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발행인

이제 6·2 지방선거 투표일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0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전국이 지방선거 열기로 뜨겁다. 정권 심판론과 경제발전론이 대립하고, 4대강 사업 강행과 중단, 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단계적 실시 등 범야권 진영과 집권 한나라당 사이의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천안함 사고의 원인을 북한 잠수정의 어뢰로 결론을 내리고 대북 제제조치를 정부가 발표하자 ‘북풍’이 지방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 분석에 분주하다. 전국적으로는 이번 지방선거가 집권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진행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 여야 관계 및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평택은 어떠한가. 평택시장 선거를 놓고 한나라당의 현직시장과 민주당의 전직 시장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면서 평택 선거 분위기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4년간의 지방권력을 어느 정당의 누가 이끌 것인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지방선거의 속성상 일정정도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건전한 대립은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평택 시장 선거를 둘러싼 과열 양상은 당락을 떠나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 모두에게 선거 이후 상황을 걱정하게 할 정도로 격화되고 있다. 검찰 수사의뢰, 각종 고소·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 차원이나 지역적 차원에서 각 후보자들과 정당은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유권자들이나 평택시민들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선거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당 공천제로 치러지는 2번째 선거이며, 교육감까지 직선으로 뽑는 동시 지방선거이다. 제5회 동시 지방선거이니 전면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5년이 넘고 있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 외국에 비한다면 지방자치가 성숙되기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차츰 정착되어 나갈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의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곰곰이 곱씹게 하는 선거라는 생각도 든다.

지방선거는 본질적으로 지방권력과 관계된 선거이며, 지역 자치를 위한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는 선거가 되어야 하는데, 전국적 이해관계와 이슈가 지역적 의제를 압도해 버린다면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는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당정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서 각종 부작용과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꼭 짚어보아야 한다. 공천이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현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차기 선거를 위한 포석 차원에서 이루어진 공천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실제 평택의 많은 선거구에서 정당 공천에 탈락한 예비후보자들이 다시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있다. 정당공천제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온당하게 살려졌다면 무소속 출마자가 이렇게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정당공천을 받아 당선된 시장이나 시·도의원들도 차기 선거를 위해 유권자인 시민보다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나 정당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를 망치는 최악의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유럽처럼 후보 선출권(유럽은 공천제도 자체가 없다)이 지역이나 당원, 유권자에게 있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당공천제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밖에도 8번의 투표를 해야 하는 불편함과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묻지마 투표’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역사회가 선거를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갈등과 대립이 더 격화되고 강화된다는 점이다. 물론 선거에서는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경쟁이 대립으로 발전하고 대립이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생사를 건 싸움’ 양상으로 치러진다면 유권자들에게 과연 지방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평택시장 선거를 둘러싼 대립은 선의의 경쟁을 넘어 승자가 누가 되든 뒷수습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염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평택시장 선거는 그 의미를 한마디로 어떻게 규정할지 애매할 정도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지역사회가 한번 겪어야 할 진통이라면 겪어야 하겠지만, 이 진통의 의미와 이것이 던져주는 교훈을 잘 정리해야 한다. 선거 당사자 뿐 아니라, 지역의 시민단체, 지역 언론, 공직자 등 지역사회 각 구성요소와 구성원들은 선거 이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지역사회의 힘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통합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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