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 칼럼

▲ 논설주간
곧 학창(學窓)을 벗어날 ‘젊은 피’들이 제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자리가 부족해서다. 새로운 활력이 보충되지 않는 조직은 금세 곯아 터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서울의 한 신문을 보니 일반적인 실업문제와 함께 이 청년실업 문제가 쉬 풀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사회도 활기를 되찾을까?

 공무원들이 ‘이전 부처’를 기피한단다. ‘기러기 아빠 될 판’을 우려한 불만이 과천청사(공무원들 사이)에 고조되고 있단다. 그래서 “2년 뒤 세종시 가기 싫어요.”라고들 한단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세종시에 가장 많은 새는 기러기, 가장 많은 여자는 노처녀가 될 것’이라는 푸념이 돌고 있다고 한다. 기러기 아빠 되지 않게 좋은 학군이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세종시 이전 때문에 시집도 못 가게 생겼다 등의 하소연이 심각한 모양이다.

 기피(忌避)는 꺼리고 피한다는 말이다. 공감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의 의젓한 공무원들이 이렇게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는 사실에 동정하고 위로를 보낸다. 개개인 공무원 되고자 했을 당시의 ‘왕년의 포부’들을 떠올린다면 좀 초라해 보이는 ‘말씀’들이다. 그러나 현실문제는 또 다른 사안이리라.

 여하튼 사정이 이 정도면, 또 신문에 이런 기사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해당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서울을 떠날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사직할 것 같다. 이 인재들 중 한 두 사람만이라도 공무원을 그만 둔다면 온 나라가 휘청할 정도의 큰 일이 날 것처럼 말하고 싶은 이들이 많을 줄 안다.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두자.

 그러나 사정이 정 그러하면 할 수 없지 않는가. 억지로 붙잡으면 아니 된다. 그런 인재들은 서울에서 더 좋은 기회를 잡도록 놓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전체로도 좋다. 그런 ‘말씀’들의 속내에는 ‘새로운 기회’에 대한 자신감과 나름대로의 경제적, 정서적 여유가 있어서 듣는 느낌이 좋다. 기러기 노처녀는 다 처량하다.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하자. 그들 대신 아쉬운 대로 더 젊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절박한 인재를 충원하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경험도 모자라겠지만 ‘젊은 피’의 패기와 열정을 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지 않는가. ‘꿩 대신 닭’이라지만 ‘닭 대신 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비록 기러기와 노처녀만으로 와글와글할 세종시라 할지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열정을 불태울 인재를 찾는다는 방(榜)만 붙여보라. 몸 바쳐 일할 열혈(熱血)들이 구름같이 몰려올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새로운 피’ ‘젊은 피’의 신선한 행정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밤 새워 공부하는 젊은이들, 다양한 직장에서 경험을 쌓고 저마다의 사정으로 집에서 도약의 새 기회를 노리는 인재들은 이 절호(絶好)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 더 노력하고, 세종시에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새 일자리가 난다는 소식에 귀 기울이라. 부디 행운을 기대한다.

 국가 간성(干城)으로 수고해온 공무원 중 세종시 이전에 해당되는 분들은 이제 나라와 국민에 부담을 갖지 말고 자신의 앞날을 위해 겸허하게 숙고하시면 좋겠다. 어느 자리에서나 애국할 수 있다. 또 꼭 내가 나서서 수고해야 한다는 ‘희생정신’ 보다는 자신의 이익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 단심(丹心) 모르는 사람 이미 없다. 

 행복(行複)도시 세종시는, 그 안에서 행복(幸福)하게 일할 수 있는 분들로 새 판을 짜면 좋겠다. 그래야 나라가 행복해질 것 같다. 그 분들은 국가공무원이지 서울시의 지방공무원이 아니다.

 이런 사연을 들으면 서울 사람은 어리둥절하고 지방 사람은 섭섭하다. 공복(公僕)이라는 말의 뜻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혹 국민들이 이분들을 모시는 것 아닌지 의아해 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기자인 필자도 자주 그런 생각이 든다. 일면 ‘주제파악’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의 신문들이 이런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자주 전국의 독자에게 알리는 이유를 알고 싶다. 서울의 지역신문을 표방(標榜)하는 신문이 아니라면 왜 이런 이슈를 이런 식으로 다룰까? 기자님들이 이런 공무원님들의 후견인을 자임하는 것일까? 기자의 눈, 독자가 아닌 그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공무원과 기자들, 신문사의 속마음을 은연중 드러낸 것인가. 기사의 품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공화국’의 순수한 혈통을 기치(旗幟)삼는 이들에게는 이 기사가 ‘그 시절’의 ‘국민교육헌장’ 만큼 아름다운 글이겠다.

 오늘은 서울시민인 것이 부끄럽다. 세금은 지방 사람도 낸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