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평택경찰서 수사과 수사2계장 박 기 봉 경위

화재로 오갈 곳 없는 요한의 집 식구 3년간 보살피며 재기 도와줘
경찰 생활 30년 수사분야 베테랑…'장애인은 평범한 우리 이웃'


25년간 수사업무만을 담당해온 한 경찰관이 관내 장애인 시설에 15년이상 남모르게 후원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주위를 훈훈한 온정으로 감싸게 하고 있다.

평택경찰서 수사과 수사2계에 근무하는 박기봉경위는 오늘도 수사업무를 체크하느라 바쁘다. 어디에서도 그렇게 오랜기간 장애시설을 돌보았다는 표시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하는 일이 일반 사람들하고는 많이 달라 약간의 거부감마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다. 친근감마저 전해져온다. 성실하고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는 생활신조에서 그는 그렇게 살았고 지금까지의 삶에 아무런 후회가 없다.

박경위는 송탄에서 태어나 과거 건지미라고 하는 부락에서 부인 안경옥씨와의 사이에 3남 1녀를 두고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낼모레면 60도 바라보고 정년퇴직도 얼마남지 않았다. 그저 젊은 혈기와 의협심에 한번 해보고 싶어서 뛰어든 경찰직. 71년 공개채용에 응시해 25세부터 경찰옷을 입었다. 30여년을 경찰세계에서 산 셈이다. 수사2계의 업무는 특수하다. 주로 경제사범을 다루는 수사2계는 공무원 범죄, 금융비리, 직접재산권, 건축건설업권 등의 특수분야의 범죄자들을 다룬다. 즉 상습사기꾼들을 잡는 곳이 바로 수사2계인 것이다. 범인과 경찰간의 지능대 지능의 머리싸움이 아주 분석적으로 이루어지는 싸움터이기도 하다. 그는 이젠 수사업무에선 베테랑이다. 처음 보는 범인의 마음까지도 읽어낸다.

박경위의 봉사는 종교적인 영향이 크다. 너무 바빠 교회에 잘 나가지는 않지만 교회전도사로 있는 부인 안경옥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삶도 카톨릭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봉사를 하게 된 것은 부인의 권유로 15∼6년전부터 봉급에서 몇만원씩의 돈을 요한의 집 후원금으로 보내기로 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의 오랜 정성은 몇백만원을 한번에 한꺼번 내는 것보다 값지고 귀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는 오랜기간 그들을 향해 전해지고 있는 그의 마음때문이었으리라.

사는 집 가까이에 장애시설이 있었던 것이 인연이 되었고 장애가 있는 누이를 지금까지 모시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박경위의 장애인에 대한 생각과 배려는 남다르다. 박경위는 후원뿐만이 아니라 5∼6년전 요한의 집이 화재로 다 탔을 때 오갈데 없는 장애인들에게 인근에 있는 자신의 땅을 쓸 수 있게 무료로 3년동안 빌려준 적도 있었다. 1천여평의 땅에 하우스를 짓고 보일러를 후원받아 기거할 수 있게 하면서 배추나 고추, 과일 등을 재배하며 살 수 있게 해주었다. 탁구대 등의 체육시설도 그가 마련해 주었다. 그때 요한의 집 사람들에게 새로운 건축물은 지어 독립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장본인이 박기봉경위이다.

"당시 요한의 집이 불타 장애인들은 오갈데가 없는데 받아주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장애인들이 옆에 오는 것조차 싫어하는 경향도 보았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싫어한다는 것은 그들의 권리와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와 다를바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는 그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우리 옆에 있는 이웃이라고 보고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내며 아직까지도 미비한 복지시설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뿐만이 아니라 단체와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 설명한다.

박경위는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화성 씨랜드 사건을 잊을 수 가 없다. 그 사건을 기억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축물, 수련원, 장애인 집단 수련시설 등의 안전시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으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하는 불상사는 사전에 미리 예방해야 한다"며 행정공무원과 경찰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박경위의 마음이 오랜기간 일해온 그의 책상에 놓여진 두꺼운 수사기록의 무게와도 같이 묵직하게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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