 지영희 선생이 명인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 주었던 유서 깊은 평택 음악 즉 평택농악과 평택민요, 푸살 이런 것들이 지역 화가와 작가,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내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거지요. 평택인들은 거장을 배출해 냈다는 긍지를 가슴에 품고 살면서 문화전파사 역할을 하다 보면,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세계 속에서 지역민들이 그런 역할을 감당하려면, 지역 초등학교부터 각 도서관, 문화원, 동사무소 등에서 지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치하여 지역 예술가를 알려야 하는 법. 노 관장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여 아쉽다 하면서도 이번 특별전이 좋은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내기초등학교에서 지영희 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참 좋은 시도예요. 어릴 적부터 향토음악, 향토문화에 대해 알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이것이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고, 각 지역 작은 도서관 등에서 연주되게 하다보면 평택인들이 외부에 나가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베토벤을 배출해 냈던 도시와도 문화 교류할 수 있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문화는 종속되고 말아요”

평택은 선생에게 삶과 예술의 바탕이자, 창의력의 샘터

평택음악, 잘 알릴 수 있도록 아이디어 짜 내야

지영희 선생은 한국 근대음악을 체계화한 근대음악의 아버지다. 국악을 현대화하고 국악과 서양악기 사이의 높은 벽을 허물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 간 선구자였다. 자녀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면서도 서양 리듬을 통해 배울 것이 있다며, 탭 댄스까지 배우게 했을 정도로 열린 교육자였다. 그런 선생이 평택에 주는 의미에 대해 노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평택은 지영희 선생에게 삶과 예술의 바탕이자, 창의력의 샘터였어요. 하지만 평택이 지영희라는 특출한 명인을 배출했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세계와 소통할 수 없어요. 향토음악도서관, 향토음악 전문단체, 전문단체와 문화를 공유할 시민과 민간단체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평택이 민속음악의 성지가 될 수 있어요. 출향 인사들을 통해 평택 향토음악을 알릴 수 있는 거점을 해외에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 세밀하게 치밀하게 병행되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노 관장은 지영희 선생의 업적, 국악과 한국근대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택이 지역 출신 명인의 업적을 의심하며, 관광사업 키워드가 될 수 있는 지영희 선생을 무시하는 태도는 그만큼 평택문화에 대한 긍지가 없다는 겁니다. 지영희 선생 유족들은 전국에 산재한 유물들을 모아서 상설전시관을 만들 경우, 평택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해요. 평택이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는 거니까요. 문화적 토양만 놓고 보면 전주세계소리축제 같은 것을 평택이 못할 이유가 없지요. ‘전주 소리의 전당’은 잘 알려져 있는데, 왜 평택은 존재감이 없죠? 평택의 관심 부족 때문이 아닐까요?”

지영희 음악, 평택향토음악에 녹여 세계로 나가야

국악계 전체에서 볼 때 지영희 선생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에 대해 노 관장은 이런 비유를 들었다.

“무대에서 조명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주자는 조명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명이 가지 않았다고 큰 업적이 없는 것은 아니죠. 당대 세계 최고 춤꾼이라던 최승희와 함께 세계무대를 돌아다니셨고, 한국인 최초로 카네기홀에서 연주도 하고, 파리민속음악에서 우리 음악의 상품성을 알렸지요. 악사는 옛날부터 독주 무대가 많지 않았는데, 지영희 선생은 악사였는데도 최고 큰 이름으로 남았고, 교육자, 기록자, 작곡자, 국악관현악단창립자로 이름을 떨치셨어요. 아무개씨로 이름만 남기던 악사들 사이에서 이름 남긴 것도 대단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전무후무한 분이셨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인이 모른다고 그 분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그 분의 남긴 기록이 악학궤범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국악관현악단은 세계 어떤 악단보다 위대해요. 전 세계 누구도 그런 악단을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온 국민이 국악의 흥을 알아야 한다”며 국악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헌신했던 지영희 선생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날의 과오를 씻어낼 수 있는 곳은 평택이라는 노 관장은 평택이 선생의 유지를 잘 받들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평택향토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면 된다고 제시한다. 즉 지영희가 알고 있었던 평택의 향토음악, 농악과 민요, 시나위 같은 것을 모아서 ‘세계평택민속음악축제’ 같은 것을 기획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영희, 이동백, 모흥갑과 같은 명인들을 배출한 땅은 평택이 유일합니다. 문화자양분이 풍부하다는 거죠”

노 관장은 평택에서 지영희 자료관을 포함한 국악 상설 전시관을 소리터 같은 곳에 만든다면, 실크로드와 국악을 연계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국악음반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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