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 (시인·포승면보건지소)

▲ 김영자 (시인·포승면보건지소)
우리 집은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깨워도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 아이들 때문이다. 나의 고상함은 뒤로한 채, 포성소리를 내고 아이를 흔들고 야단법석을 떨어야 그때서야 몸을 꿈틀거린다.

그래도 아이는 쉽사리 일어나지를 못하고 몇 번의 고함소리를 더 듣고서야 졸린 눈을 부비며 부스스 일어난다. 그리고 간신히 고양이 세수를 하고서 식탁에 앉아서 잠이 덜 깬 눈으로 수저를 든다.

아침도 먹기 싫어하지만 아침을 먹어야 건강하게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나의 성화 때문에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수저를 드는 것이다. 우리 집 평소의 아침 풍경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내가 둘째 아이 방에 가서 “수련회 안가?” 하니까 벌떡 일어나는게 아닌가. 그리고 부지런히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면서 요리저리 멋을 내더니, 배낭에 먹을 것을 부지런히 챙긴다.

  “오늘은 집에서 하루 밤 떨어져서 잠자네, 조심해서 잘 다녀와.”
  “엄마 내가 오늘 자고 온다고 서운해 하지 마.”

 묵직한 가방을 메고 나가는 아이는 손을 흔들면서 신바람이 났다.
 밤늦게야 바쁜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는 거실에 앉아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수련회를 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온 집안이 텅 빈 것처럼 적막해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의 평소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는 낮에 마음껏 뛰놀다 땀을 흘리고 집에 와서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앉아 있기가 태반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한테 깨끗이 씻으라고 성화를 하면 ‘엄마 나 원래 깔끔이야.’ 하면서 나에게 달려들어 먼지 묻은 얼굴을 비벼대는 것이다. 언제나 씻지 않으려는 탓에 우리 집에서는 ‘꼬질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 뿐만이 아니고 아이는 거실과 방으로 옮겨 다닐 때도 콩콩거리며 뛰어 다니고, 괜히 히히힝 거리며 괴성을 지르고, 공부가 끝나면 친구들을 우루루 몰고 집으로 온다.

웬만한 TV 프로는 신문의 안내서처럼 다 알고 있고 밤늦게까지 전자오락 게임에 몰두하고 있어서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하면 ‘집은 편히 쉬는 곳’이라서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놀다가 밤늦게 졸리고 심심하면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와서 엄마를 껴안고 뽀뽀를 하면서 아기처럼 잠투정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자연히 아이에게 늘 잔소리를 하게 되고, 집안이 조용한 날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수련회를 떠난 오늘 저녁에는 빈집 같은 집에서 별로 웃을 일도, 잔소리 할 일도 없어서 조용히 TV만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밝은 동심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며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일 것이다. 우리 아이도 제 말처럼 집에서는 놀기만 하는데 학교 공부는 상위권을 맡아 놓고 있다. 그러면서 씻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아이가 장래희망은 치과의사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엄마가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와 피곤에 지칠 때면 가끔 빨래도 널어주는 배려도 해준다. 라면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서 라면을 적게 먹이려고, 나는 또 잔소리를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에도 아이는 늘 밝고 건강하다.

그런데 오늘 집이 유난히 더 커 보이고 적막해진 까닭은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웃음이 우리 집에서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생각을 한다.

아이들의 웃음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가꾸는 웃음이다. 부모에게는 세상살이의 고난에 대한 인내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아이가 만들어 내는 괴성마저 뜨거운 가족의 애정을 확인시켜 주는 행복하고 즐거운 웃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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