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마을기업, 지역 살리는 또 하나의 원동력
- 국내외 ‘커뮤니티 비즈니스’ 성공사례를 찾아서

  글 싣는 순서
1. 순천시와 완주군에서 배운다
2. 스위스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3. 이탈리아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4. 원주 “마을기업 만들자”

□ 순천시
할머니 영농조합 고들빼기 김치 판매
여성문화봉사단, 순천 밀로 빵 만들어
경로당 노인들 순천만 갈대 천연염색
식품·소금·의류·공예품 840개 아이템
수익금 모두 직원과 농민들에 돌아가

□ 완주군
4개 마을 주민 50명 1억3천만원 출자
평범했던 폐광촌을 건강체험 마을로
폐광은 동굴로, 한증막은 찜질방 변신
친환경농산물 도시공급 ‘건강한 밥상’
마을기업으로 시작 사회적기업 전환

최근 커뮤니티 비즈니스, 마을기업 등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세계 경제의 극심한 양극화와 거대 자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는 실질소득 감소 뿐 아니라 고용과 삶의 질 전반에 악영향을 끼쳐 이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새롭게 떠오르는 대안이 지역사회(커뮤니티)를 재생할 뿐 아니라 이를 관광과 고용, 사업 등과 연계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커뮤니티 재생 프로그램이다. 본지는 총 4회에 걸쳐 국내외 성공적 자생적 커뮤니티 사례를 취재하고 평택에서 적용 가능한 사업이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 순천의 생활공동체 활성화 정책

 

▲순천만 매장
전남 순천시는 지난 2004년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면서 남들이 다 하는 프로그램을 따라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주민들의 자치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빚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자각에서 교육을 먼저 했다. 2005년 읍면동 별로 ‘좋은 동네 주민자치대학’을 개설해 마을에 대한 애정을 높여 나갔고, 주민들 스스로 내가 사는 마을의 문제점을 발굴하도록 했다.

2007년에는 ‘순천시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살기좋은 마을 가꾸기’와 ‘지역 공동체 사업’으로 구분했다. 이 조례는 실정에 맞게 가다듬어 지난 6월 ‘순천시 생활공동체 활성화 조례’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별량면 개랭이영농조합법인 할머니들은 손맛을 살려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들빼기 김치를 판매하고 있으며, 순천시 여성문화봉사단은 순천밀로 빵을 만들어 수익금의 60%는 인건비, 40%는 봉사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경로당 노인들은 순천만 갈대로 천연염색한 원단을 판다. 한 주민자치위원회는 환경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유용미생물 EM 활성화를 위해 민간법인인 ‘에코그린평생지기’를 발족, 순천만갈대비누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생활과 밀접한 지역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온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단에게 가장 큰 고민은 판로였다. 사업단의 취지가 좋고, 상품의 질도 좋았지만 제품을 판매해본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순천시는 판로로 세계적인 생태습지인 순천만생태공원을 제공했다. 순천만생태공원 내에 있는 순천만 공예특산품관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품은 ‘메이드 인 순천’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단이 생산한 빵, 쿠키, 비누, 천연염색 옷, 복숭아병조림, 고추장, 간장, 소금 등과 순천에 거주하는 공예가 등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공예작품 등 모두 840여개 품목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월1일 문을 열었으며, 지난 10월 말까지 약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순천만생태공원 내 식당에서 파는 홍시퓨레는 순천의 농가에서 생산한 홍시로만 만든다.

순천만생태공원 내에 있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도 전량 ‘메이드 인 순천’이다. 설탕 대신 순천 농가들이 많이 재배하는 매실의 원액을 사용하고, 팥빙수에 들어가는 인절미도 순천에 사는 할머니들이 납품하고 있다. 방사유정란, 홍시, 무화과 등도 모두 순천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이 식당의 연간 수입은 7억 원이지만 지출도 7억 원으로, 경제논리에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근무하는 12명의 직원과 농산물을 납품하는 40여명의 농민들에게 그 이득이 고스란히 돌아간 셈이다.

순천의 5일장인 ‘아랫장’에 있는 ‘한솥밥동네가게’도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좋은 사례다. 한솥밥동네가게는 2009년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10월 순천시에서 지역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육성을 위해 발굴해온 커뮤니티 비즈니스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한솥밥동네가게로 변신했으며, 올 3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아랫장에 상설점포를 갖추게 됐다.

한솥밥동네가게에서는 순천에서 생산되는 매실, 복숭아, 토마토로 병조림, 잼, 장아찌, 고추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순천만 공예특산품관에도 납품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한다.
    

▲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 완주 안덕마을의 영농조합법인

전북 완주군 안덕마을에는 공동체 마을기업인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이 있다. 완주군 모악산 자락의 4개 마을(미치, 장파, 신기, 원안덕)의 주민 50여 명이 1억3천만 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농촌마을 활성화와 소득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건강체험마을이다.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과 농산물 외에 다른 자원을 특화시켜 판매한다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마을기업은 생소했다. 하지만 마을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활성화 되면서 요즘 빛을 발하고 있다.

안덕마을은 과거 평범한 마을이었다. 폐광된 동굴, 민속한의원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한증막, 계곡과 산 밖에 없는 평범한 시골이었다. 그러던 중 민속한의원에서 기증받은 한증막을 계기로 마을의 자원을 잘 활용해 특색있는 상품으로 개발했다.

수익으로 마을주민을 채용하는 이색적 경영모델로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마을주민의 합심으로 가능했다. 폐광을 개축해 시원한 동굴을 만들었고, 기증받은 한증막은 토속 찜질방으로 바꿨다. 외부인이 숙식할 수 있도록 황토방을 지었고, 유기농 텃밭을 분양해 농산물을 판매했다. 마을에서 직접 만든 죽염된장, 죽염간장, 감효소 등 발효식품은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고 있다.

‘자연의 품 안에서 건강을 보듬고 치유를 돕는다’는 말처럼 건강관련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고 있다. 쑥뜸체험, 아토피힐링체험, 건강식이요법, 건강기체조, 노르딕숲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었으나 주요사업이 시작된 건 2년 밖에 되지 않는다. 앞의 2년은 어떤 사업을 할지, 어떻게 운영할지 등의 고민으로 교육과 현장견학 등에 매진하면서 법인 구성에 노력했다. 안덕마을은 기본적으로 사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안덕마을 숙소.

완주군의 지원도 계획에 맞는 것을 골라서 받고,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 유영배 촌장은 “완전한 자립을 꿈꾸고 있지만 사실 완전한 자립은 어렵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 고산면 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인 ‘건강한 밥상’도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완주군 180여개 농가에서 생산한 유정란, 콩나물, 두부, 제철채소 등 친환경 농산물과 반찬 등 신선 먹거리를 매주 또는 격주 단위로 가정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작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마을기업으로 출발했다. 사업 초기에는 완주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입소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금은 2천 가구 넘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농가들이 모여 시작한 사업이라 사업규모를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마을기업보다 지원이 많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사회적기업 전환 이후 직원들의 인건비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게 돼 무리 없이 사업규모를 늘렸다.

‘건강한 밥상’ 사업은 이익 추구보다 지역의 소농과 가정농, 여성농 및 노인농의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무리하게 사업규모를 확장할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이 감소할 수 있었는데, 사회적기업 전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 커뮤니티 비즈니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적인 것(Community)과 경제적인 것(Business)을 합성한 용어이다. 글로벌 경제화의 영향으로 지역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지역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초래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노동환경이 급속히 악화돼 지역사회의 붕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경제의 자립구조로 떠오르고 있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일본 은행원 호소우치 노부타가는 “지역을 기점으로 주민이 주체가 돼 얼굴이 보이는 관계 안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며,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지역문제에 대처하면서 비즈니스로 성립시키는 지역의 활력 만들기”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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