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정장선
"무분별한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 건설은 안 된다. 상호연계성을 검토해 효율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도공이 자신의 존립을 위해 고속도로를 계속 짓고 있는 건지 나라가 시켜서 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된다."
전국의 고속도로 건설 및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호기다. 자신의 지역에 고속도로를 유치하거나 확장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에게 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국감을 통해 도공 측에 합법적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지난 26일 열린 2005년 도공 국감에서 정장선 의원은 "무분별한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 건설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현재 도공이 부채가 누적되고 재무상태가 안 좋으며 영업이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도공의 존립문제가 심각히 논의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와 국도에 계속 중복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도공이 정확히 판단하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인지, 조직의 존립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국가가 시켜서인지 분간이 안 된다"며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국도와 중복돼 있는데, 그에 따라 도공의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정 의원의 이같은 지적은 다소 파격적인 것이다. 고속도로 건설로 '먹고 살아야' 하는 도공 측이나 지역구 주민들의 눈을 의식해 1km의 도로라도 더 건설하려고 애쓰는 다른 의원들 속에서 홀로 "무분별한 도로 건설을 자제하자"고 주장한 것. 이에 따라 도공 측의 답변이나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썰렁' 그 자체였다.
실제로 도공 측은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중복투자였으면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안 줬을 것"이라고 손사레를 쳤고, 정 의원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선 '건교부와의 상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후에야 수락했다.
정 의원의 주장에 맞장구를 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각 지역 별로 고속도로 건설 속도를 높여 달라고 주장하거나 고속도로간 연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도로 건설의 추가를 주장하는데 바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난 번에도 제기했는데, 이렇게 악바리처럼 하지 않으면 도로 중복투자 문제가 절대 안 고쳐질 것"이라는 등 자신의 소신을 접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 14일 녹색연합과 함께 'SOC 건설사업의 예산낭비 제거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도로 중복 투자의 현황과 대책을 논한 바 있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