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시조 명창 서정희씨

91년 전주대사습 92년 백제문화제 대상 수상 화려한 경력
전국시조인 경창 대회·지역 '시우회' 통해 대중 보급 앞장


국악의 세계에 늦게 입문함에도 불구하고 기량이나 열정에 빈틈이 없고 시조를 좋아하는 제자들을 시간과 경비에 있어서도 거침없이 아끼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일주일에 두 번 신장2동 명륜노인정 3층에서는 연로하신 노인들의 시조 읊는 소리가 창밖으로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시조창을 가르치는 서정희씨를 만날 수 있다.올해 58세의 서정희씨를 배우는 노인들은 '서사범'이라 칭한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현재 서정동 주공아파트 2단지에서 남편과 함께 사는 서정희씨는 35세의 나이에 늦게 시조를 시작했다. 그때는 강릉에서 살 때. 공자를 모시는 향교에 초하루 보름 분향을 하러 사람들이 다니는데 한번도 빠뜨리는 적이 없었던 여성 유림 서정희씨에게 한시 짓는 어른들이 시조를 배워보라고 권하면서부터이다.
이때부터 서정희씨는 강릉에서 서울에 있는 한국전통예악총연합회 중앙본부에서 시조창을 정식으로 배운다. 낮에는 생활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 공부를 한 후 다시 강릉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계속하며 시조세계에 몰입했다. 12년의 노력 끝에 서정희씨는 91년도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을 하고 92년 백제문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해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이로인해 경기도에서 문화부에 등록된 2명중 1명이 된다.

지역의 '시우회'를 조직하고 94년에는 전국시조인 경창대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8회의 전국대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이 경창대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조경창대회로 유명하다. 대회를 위해서는 사회, 심사위원 유치 등 전반적인 계획과 추진이 서씨의 생각과 추진에서 이루어진다.

서정희씨의 시조창은 듣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어 보인다. 타고난 목소리에 정확한 음정이 뒷받침된 가사, 마음을 다 담아 부르는 시조창를 듣다보면 석양이 지는 모습도, 물이 출렁이는 모습도 머리속에 그대로 상상 된다는 것이 시조창을 듣는 사람들의 평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권유에 의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시조세계의 진미를 너무도 잘 안다. "쓸쓸하고 외롭고 복잡할 때 정갈한 마음으로 자세를 바로 잡아 편안하게 시조창을 하다보면 삼강오륜에 근거한 가사내용과 운율이 조화를 이루어 리듬을 맞추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신적 통일의 맛을 느껴 마음이 깨끗해지고 편안해진다"고.

서사범은 시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반긴다. 깍듯하고 단아한 예도로 그들을 대하고 무료로 가르친다. 시간도 비용도 관계치 않는다. 시조에 실리는 '봉사'이다. 이렇게 하는 데는 우리의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기 때문이다. 전통예악을 후손들에게 이어 발전시키고 싶어서 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전해야 합니다. 그것을 가벼이 하면 민족이 사라지게 되죠. 시조에 관심이 있는 젊은 사람들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시조는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시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 시작의 힘든 고비만 넘기면 시조만큼 쉽고도 심오한 것이 없다"는 서사범은 젊은 후학들이 시조세계에 뛰어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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