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광 전의원이 살아온 길

김영광 전 의원은 평소 175cm 82kg의 큰 체구로 아주 우렁찬 목소리가 영원할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며 노년을 보냈다. 3선 국회의원을 마친 다음에는 일본을 오가며 대학강좌, 관광단지 유치 등의 한일친선교류에 앞장섰다. 1, 2주에 한 번씩은 평택지역에 내려와 후배 정치인들과 지인들을 만나며 21세기 통합평택시가 가야할 방향을 논의하며 의견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30여 년 가까이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그의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 노력은 시종일관 끊임없이 진행되었으며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이은 ‘정의가 힘이다’라는 평소의 좌우명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안 의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뤼순(旅順)에 11차례나 찾아가는 등 중국 30여 회, 일본 20여 회, 미국 3~4회 등을 방문해 관련 증언과 자료를 수집했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국권이 회복되거든 내 뼈를 조국에 묻어 달라’는 안 의사의 유언을 받들기 전까지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이 말에서 김 전 의원이 안 의사를 얼마나 숭배하고 얼마나 안타까워했으며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10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안중근 유해를 찾아 본국으로 봉환하자는 운동을 벌여온 김 전 의원은 우리나라 지폐에 ‘안중근 의사’의 초상을 넣자고 계속 주장해 왔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하는 건의문을 보냈었다. 이는 31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바쳐 조국을 침탈한 이토오 히로부미를 사살, 실질적으로 조국의 광복을 앞당긴 안 의사의 고귀한 행적과 독립정신을 역사적으로 기리고 생활 속에서 국민들이 가장 가까이 접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청산리 항일대첩기념비’를 중국에 건립하는 것에도 김 전 의원이 중심에 있었다. 1987년 안중근 의사 유해봉환사업으로 만주지역을 자주 찾다가 청산리 전적지가 한국인들의 무관심속에 잡초지로 방치된 것을 알게 된 후 역사적인 현장과 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승시키고자 직접 후원회를 조직해 건립했다.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에 30여 년 동안 집념을 버리지 않은 김 전 의원의 이 같은 정신과 행보는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올해 3월8일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즈(LAT)는 1면 고정기획기사란 ‘칼럼 원’에서 한국 노(老) 정객의 집념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는 김영광 안중근의사숭모회 부이사장이 100년 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인 안 의사 유해의 행방을 찾으려고 수십 년 간 백방으로 노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또 1995년 송탄·평택·안중 3개 시군 통합도 이끌었다. 당시 3개 시군 통합추진위원장이었던 김 전 의원은 통합의 기수로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다. 통합반대 세력으로부터 화형식을 당한 일화로부터 송탄을 평택에 팔아넘긴 매향노, 화재 위협 등의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그렇지만 당시 세계화 국제화 지방화에 따른 통합은 당연했다면서 통합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에 아쉬움이 있고 주민정서통합의 길이 아직도 너무 멀어 지역을 이끌어가는 지도층들의 각성이 필요하고 시민화합과 협력만이 지역과 시민이 살 길이라고 덧붙였다.
40여 년 동안 김영광 전 의원을 지켜본 우관재 평안밀레니엄선도장학재단 이사장은 “다른 사람의 말을 중간에 꺽지 않고 늘 귀 기울여 잘 들어주시며 청탁과는 거리가 먼 마음이 청정한 분이셨다. 현직에서 물러나서도 나라와 고향에 대한 걱정이 많으신 애국자, 애향자였으며 김 전 의원의 소천은 지역을 지키는 큰 거목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생전의 고인을 회고했다.
남다른 체구에 우렁찬 목소리, 무서울 것 같으면서도 냉철한 한 인간으로 보여질 법한 김 전 의원은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따뜻하며 다정다감한 한 원로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조국과 민족의 중요성과 정신 및 역할, 송탄·평택·안중 등 3개 지역의 통합과 방향성을 전해주려는 자상함이 담아있었다. 거기에 주변의 후배들과 앞으로 나라와 지역을 이끌어갈 21세기 후세들을 챙기며 걱정하는 원로로 생을 마감했다. 평소의 좌우명 “정의가 힘이다”라는 김 전 의원의 음성이 퍼지는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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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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