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 특별 대담
“2020년 평양 올림픽 한·중·일이 성사시키면 동북아 평화의 획기적 이정표 될 것”
언론이 사회통합 운동 사례 보도하며 ‘불씨’ 살려나가야
평택도 생명 살리는 일에 지역의 근본가치 두어야 할 것
인간과 자연의 평화·미군기지와 주민 공존 방안 심층 모색해야
(사)민세기념사업회는 2010년부터 평택시의 후원으로 민세 안재홍 선생 탄생일인 매년 11월 30일 민세상을 시상하고 있다. 사회통합부문은 1920년대 신간회운동과 1930년대 조선학운동, 해방후 민족통일국가수립운동에 힘쓴 민세의 통합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됐다.
2012년 제3회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는 70~80년대 민주화운동, 1990년대 우리밀살리기운동, 2000년 이후 평화생명운동에 힘쓴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이다.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강원도 인제 DMZ 평화생명동산으로 지난 14일 정이사장을 찾아 뵙고 수상 소감과 한국사회, 평택시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었다. 편집자주

처음 수상통보 연락받고 무척 놀랐어요. 우선 뜻밖의 상을 받게 돼서 영광입니다. 이런 상을 받을 만한 활동을 했는지 송구스럽기도 하구요. 그러나 무엇보다 일생을 좌우합작, 남북통일에 헌신한 선구자 민세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상이라 의미가 각별합니다.
- 사회통합이 시대정신으로 부각돼고 있는데
“민세 선생은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른 분이지요. 저명한 언론인이자 지성이지요. 민세와 같이 평생 좌우합작에 헌신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색깔이 불분명하다고 주변의 오해도 많이 받아요.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도 보듯 ‘사회통합’“은 중요한 시대정신이기도 하지요. 이제 우리사회도 다름과 차이를 구별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2013년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전망은
2013년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 든 경제적 어려움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매우 길고도 긴 복합심장 경제 불황이라고 표현합니다. 경제불황과 함께 생명파괴의 심각성이 커지고 양극화의 그늘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사회분열도 늘어나겠지요. 저는 우리 사회의 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의 근본에 ‘남북 분단’이 있다고 생각하지요.
-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언론의 역할은
언론이 ‘사회통합’에 노력하는 국내외 사례를 모아 보도하고 전국적인 ‘통합’운동의 불씨를 당기는 것도 필요해요. 사회통합에 노력한 인물, 지역, 사건 등을 모아 미래비전으로 제시하는 것이지요. 지역신문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평택도 미군기지이전 등 과정에서 심각한 지역갈등을 겪었지요.
- DMZ 평화생명동산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앞으로의 지역운동은 주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이어야 해요. 제가 하고 있는 DMZ 평화생명동산도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도록 힘쓰고 있지요. 인제군은 인구 3만정도입니다. 100여명의 지역지도자만 육성해도 지역활성화에 큰 도움이 돼요. 그래서 분단의 상징인 이 지역에서 평화생명교육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초인력을 육성하고 더나가 지구생명보전에 공감하는 지도자를 키워보려고 하지요.
3년 2개월간 90여 개 국에서 이곳을 찾아 평화, 생명, 통일교육프로그램에 함께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통일과 관련해서는 주변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한반도 통일이 상대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돼는 일이라는 것을 설득해나가야 합니다. 이곳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만나면서 이 점을 많이 배우기도 하지요.
- DMZ 평화생명동산의 향후 계획은
DMZ 평화생명동산은 현재 민통선 남쪽 지역에만 만들어져 있습니다. 2단계로 민통선 안에 남북이 공동으로, 3단계는 북한지역에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요. 지금처럼 금강산 관광이 어려워져도 개성공단이 남북교류의 끈 역할을 하는 것처럼, 금강산 길도 여러 개를 만들어 하나의 길이 닫혀도 다른 길을 통한 교류가 가능하도록 다변화 노력도 필요하지요.
- 사회 갈등해소를 위한 대북지원차원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예를 들어 금강산 최대의 명 사찰 “장안사”가 한국 전쟁 중에 파괴되었지요. 북한은 여력이 없고 향후 남쪽 지원으로 복원이 필요합니다. 이 때 이 비용을 한국교회가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종교간 대화도 되고 사회통합에도 크게 기여하리라고 봐요.
- 2013년 휴전60주년을 맞아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생각은
최근 일본이 독도 문제가지로 한국을 자극하고 있지요. 일본의 사과를 상징하는 선행(善行)이 필요합니다.
1964년 동경, 1988년 서울, 2008년 북경올림픽으로 한중일은 세계적인 경제력을 자랑하는 국가가 됐지요.제 제안은 2018년 평양올림픽을 한중일 3국이 지원하고 공동개최하여 동아시아의 국격을 키우고 동북아 안정에도 함께 노력하는 것입니다. 일본이 이렇게 한다면 한일관계도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래로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지요. 일본의 통 큰 결의와 지구적 의미의 평화실천을 통한 통 큰 실천적 사과를 기대합니다.
- 최근 인제군이 ‘UN 지속가능한 교육도시(RCE)’ 사업을 추진하시게 된 계기는?
인제군은 이곳 DMZ 평화생명동산을 중심으로 ‘UN 지속가능한 교육도시(RCE)’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2주 후면 결과가 나와요. 국내에는 경남통영, 인천광역시, 울산광역시 울주군이 지정됐지요. 다양한 시민 청소년 평화교육을 통해 시민의식을 키우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평택도 향후 미군기지가 추가 주둔하는 만큼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겠네요. 함께 지혜를 나누자구요.
- 평소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세대의 화해를 자주 강조하셨는데
대한민국은 1945년 독립한 나라 중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국가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픔도 많았지요. 이는 민족의 자산이자,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경험이구요. 이제는 민주화세대와 산업화세대의 화해와 통합도 필요합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나가는 지혜를 반드시 모아야합니다. 그래야 통일도 가
- 보수와 진보의 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울러 보수와 진보의 대화도 필요합니다. 차이를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지요. 저는 통일의 호기가 바로 올 것으로 봐요. 그 기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자신입니다. 통일은 마음, 물질, 조건의 3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여기서 민족내부의 화해가 절대적입니다. 경제력과 국방력에서 북한은 더 이상 남한에 위협적이지 못하지요.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1년 총예산보다 많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시는데
북한에 대한 지원을 퍼주기로 비난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지원은 신뢰 속에서 가능하지요. 우리가 6.25때 미국의 원조를 얼마나 많이 받았습니까? 그 때 원조를 받은 세대는 대체로 미국에 대해서 우호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도 결국은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 통일을 위한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때야하는지
전문가들은 통일비용을 적게는 연 3천 억 불, 10년간 3조 억 불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그러면 분단비용도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돼요. 500억불씩 앞으로 20년 이상 통일이 미뤄지면 10조불 이상이 들어요. 통일은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도 해요. 통일의 효과에 대해 감상적 접근 이전에 실제적 이익도 고려해야지요. 세계정세를 읽고 남북관계의 흐름을 냉정하게 성찰하는, 마치 전쟁터의 장수 같은 마음으로 통일을 봐야합니다
- 이번 대선에 국가지도자로 나선 분들에게 하고 싶은 정책제언이 있다면
너무 작은 분야별 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해요. 기관방문마다 선선심성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큰 뼈대를 세워야지요. 저는 5가지에 대한 비전만 제대로 제시해도 좋다고 봐요. 남북관계, 현행 기형적인 5년 단임제를 고칠 헌법개정 의지, 바른 경제성장 전략과 경제민주화 실천, 글로벌 환경문제의 중요성 인식, 그리고 교육 개혁입니다. 특히 교육은 개혁정도가 아니라 ‘개벽’이 필요합니다.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제도 개편이 아닌, 사람중심의 교육개벽이 중요하지요.
-시민운동권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에 대해서.
제게도 정치권 진입의 유혹이 많았지요. 그러나 저는 정치보다 지금하고 있는 생명평화운동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시민운동인사의 정치권 진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제도권에 들어가 걱정도 크지요. 그분들도 많은 한계를 느껴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운동’의 참맛을 아는 분들이 다양한 분야에 자리를 지키고, 너무 당장의 성과에 매몰되지 않을 때 운동도 발전하고 국가와 지역사회도 비전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일본 시민운동의 사례를 볼까요. “가나가와 네트”라는 단체는 시민운동단체지만 회원들이 지방정치에 참여해서 의정활동에도 적극적이지요. 그런데 철칙으로 2회까지만 의원직을 유지하고, 다시 시민단체로 돌아오지요. 전직 의원들이 다시 현장활동 속에서 새로운 지역변화를 이끌어내요. 의정비도 대부분 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즉 ‘순환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우리의 경우 한번 정치권에 진입하면 다시 돌아오기 쉽지않고, 다선의 욕망이 있고 그러니 부정부패의 유혹도 커져요. 같이 일할 사람을 만들고 10년 이상 현장에서 애쓰면 시민운동, 지역운동도 분명 희망이 보여요
- 미군기지 이전도시 평택에 대해 해주실 말씀은
평택의 현안이 뭔지 몰라 답변하기 쉽지 않지만 결국 근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요. 평택이 가지고 있는 근본 문제가 뭔지 시민들이 생각해보세요. 아마 근본은 생명의 위기일거예요. 하늘과 땅과 바다의 죽음이지요. 평택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지역의 근본가치로 해야 돼요. 인간과 자연의 평화, 미군기지와 주민의 공존에 시민들이 함께 해야겠지요.
- 끝으로 하실 말씀은
이번 상은 남북화해와 진보보수 대화에 더 힘쓰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네요. 특히 평택시가 지역인물 선양차원에서 민세상과 다양한 선양사업을 적극 후원하고, 지역각계 인사와 유족들이 자발적으로 민세정신 선양에 노력하는 점도 인상이 깊어요. 기자께서 평택이 ‘고루 윤택하다’는 뜻이고 민세 ‘다사리’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하니 우리시대의 핵심과제인 생명평화사상과도 통합니다. 이게 인연이 되어 언제 기회되면 평택 가서 민세생가도 찾고, 지역 분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정리 : 김기수 기자
■ 정성헌 이사장 약력소개
-강원도 춘천 출생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한국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
-환경운동연합 21세기 위원장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이사장
-(현) DMZ 평화생명동산 이사장
-(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 정성헌 이사장의 공적
제3회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인 정성헌 이사장은 1990년대 “우리밀살리기운동”을 통해 한국생명농업의 미래를 개척한 분으로 유명하다. 공적사항을 정리하면 첫째, 1960~80년대 한국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등으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면서 여러차례 옥고를 치뤘고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깊고 넓게 헌신했다.
둘째, 정이사장은 또 1990년대 이후 ‘이념’에 매몰되지않고 현장을 중시하는 실천운동가로,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연어사랑시민모임 공동대표’ 등 생명환경사상의 중요성을 실천했다. 정이사장이 주도한 90년대 ‘우리밀살리기운동’은 ‘한국농업의 희망만들기 선구적 사례’로 기억될것이다.
셋째 정이사장은 2000년대 이후 ‘남북교류’와 대한민국의 통일 이후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했다. ;남북강원도 교류협력협회 이사장’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사장’ 등의 활동을 통해 민족화해의 기초를 다지며 DMZ의 평화적 보전과 활용에 힘쓰고 있다.
정이사장은 현재 (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며 민주화의 정신적 자산을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평소 진보와 보수의 대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소통을 강조해온 정 이사장은 우리사회 보수도 인정하는 대표적인 진보인사이기도하다. 자기원칙을 지키되 진영논리를 넘어 다른 의견을 듣고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노력, 자기헌신과 구체적인 실천, 높은 도덕성 등이 제3회 민세상 수장자인 정이사장의 매력이자 우리시대 국민들이 지도자들에게 바라는 핵심가치이기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