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 칼럼

우리 신문이 이 기간 때로 힘차게, 때로 힘겹게, 그러나 쉬지 않고 숨 쉴 수 있게 지켜주신 독자 시민 여러분께 먼저 공을 돌립니다. 어떤 순간에는 ‘우리 노력의 결과’라고 으쓱하고 싶기도 합니다만,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독자 시민이 우리 신문을 살립니다. 우리의 언덕이지요. 고맙고 든든합니다.
격려 중에도 혹여 우리가 길이라도 잃을까 늘 저어해 주시는 공직자, 상공인, 학자 등 전문가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바깥에서 지켜봐 주시는 우리 신문의 전임 임직원 동지들의 노고와 업적도 높이 평가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걱정 또한 정당한 것이었다는 것을 자주 실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몸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압니다. 더 꾸중해 주셔야 한다는 당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좀 아프긴 합니다만.
11년 전 어느 가을밤이었습니다. 발행인인 김기수 국장을 안성의 지역신문 전국모임에서 만났습니다. 모닥불 건너에서 불콰해진 얼굴로 “이웃 동네 할머니 팔순잔치 기사가 1면 톱기사가 되는, 그런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그의 얼굴이 너무 고왔습니다.
세월의 더께만큼 그의 얼굴에 주름이 내리고, 목소리는 은근해졌습니다. 미운 소리도 듣는다고 합니다. 그의 우직한 격정은 세련미로 모습이 바뀌고 있습니다. 서운하겠습니다만 ‘좀 엉큼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 동네, 작은 신문’을 그리던 그 고운 뜻은, 아직 여리나, 시나브로 틀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이 기회 빌어 언론 선배로서 그에게 바라는 바를 털어놓자면, 이제 ‘더 세련되게 엉큼한’ 신문경영인이 되어달라는 당부입니다. 기자 등 직원도 튼실하게 먹여 살리고, 독자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김기수 국장’의 새 얼굴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싫든 좋든 그는 평택시민신문과 동의어이며, ‘평택의 얼굴’ 중 하나입니다.
‘우리 동네, 작은 신문’을 가진 시민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 행복의 정도는 그 신문의 역량과 시민의 지지의 크기일 터입니다. 마치 공기처럼, 독자는 그 역할의 존재를 항상 느끼지는 못하지요. 평택시민신문과 같은 그런 ‘우리 동네, 작은 신문’을 못 가진 지역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서 나오는 신문이 더 미쁘시지요? 섭섭하지만 저희도 잘 압니다. 그런데 언론의 기능과 구조를 챙겨보면, 그 유명한 신문들은 결코 평택 시민의 언론이 될 수 없습니다. 흉내는 잘 내지요. 폼은 더 납니다.
‘지방판’이랍시고 한켠에 평택항의 뱃길도 걱정하고, 합정동 조개터의 가로등 기사도 다루지만 모두 리모컨 누르듯 자료만 보고 써 갈기는 것입니다. 서울 신문사 편집실에서, 행정안전부나 수원 도청 기자실에서 평택의 살림을 ‘취재’한다고요? 평택 시청에도 때로 온다고요? 그래요?
평택 살림은 주차 딱지 걱정에 조마조마하면서 동분서주, 때로 점심도 오후 3시에 먹는 고참 강 부장과 이 기자가 속속들이 압니다. 농업전문가이기도 한 최 실장이나 경영파트 강 팀장, 발발거리면서도 실실 웃는 모습 못 숨기는 야무진 김 기자와 곽 기자가 평택 시민과 거리와 시장을 더 잘 압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공기를 호흡합니다.
때로 어려운 이웃 얘기에 눈시울도 적시지만 “그럴 수가 있어요?” 하며 씩씩대는 이들이 바로 시민 여러분의 기자고 ‘대변인’이지요. 솔직히 머릿수도, 역량도 부족하여 스스로도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알아주십시오, 이만한 충심 없습니다.
세상에는 ‘별의 별 신문’이 다 있습니다. 세상에 폐를 끼치는 못난 언론도 적지 않습니다. ‘나쁜 언론’을 하면, 나중에 교도소에는 갈지언정, 주머니는 더 두둑해 진답니다. 영리하지는 못하나마 언론의 바른 길과 절제를 늘 생각합니다. 총명보다는 꾸준함과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자 노력합니다. 편집의 고참 차 주간과 저도 함께 만듭니다.
한반도의 실질적인 중심이며 해운까지를 포함한 교통의 신 요충지인 우리 고장 평택을 윤택하게 가꾸고자 하는 궁리나, 미군 등 해외 미국시민의 새로운 둥지가 되고 있는 이 지역의 정치성을 새롭게 고찰하는 지혜를 여러분과 함께 이끌고자 하는 의욕도 품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이익과 나라 전체의 입장의 차이와도 같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통찰력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모아 ‘착한 여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더 많은 여러분을 만나야 합니다. 우리 신문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정기 구독도 이웃에 권해주시고, 광고도 알선해 주시는 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다행히 우리 신문의 광고가 상당히 효과가 있답니다. 두루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고참 기자로서의 제일 큰 욕심은 여러분이 우리가 쓴 글을 잘 읽고 평가해 주시는 것입니다. 제대로 썼으면 ‘잘 봤다’고 추어올려주시고, 미진하면 ‘그렇게 쓰는 것 아니야’하고 꾸중해 주시는 관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독자 여러분의 반응이 없으면 기자는 맥이 빠지거든요.
우리 신문이 여러분의 더 큰 기쁨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다시 독자 시민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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