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방송 4사에 5개 채널 줘 11월 방송 허가
방송관련 단체와 시민단체들의 주장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은 미국식을 채택한 나라가 세계에서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오직 3개국에 불과하며, 제조업체들의 수출시장도 유럽방식에 비해 좁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식을 택했던 대만도 이동수신이 안 되는 등 약점이 많아 최근 비교실험 끝에 유럽식을 채택하기로 했는데도 정통부가 미국식을 고집하는 것은 기술 사대주의와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박병완 회장은 "미국방식은 장애물에 취약해 빌딩이 많은 도심지역이나 산악지형에서는 시청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집집마다 안테나를 추가로 달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통부는 마치 미국식만 고화질방송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으나 이는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유럽식은 기존 텔레비전 방송전파에 간섭을 주어 동시방송이 어려워진다고 하나, 외국의 실험 결과 이 역시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부 주장=정통부는 미국방식과 유럽방식 모두 기술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며, 고화질방송을 위해서는 미국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유럽방식의 경우 채널폭 8MHz를 대상으로 개발돼 우리나라처럼 6MHz로 고화질방송(HDTV)을 하려면 아날로그방식인 기존 텔레비전에 간섭현상이 생겨 동시방송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날로그방식부터 미국과 같은 엔티에스시(NTSC) 방식을 사용해와, 미국방식이어야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동수신 서비스의 경우 앞으로 수요가 생기면 별도 채널을 배정해서 별도의 전송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대만이 유럽식을 택한 이유는 케이블텔레비전이 85%를 점유할 정도로 지상파가 약세인 상황에서, 케이블과 경쟁하기 위해 고화질을 포기하고 대신 다채널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경과
=정보통신부는 1997년 3월 방송사 관계자 및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디지털방송추진협의회'를 결성한 뒤, 같은 해 11월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관련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기술방식 결정이 정통부가 제시한 무리한 일정에 맞춰 마구잡이로 추진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두 방식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는 현장비교실험을 요청했고, 정통부는 마지못해 허가했다. 그러나 이동수신 및 계층수신을 측정항목에서 빼는 등 비교실험에 제한을 둬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통부는 기본적으로 비교실험을 해도 기존의 기술특성을 확인하는 데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절차는 불필요하다는 쪽이다.
한겨레 신문 이재성기자 firib@hani.co.kr
< 이 기사는 본사가 소속되어 있는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인터넷 한겨레와의 콘텐츠 교류협약에 의해 싣습니다>
평택시민신문
webmaster@pttimes.com
