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들의 인권·복지에 헌신한 치과의사

“에바다를 대한민국 최고 학교로 만드는 것이 꿈”

치과의사로서 농아들의 인권과 복지에 헌신해온 평택시 진위면 소재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 윤귀성 대표이사가 12월 24일 오전 교통사고로 별세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향년 53세.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던 1987년 안중치과의원을 개원하면서 평택과 인연을 맺었다.

고인은 1996년 11월에 불거져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던 이른바 ‘에바다 사태’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에바다는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농아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로 이곳에 있던 농아들이 재단비리에 대한 항의 농성을 시작하면서 분규사태가 촉발되었다.

고인은 1997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에바다비리재단퇴진과정상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면서 7년 동안의 험난한 투쟁을 계속했다.

특히, 2001년부터 13년 동안 에바다복지회 대표이사를 맡는 등 에바다 정상화를 위해 온 정성을 다했다.

취임 이후 해마다 학생들을 위해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했지만 절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았다.

고인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정의실현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에 앞장선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별세하던 날도 에바다복지회에 출근하다 교통사고 참변을 당했다. 고인이 마지막까지도 에바다복지회와 함께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슬픔이 더하고 있다.

27일 에바다학교 강당에서 법인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지역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조사와 추모시 낭독, 고인께 드리는 편지에 이어 에바다학교 졸업생들인 농아들이 수화로 추모가를 중창하는 대목에서 영결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고인과 함께한 에바다학교 교직원들은 추모편지에서 입을 모아 고인의 갑작스런 세상과의 이별을 애통해 했다.

“우리 에바다를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로 만들어 보자는 꿈을 함께 꾸지 않았습니까? 이제 시작인데 그렇게 손 떼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못 보내 드리겠습니다…정말 보내드리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랑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이번에는 보내드리겠습니다. 불의도 없고 아픈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억울한 사람도 없는 아름다운 곳에서 편안하게 미소띤 얼굴로 지켜봐 주십시오. 저희들이 이사장님의 그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이사장님이 늘 꿈꾸어 왔던 그 에바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십시오”

고인은 1961년에 태어나 서울대 치과대학 졸업, 안중치과의원 원장, 안세치과의원 공동개원 원장,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연수, 서울다인치과의원 원장, 한국임플란트 연구소 학술이사 및 상임연구원, 미국임플란트학회 정회원, 건강한 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인제의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추모사 - 고 윤귀성 대표이사 영전에 -참조>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